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무지막지하게 덥다. 더운 데다가 습기까지 높다.

더워....

더워….

이런 날씨에는 밖에 돌아다니기도 조심스럽다. 이럴 때 어깨빵이라도 잘못하면 시비 걸려서 처음 보는 사람과 사이좋게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무서운 일이다. 그러니 괜히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선풍기 바람 신나게 쐬면서 혼란한 디스전을 읽는 것이 가장 안전한 여가생활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 조용히 가만히 앉아서 새로 나온 혼란한 디스전을 읽도록 하자. Keep calm and 혼란한 디스전.

좀 전에 어깨빵 한번 잘못하면 시비 걸려서 경찰서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비슷한 상황은 아니지만 아~주 유명한 랩퍼중에 디스 한번 잘못했다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고두고 놀림감이 된 랩퍼가 있다. 퀴즈 한 번 내본다. 누굴까?

1. 죽부인과 꽁냥꽁냥 레슬링하는 블랙넛

2. 모든 것이 완벽해 퍼훽트한 유노윤호

3. 암더 꼬뤼안 탑끌뤠쓰 힙합계의 다크호스 장문복

 

미안하다. 답은 없다. 혼세마왕의 퀴즈는 원래 혼란한 법이다.

답은 버벌진트다.

뭐라고?? 왜 우리 진태오빠 기를 죽여욧!!!!

뭐라고?? 왜 우리 진태오빠 기를 죽여욧!!!!

버벌진트(이하 VJ)의 기를 죽인 것은 미안하지만, 백스페이스를 누르지는 않았으면 한다. 일단 혼란한 디스전을 끝까지 읽은 다음에 눌러도 늦지 않다. 이 비루한 글 읽는데 얼마 안 걸린다. 백스페이스를 누르더라도 좋아요는 눌러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빨리 시작하도록 하겠다.

먼저 VJ는 엄친아다. 모 외고를 자퇴한 다음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랩을 해서 유명세를 얻었고, 음악 외에도 성우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돈 벌이도 쏠쏠하게 한다. VJ가 지금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았던 2009년 즈음에도 노래 가사에 “연봉 1.2억”이라고 쓰여 있었으니 지금은 1년에 1억을 훌쩍 넘게 벌고 있을 것이다. 블랙넛이 딱 한 번만이라도 빈지노가 되어 보고 싶다고 한 것처럼 필자도 방바닥 그만 긁고 VJ처럼 살아보고 싶다.

엄친아에다가 유희열 뺨치는 감성변태 VJ오빠♡ 가 혼란한 디스전에 나온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라는 반응을 보이며 화를 내거나 당황했을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VJ는 예전의 VJ가 아니다. VJ가 좋아보여 같은 애절한 사랑 노래를 많이 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5년은 되어간다. 그 전에 10년 동안은 사랑 노래 위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이 글을 통해 VJ에 콩깍지 쓰인 분들은 VJ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VJ 덕질을 하고 싶다면 계속 스크롤 바를 내려주시길 바란다.

<데뷔와 디스. 1+1>

2009년 이전의 VJ는 리스너들에게 두 가지 평가를 받았다. 심심하면 어그로 끄는 ‘관심종자’ 혹은 ‘King of flow’. 실력은 뛰어났지만 어그로를 많이 끌고 디스도 심심찮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렸던 랩퍼들 중 한 명 이었다. 비범벅이 돼 이 거리를 거니는 감성넘치는 VJ는 2010년 이후의 VJ일 뿐인 것이다.

VJ의 첫번째 디스곡은 소울트레인과 SNP이 디스전을 벌이던 2000년에 나온 4WD의 ‘노자’라는 곡이다. 소울트레인과 SNP(Show & Prove)는 모두 PC통신 시절의 힙합 동호회였다. 소울트레인은 하이텔을 기반으로 활동했고, SNP는 나우누리를 기반으로 활동했다. (물론 지금은 PC통신의 쇠퇴에 따라 모두 해체되었다. 하지만 당시 멤버들의 상당수가 현재도 음악을 하고 있으며 한국의 흑인음악 문화 정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소울트레인에는 DJ Uzi라는 랩퍼가 있었다. DJ Uzi는 직설적인 언사로 이름이 높았는데, 그런 DJ Uzi가 당시에 신문과 방송에 나올 정도로 유명했던 조PD를 ‘Uzi’s Mind‘라는 곡으로 디스하게 된다. ’디스‘에 대한 개념조차 잘 모르던 한국 사회에서 이름없는 랩퍼 DJ Uzi가 유명한 조PD를 디스하게 되니 방송, 음악계에 큰 파장이 일게 된다. DJ Uzi는 갑자기 유명해지게 되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DJ Uzi는 자신이 디스한 조PD와 음반계약을 맺고 조PD의 아래로 들어간다.

