안녕 친구들, 또 새로운 글을 쓰는 동안 제주도에서 한 달이 지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 언제 여름이 끝날까 했더니 벌써 입추가 지나서 오늘은 꽤나 선선한 것 같네. 아직 개강 전이지만 학교에서 일을 한다고 요즘 정신이 없다!!!!! 석사 생활은 학부와 굉장히 다르구나!!!!

오늘 이야기는

학교를 며칠 다녀보니 학부 때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네. 우리 과는 한 학년에 50명 정도 있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과라서 웬만하면 동기들 얼굴을 거의 알고 지내고 선배와 격 없이 편하게 지내는 편이었는데, 어딜 가나 그렇지만 늘 이야기를 퍼다 나르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OO학과 스피커’라고 부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수업도 같이 듣고 수업이 끝나면 같이 술도 마시고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새로운 에피소드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는 여건이었지. 그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가 와전돼 퍼지기도 하고 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과 생활에 질리기 시작했고 4학년쯤부터는 대외 활동에 더 비중을 두다보니 자연스레 학과 사람들과 교류가 줄어들었지. 나는 사실 사람들 뒷이야기를 하는 걸 즐기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기지 않아서 가까운 친구들에게 종종 벽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자기방어적인 사람이야.

말을 참는다는 것은

예전에는 말을 참는 것에 미학 같은… 그런 게 있다고 생각 했어. 그래서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친구들이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말을 할 때에는 듣기 좋은 이야기만, 구질 구질 주저리 하지 않은 깔끔하고 명료한 이야기만 하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 설명하는 일이 굉장히 번거롭기도 하고 때로는 말이 꼬리의 꼬리를 물 듯 불필요한 일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기도 했거든. 그래서 나중에는 괴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 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나중으로 미뤘지. 그러다보니 더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구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어. ‘지나온 일을 말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해서 뭐해?’ 이런 생각.

근데 그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아. 내가 견뎌내는 괴로움만큼 누군가에게는 나를 견디는 것이 괴로운 일이 되고 있더라고. 아이러니하게 내가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을 위해서 였는데 그게 오히려 내가 고통을 주는 일을 하게 되었던 셈이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았고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니지만 내가 그 괴로움을 말했을 때 모든 상황이 마치 그 상대방의 잘못처럼 되어버리는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거든. 예를 들자면 자식의 괴로움을 마치 자신들의 잘못처럼 느끼는 부모님들의 마음 같은 그런 거. 내가 말하지 않아서 느끼는 그 괴로움과 내가 말했을 때 느끼는 상대방의 괴로움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그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차라리 내가 견디는 쪽을 선택했을 뿐인데 ‘널 위해서 참았을 뿐’이라고 말해봤자 내 탓이 아닌 남 탓으로 미루는 의도하지 않은 이기가 되어버렸어.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오해하지 않게 이야기 하는 일이 참 어려운 것 같아. 또 티나지 않게 괴로움을 끝까지 견디는 일도 어렵고. 나는 그 두 가지 모두 어려워서 글로 풀어내려 하지만 글로는 표현되지 않는, ‘말할 때의 목소리, 떨림, 표정, 감정 같은 것들‘이 진심을 전할 때 어쩌면 이야기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결국 글로는 역부족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진심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자꾸만 참게 되는 게 문제지만.

이런 복잡한 감정과 생각에 시달리면서 내 감정을 잘 설명해주는 노래를 찾았었지. 그건 바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한국말’이라는 노래야. 마침 지난 달 신보를 발표 했었는데 한 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그룹 이름처럼 노래 스타일도 꽤나 독특하고 흔한 사랑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것 같아. ‘한국말’이라는 노래는 가사가 큰 변화가 없고 ‘갸거겨고교구규그기’ 이렇게 한글을 노래하는데 왠지 몽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

“나에겐 이런 표정 어울리나요 약간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숨을 쉬고 노래하다가도 문득 나 왜이렇게 됐나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내 표정이 어색한가…? 아,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길 하고 있지? 하는 그런 순간들. 또 이야기를 하기 전의 떨림 같은 것들이 느껴져서 내가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노래로 잘 풀어준 것 같아.

오늘 나의 소년과 전화를 하면서 혼자서 꽁냥꽁냥 거리면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냥 평소의 나처럼 조금은 짜증이 섞이더라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어.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 나의 소년은 비록 힘든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지만^^;  

다음 꽁냥파티까지 잘 지내고 있어! 그 때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조금 현명한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다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