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 줄(보다는 많은) 기사 요약

☆☆☆☆빛나라 알바의 별!★★★★

사회성 ★★★★

인간관계로는 도움이 돼요. 마음 편히, 잘해주시고, 진짜 가족처럼 일하거든요. 어르신들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까 넉살이 는다고 하나?

재미 ★★★★★

진짜 재밌어요. 생각보다!

강도 ★★★★

바쁘고, 고기 다룰 때 힘도 많이 들죠. 게다가 고기 부위 별로 외우는 게 은근히 힘들어요.

손님의 진상도 ★★

드물게 드센 어머님들이(….) 계신 거 빼고는 크게 어려운 것은 없어요.

추천/비추천 여부

젊을 때 한 번씩 해보긴 괜찮은 것 같아요. 마트에서 일하시는 삼촌 이모들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시고 하니까 좋은 얘기도 많이 듣고, 기특하게 봐주시고.

한 줄 평

가족처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

“집에 몇 번 내려가?”

서울로 상경한 지방 출신 대학생은 이 질문을 심심찮게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 내가 들었던 답변은 “글쎄.. 명절 때나?” 혹은 “방학 때?” 등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집에 가는 나에게는 좀 놀라운 답변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본가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부모님이 출근한 후 느지막히 일어나서 냉장고 인벤토리 축내는 일이기 때문에…이해가 안 가는 답은 아니다. 그래서 나보고 자주 오라고 하신 건가. 냉장고의 여유가 +50 증가했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하기엔 미안하지만(?) 우리 집에 오는 건 편해도 명절 때 큰집에 내려가는 건… 솔직히 말하면 귀찮다. 우리 세대 중 내가 가장 막내이기 때문에 이미 내 사촌들은 어지간하면 이미 결혼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나는 새언니들과 형부들 사이에서 흐르는 그 어색한 분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3촌 친조카도 아니고, 6촌 조카들이 일 년에 하루 얼굴 보는 나한테 친근감을 느낄 리는 당연히 없다. 결국 나에게 명절이란 적당히 일하다가 설 특선 영화 보다가 집에 돌아와서 명절 음식 유나이티드나 먹는 게 전부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이래서 안 되는 걸까.

이번 편은 단기 알바의 하이라이트, 설날 마트 알바다. 설날 때 TV볼 바에 일이나 하라는 어머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번 설까지 세 번째, 고향 마트 정육점에서 단기 알바를 했다는 U양의 이야기를 인터뷰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한다. 들어올 땐 맘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몰래(이하 ‘’) : 안녕하세요, 22살, 경영학과 재학 중인 U양입니다! 큰집이 서울과 많이 떨어진 편인가요?

U양(이하 ‘U’) : 서울에서 멀지는 않지만, 시골에 있어요. 큰집 많은 시골 동네를 생각하시면 돼요.

: 어떻게 3년 씩이나 끌…아니, 일하시게 된 건가요?

U : 원래 어머니가 일하시는 마트에요. ( : 아!) 근데 거기서 일하는 단기 알바들은 거의 그런 식으로 온 애들이에요. 설날에 놀 바에는 나와서 일 좀 도우라고. 카트 알바는 청과 코너 삼촌의 둘째 조카라더라, 캐셔 알바는 유제품 코너 이모의 막내딸이라더라, 이런 식으로 서로 다 알아요(웃음).

이 짤이 진짜였다니….!!!

이 짤이 진짜였다니….!!!

: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요?

U : 네, 제가 일하는 정육 코너 총책임자 분께도 그냥 삼촌이라고 불러요. 어머니 친구시기도 하고. 다른 파트는 모르겠지만 식품 쪽은 진짜 정겨운 분위기에요. 점원분들이 아들딸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젊은 애들 고생한다면서 쉬는 시간 더 챙겨주기도 하고.

: 설 단기 알바를 많이 뽑나봐요.

U :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정육점은 원래 정직원이 세 명인데 설 단기 알바로 세 명을 더 뽑아요.

: 와, 진짜 바쁘긴 한가 보다.

U : 설날엔 어느 집이건 고기반찬은 하니까요. 정육점이 늘 명절 매출 1위에요. ( : 어느 정도길래?) 억대에요. ( : 와!) 평소와는 달리 소고기 같은 비싼 고기도 많이 팔리니까요. 그래서 이건 사담이긴 하지만, 정육 파트가 마트에서 ‘힘’이 제일 세요. 저도 정육점 삼촌 덕분에 직원 설 선물세트도 받아가고 그랬으니까.

: 설 단기라면 보통 어느 정도 기간을 얘기하는 거예요? 매년 기간이 다르잖아요.

U : 다른 알바생은 거의 한 달 가까이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설 나흘 전부터 전 날까지 해요. ( : 당일에는 안 해요?) 오히려 당일은 집에서 제사 지내니까 사람들이 안 와요. 전전날과 전날이 진짜 전쟁이죠. 밥 먹을 시간조차 없어요. 식대를 따로 챙겨주지 않기 때문에 직원식당에 가서 먹어야 하는데 식당을 갈 틈이 없어요.

: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해요?

U : 아홉 시부터 여덟 시까지 일하고, 일당으로 7만원을 받아요. 다른 알바에 비해서 단가가 센 편이죠. 그래서 설 단기 알바는 빨리 구해야 해요, 신청하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저도 어머니가 붙여주셔서 들어온 거라. ( : 낙하산이네요.) 앗, 이 경우는 다르죠!

: (웃음) 미안해요, 미안. 삐지지 마세요. 정육점 일이면 그래도 여성분인데 고되지 않아요?