DJ Uzi가 자신이 디스한 조PD의 밑으로 들어간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SNP는 소울트레인과 디스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해서 SNP의 4WD와 소울트레인의 Stardom 간의 디스전) 그리고 SNP측의 4WD가 발표한 디스곡 ‘노자’에 버벌진트가 피쳐링을 하게 된다.

<4WD – 노자>

<VJ 벌스>

그래 좆도 몰라

유치한 rhyme을 조물락

길지 않은 verse 에도 flow 는 호흡 곤란

조PD he’s a wack 초보자

he ain’t spittin’ rhymes He just suck on the microphone a lot

콧물 가득한 안타까운 목소리가 밤새워 고민한

망가진 flow 에다 애송이 rhyme 을 들려줄 때 조용히 난 웃곤 하지

Oh my God, 버르장머리없는 꼬마가 고만고만한 rap을 지껄이다 우릴 보고 도망가.

쪼다 hip-hopper 들을 따먹고 느끼는 포만감

4WD & Verbal Jint 의 치밀한 2인조 강간

좋아라 좋아라? 당하며 느낄 줄도 알아?

니들의 rhyme 연습장 그건 가벼운 수작

우린 반면에 문자 그대로 새로운 rhyme 의 선구자

Suckers turn loser! 4WD & Verbal Jint, 우리는 가장 높은 곳을 원해 겁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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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부터 감성 ‘변태’의 싹수는 보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VJ를 막을 수 없으셈ㅋ>

그 이후로 VJ는 계속해서 디스행진을 이어나가게 된다. 당시에 ‘MP’(Master Plan)이라는 클럽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동명의 레이블 ‘MP’ 1)현재 MP는 해피로봇 레코드와 자매 결연을 맺고 인디밴드와 힙합을 모두 아우르는 레이블이 되었다. 해피로봇 레코드는 노리플라이와 토이의 보컬을 했던 이지형이 속한 레이블.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인기가 많으면 팬들이 많이 생기고, 그 팬들 중에서는 진지한 생각이나 애정 없이 트렌드를 따라 팬이 되는 사람들도 있게 되는 법. VJ의 눈에는 그런 팬들이 못마땅해 보였다. 또한 그에게는 한국 힙합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MP 역시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VJ는 비정규 앨범 ‘Sex Drive’에서 ‘To all the hiphop kids’라는 곡으로 MP와 MP 팬들을 디스한다.

<Verbal Jint – To all the hiphop Kids>

<Verse 1 – verbal Jint>

You say you ain’t goin’ back to school again

Chose to be a rap cat playin’ fooler games?

내 생각에 rap은 너처럼 아무렇게

하는 게 아닌걸, 너흰 그냥 압구정에

넘쳐나는 멍청한 무리에 속해.

니들의 favorite hip-hop 목록에

누가 속해있는지 한번 보여줘볼래?

1TYM, Side-B, UPT, Da Crew…Fuck All That!

그들의 노래들 속에

똑똑해 보이는 rhyme 하나만 가져와볼래?

오, 그래 그걸 사는데 돈을 냈니?

그러니까 넌 조무래기

Rip all those pants that’s baggy!

<Verse 2 – Verbal Jint>

썅년들에 대해 썅년들은 매해

늘어나, 그러나 그 썅년들은 대개

머리 염색에 baggy pants,

그걸 hip-hop 이라 이해해.

어디 club 좀 가봤다는 년들은

어디서 엿들은 허튼 rap이나 나부리네.

얼굴에 떡칠한 자칭 hip-hop 썅년들이

원하는 건 오직 빠구리네.

잘나가는 사람 잘 알아두기, biting 눈 감아 주기,

한국 hip-hop을 이룩한 수십만의 빠순이

hip-hop 사랑을 가슴에,

허벌한 몸과 맘을 다 주네.

 

가사가 좀 많이 세다. 하지만 그만큼 VJ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가사이기도 하다. 진지하게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저 ‘트렌드’ 로서의 힙합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다. 당시 진지하게 힙합 음악을 듣던 사람들 중에는 이 노래가 사이다로 느껴진 사람도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필자 역시 일리네어 레코드나 저스트 뮤직 밖에 모르면서 힙합의 수호자라고 까부는 사람을 보면 죽창을 들고 싶다.

필자 역시 일리네어 레코드나 저스트 뮤직 밖에 모르면서 자기가 힙합의 수호자라는 듯이 까부는 사람을 보면 죽창을 들고 싶다.

VJ의 MP디스는 한 곡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시 VJ와 함께 SNP에서 활동하던 데프콘은 1집 ‘Straight from the Street’의 수록곡 ‘No Joke’에서 MP를 디스하는데, 이 노래 역시 VJ가 피쳐링한 곡이다. 또한, VJ의 1집 ‘Modern Rhymes’에 수록된 휘성이 피쳐링한 ‘사랑해 누나’ 라는 곡 역시 언뜻 들으면 사랑노래 같지만 알고 보면 은근 슬쩍 MP 팬들을 디스하는 노래이다.

