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검색 창에 키덜트(kidult)를 치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최근 60~80년대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고 로봇이나 책 등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제품들이 등장해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 사실 우리는 굳이 키덜트를 찾아보지 않아도 이제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유명인이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하는 현상은 이제 자연스러우며, 그들을 취재한 인터넷 기사에는 ‘나도 키덜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댓글 또한 늘고 있다.

‘키덜트’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네이버의 아카이빙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사는 2002년 한국일보에서 내보낸 “‘캐릭터 엿보기’ 어른들도 열광하는 ‘엽기 토끼’”라는 기사다.(2002.3.29) 여기서 기자는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릭터 상품’에 열광하는 어른들을 설명하는 단어로 키덜트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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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콜슨 요원도 키덜트다 이말입니다

그래서, 키덜트가 뭔데..?

우리가 ‘2015 서울 키덜트 페어’에서 만났던 사람들 또한 대부분 키덜트의 정의에 대해 앞선 설명과 유사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키덜트는 더 이상 낯설고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키덜트가 대중화된 개념으로 자리 잡기까지 약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키덜트가 완전히 대한민국에 정착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아직 키덜트에 관한 기사나 논문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렴풋이 키덜트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키덜트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례로 리스1)http://www.riss.kr/에서 ‘키덜트’를 검색하면 17개 정도의 논문이 검색된다. 여기서 키덜트만 연구한 논문을 가리자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개념은 알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연구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단순히 아이의 감성을 가진 어른으로만 키덜트를 해석하기에는 이 열풍이 담고 있는 의미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올라온 키덜트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왜 음지에 있는 키덜트가 양지로 올라오게 되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어른 아이 키덜트족 문화 소비 파워”, “산업 경계 허무는 키덜트족을 잡아라”, “유치하다고요? 키덜트 산업 급성장”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키덜트는 단순한 취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키덜트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키덜트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윤종 박사2)한국예술종합학교, 성균관대 출강는 “키덜트에 대한 연구적 관심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대답하며 연구 미비의 이유를 들었다. “스타워즈, 도라에몽 수집벽이라는 용어도 소급해보면 만들어진 것은 굉장히 요즈음”이라고 덧붙이며 “대표적으로는 스타워즈 감독은 아니라도 스필버그 초기 영화에서 키덜트의 흔적을 찾는 정도인데,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을 어른이 돼서 구현하는 예만 있지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된 글은 아직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제야 나오기 시작할 때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웹툰 또한 관련 박사논문이 얼마 전 처음 나왔다”며 “때문에 키덜트가 학문적으로 수렴되기까지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어떤 문화든 그것이 여러 사람에게 연구되는 과정을 거쳐 정착하기까지는 십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키덜트의 학문적 연구 역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키덜트는 더 이상 음지의 취미가 아니게 되었다. 앞서 자본주의적 접근에 의해 키덜트가 양지로 올라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취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물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취미란 무엇인가’에 이어 ‘왜 어떤 취미는 음지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편집자: 난 오타쿠인 내가 좋은데...

편집자주: 난 오타쿠인 내가 좋은데…

과연 취미란 무엇일까. 그 의미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 나온다. 이처럼 취미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무엇을 즐기어 하는 일이다. 단순히 나무가 예뻐서 하루 종일 그것만 바라보거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다.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거나 즐기는 것은 어떤 통상적인 기준이 아닌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선택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취미의 범위는 우리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며, 그러므로 취미는 어떤 기준으로 정확히 평가되기 어렵다. 물론 법에 저촉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주로 취미의 양지화와 음지화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소개를 위한 취미들에 대하여

우리가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때를 떠올려보자. 취미를 언급하게 되는 상황으로는 주로 소개팅이나 새 학기 시즌처럼 대부분 누군가와 새롭게 만나는 자리를 연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취업 혹은 아르바이트 면접은 그러한 만남의 대표적인 예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취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력서 혹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본 적이 있을 것이며 그곳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취미와 특기란을 적어본 경험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왜 취미와 특기를 적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비워두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으로 독서 혹은 음악 감상 정도를 표본처럼 적곤 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이력서에 취미를 적는 것이 과연 필요한 걸까. 한 외국계 기업의 이력서 전문가들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되도록이면 취미를 지원하고자 하는 일과 연관 지어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조언한다. 독서는 역사 소설 읽기, 등산은 암벽 타기, 음악 감상은 베토벤 듣기 식으로 예를 들어준다. 몇 백 장의 이력서를 읽는 고용담당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취미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취미란을 비워두라고 얘기한다. 결국 우리가 이력서상에 적는 취미는 내가 정말 즐기면서 하는 것이 아닌 고용담당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취미를 취미라 말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는 취미를 지어내 그것을 취미라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4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력서에 자신의 실제 취미가 아닌 다른 것을 쓰겠다고 답한 45%의 사람들을 상대로 그럼 어떤 취미를 적을 것인지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3)http://hikostat.kr/2386 그 결과 전시 관람, 봉사, 피아노, 운동, 영자신문 읽기, 독서로 여섯 가지 카테고리가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독서가 2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취미가 음악 감상, 인터넷 등이었다가 독서로 적은 이유를 묻자, ‘독서가 좀 더 생산적인 취미라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음악 감상이라고 하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직무 관련 서적을 읽는다고 해야 면접관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나왔다.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약 10권 정도가 된다. 한 달에 약 1권 정확히는 0.8권의 독서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독서는 이력서 상의 취미일 뿐 실생활의 취미와는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취미까지 꾸며내야 한다니...

취미까지 꾸며내야 한다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 원인에는 앞서 말한 사회적 이유도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 스스로 취미라는 것에 선입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기는 어떤 전문성을 가지는 일이 포함되지만, 취미는 꼭 그렇지는 않다. 내가 잘하지 않아도 즐기는 것이면 그걸로 족할 수 있다. 1인 1닭, 1일 1닭이라는 말이 있듯이 치킨 먹기가 내 취미가 될 수도 있다. 내 취미는 젤리를 모으고 먹는 것이다. 나는 각종 젤리를 좋아해 예쁘고 특이한 모양이거나 색다른 맛의 젤리를 모은다.4)편집자주: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그냥 먹어버리기도 하는데, 그저 그때 그때 기분을 충족시켜주는 취미일 뿐이라고..

우리는 이미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얼굴과 체형으로 자신을 판단 받고 있다. 학벌과 지역, 집안의 경제 상황 등 여러 가지 잣대로 사회는 우리를 판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이 바로 취미인데, 우리는 그것마저 어떤 잣대로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일까. 혹시 우리는 누가 어디서부터 정해 놓은 건지 알 수 없는 규정을 그저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건 아닐까. 

 

편집 및 교정/요정

글/Bori & Luvly

   [ + ]

1. http://www.riss.kr/
2. 한국예술종합학교, 성균관대 출강
3. http://hikostat.kr/2386
4. 편집자주: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그냥 먹어버리기도 하는데, 그저 그때 그때 기분을 충족시켜주는 취미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