<버벌진트 – 사랑해 누나>

<Verse 2>

거리를 함께 거닐며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긴 이야기 나누었네..

누나 손 잡고 MP 가기 하루 전에

벽돌색 Timberland 구두랑

녹색 corduroy 남방을

490000원에 우리의 커플 룩으로 선택했네.

이제 그대 내겐 제일 소중한데

왜 매일 다른 남자들의 문자를 반가워하는지?

단지 아는 친구들이란 말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오히려 날 몰아붙였네.

답답한 건 정말 싫어 난

이런 말들이 오간 다음 날 갑자기,

누나는 감기라며 함께 club 에 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어

이 담에는 나하고 꼭 가자, 그리고 사랑해 누나

<Verse 3 일부 발췌>

조금 취한 채로 그 곳을 나오는데,

바로 눈에 띄는 나의 그대 모습.

내가 골라준 그 새 옷을 딱 걸치고

교활한 암컷의 모습으로 아버지 돈

좀 있어 보이는 놈과 함께

가는 걸 보고 극도의 분노와 낭패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어.

소위 말하는 남성의 ‘된장녀 신화’, ‘김치녀 신화’ 가 너무나 선명하게 들어있는 곡이다. 이 노래에서 시적 화자(?)는 ‘MP’ 클럽에 다니는 연상의 여성을 만나 데이트를 한다. 화자는 여성과 값비싼 커플 룩을 맞추는 등 (야 이 시적화자 새끼야 정신차려 49만원이 뉘 집 강아지냐 등골브레이커 도지마롤 새꺄) 온갖 구애행위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친구와 술을 마시며 청승을 떨고 나오는 길에 돈 많은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여성을 목격하게 된다. 남자가 듣게되면 없던 암도 생긴다는 전형적인 ‘순수한 남자’와 ‘김치녀’의 스토리(라 쓰고 ‘신화’, ‘전설’, ‘소설’ 이라고 읽는다)로  VJ는 MP팬들을 돌려서 디스한 것이다.

그래. VJ는 처음부터 감성곡 위주로 곡을 짓던 랩퍼가 아니었다. 다양한 노래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제작하던 가수였다. 물론 그 스타일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지만.

마지막으로, 글 초반 부에 던진 떡밥을 회수하도록 하겠다. 왜, 뭐 때문에 버벌진트는 10년 동안 리스너들의 놀림감이 된 것일까?

버벌진트가 4WD의 ‘노자’에 피쳐링 하면서 조PD를 디스하자, 당시 조PD의 아래에 있던 DM(Digital Master)라는 랩퍼는 기분이 팍 상하게 된다.

DM은 별명이 김두한이었고, 10:1로 싸워서 이겼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싸움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럽에서 VJ와 DM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DM은 VJ를 겁주기 위해 때리려는 포즈를 지으며 VJ를 윽박지른다. 그러자 VJ는 비명을 지르며 “살려주세요!!”를 외쳤고 당황한 DM은 “야 너 왜 이래???” 라고 물었다. 그러자 VJ는 “형이 절 죽이려고 했잖아요!!”라고 대답했고 벙찐 DM은 그냥 돌아섰다고 한다.  그 후, DM이 힙합플레이야 라디오에 나와서 이 이야기를 하면서 “버벌진트는 벌벌긴트에요”라고 말했고 그 이후로 버벌진트는 벌벌긴트, 버벌찐따, 벌벌진트 등의 별명을 얻게 되었다.

덧붙이자면 DM은 YG에서 2010년까지 활동하다가 나와서 프로듀서로 새롭게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DM은 그 이후 D-Unit 이라는 걸그룹을 제작했고, 용감한 형제와 손을 잡고 원펀치를 프로듀싱했다. (쇼미더머니 시즌4에 나온 ‘원’이 속한 그룹이다).

VJ의 디스 인생은 길고도 길다. 15년 동안 너무 많은 떡밥을 뿌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여기서 VJ 이야기의 1부를 끝내고, 2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독자분들께도 읽기 쉬울거라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 모두 잘 견디시길 바란다. 밖에 나가서 불쾌지수의 은혜를 온 몸에 받기 보다는 집에서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아이스크림이라도 빨며 지내기를 권한다.

그럼, 모두 굿 여름 보내길 기원한다. 피이이이쓰.

   [ + ]

1. 현재 MP는 해피로봇 레코드와 자매 결연을 맺고 인디밴드와 힙합을 모두 아우르는 레이블이 되었다. 해피로봇 레코드는 노리플라이와 토이의 보컬을 했던 이지형이 속한 레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