U :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아요. 그리고 아마 몰래 씨가 생각하고 있는 뼈 째 써는 일 같은 건 따로 자격증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것만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계시죠. 알바들은 고기 다지고, 갈고, 포장하고, 손님들이 오시면 맞는 고기 추천하고 그런 일을 해요.

: 구체적으로 역할이 어떻게 나뉘어요?

U : 매장 공간이 어떻게 분리되느냐면 맨 바깥쪽에 카운터와 정육점이 있고, 정육점 안쪽에 냉장고와 냉동고가 있고, 그 뒤에 있는 문을 열고 더 들어가면 안쪽에 작업장이 있죠.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소와 돼지고기가 오면 맨 먼저 뼈와 살을 분리해요. 사골과 뼈는 작업장에서 재처리하고, 고기는 정육점 안쪽에서 이모랑 삼촌들이 등심, 안심, 삼겹살 등의 부위 별로 분류해요. 엄청 바쁠 때는 저희도 가끔 돕기도 하고요.

알바생들은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오고, 썰고, 갈고, 바깥 냉장고(정육점 카운터랑 같이 있는 빨간 불빛의 냉장고요)에 고기 진열하고, 포장하고, 손님 오시면 맞이하고 추천하고, 몇 근 달라고 하면 재서 드리고, 계산하고. 팀워크 은근히 맞아야 해요.

: 써는 거랑 가는 것은 기계로 하나요?

U : 삼겹과 샤브샤브는 기계로 해요. 소고기는 다지는 것만 기계로 하고. 자격증이 없어도 다룰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하죠. 손이 쉽게 끼일 수 있고, 고기 덩어리를 자르는 기계라 손이 말려들어갔다간…. ( : 으악!) 빈말이 아니라 정말 조심해야 해요. 장갑을 끼고 작업하니까 장갑이 기계에 걸리기 쉽거든요.

홀려들어가…!

홀려들어가…!

: 기계를 다룰 때는 장갑을 벗으면 되지 않아요?

U : 그게 마음대로 안 돼요. 장갑을 한 겹만 끼면 냉동 된 고기를 잡을 때 동상에 걸릴 수도 있고, 고기 핏물과 냄새가 손에 배면 잘 안 빠지기 때문에 장갑을 서너 겹씩 껴야 하거든요. 빨리 벗었다 꼈다 하기 번거로워 계속 끼고 있게 돼요. 그래서 하루에 다섯 번은 장갑을 갈아 끼죠.

: 비닐장갑을 끼는 게 아니에요?

U : 비닐장갑도 쓰긴 하지만 주로 목장갑을 쓰죠. 정확히는 비닐장갑 위에 목장갑을 끼는 게 원칙인데, 워낙 바쁘고 비닐장갑이 잘 미끄러져서요. 게다가 비닐장갑의 문제는 보통 비닐장갑을 쓰면 손가락 끝에 살짝 공간이 남잖아요? ( : 네.) 그 부분이 고기를 썰 때 고기와 칼날 사이 부분에 잘 말려들어가요. 이러면 또 손 잘리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보면 아시겠지만, 생선가게나 정육점에서는 비닐장갑 잘 안 쓰죠.

생각만 해도 손이 오그라든다…..

생각만 해도 손이 움츠러든다…..

: 냉동고에서 고기를 가져온다고 하셨는데, 혹시 제가 생각하는 푸줏간에 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비주얼인가요?

U : 아뇨, 아까 말씀드렸지만 삼촌, 이모들이 미리 (고기를) 부위 별로 분류해서 상자에 넣어두면 그것만 제대로 들고 오면 돼요.

: 어느 부위가 가장 많이 나가요?

U : 삼겹살, 등갈비, 그리고 만두 만들 때 쓰는 다진 고기, 국거리가 제일 많이 나가요.

: 어느 부위가 제일 맛있어요? (사심)

U : 구이용, 국거리 용에 따라 취향이 갈리는데. 구이용은 부드러운 거 좋아하시면 앞다리가 괜찮고, 살코기를 좋아하시면 뒷다리가 비계가 적어요. ( : 삼겹살은요?) 삼겹살은 그렇게 추천하진 않아요. 삼겹살이 싸고 구하기 쉬우니까 많이 먹는 거지, 제 생각에는 집에서 구워먹을 용도면 목살이 더 나아요. 값도 비슷하고 비계도 더 적고.

국거리 용은 소고기의 양지와 사태로 국물을 내면 가장 맛있고요, 찌개를 하려면 돼지고기 앞다리 살이 제일 괜찮아요.

: 혹시 고기 고를 때의 꿀팁이 있나요?

U : 그냥 거기 일하는 분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빨라요. ( : 그래요?) 애초에 알바생 본인이 그 가게 고기를 사서 먹거든요. 손님들이 알바생을 못 믿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 생각보다 솔직해요. (웃음)

: 사서 먹어요? 남은 걸 가져가는 게 아니라?

U : 개인 정육점이 아니고 마트니까 그렇겠죠? 뭐, 좋은 고기 들어오면 킵해 놓고 가져갈 수 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죠.

아무리 그래도!! 하루 종일 고생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하루 종일 고생하는데!!

: 그래도 음… 저는 마트보다 정육점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마트 고기는 질이 안 좋다는 풍문도 있고.

U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N 같이 직접 자기가 사오는 곳은 몰라도 H, E는 원산지만 표시되어 있고 어디서 샀는지는 정확하진 않으니까요. 만약 마트에서 고기를 사게 된다면 언제 들어왔는지는 꼭 물어보세요. ( : 고기 상태를 보는 팁 같은 건 없나요?) 잘 모르면 어차피 봐도 몰라요. 어머님들처럼 ‘주부의 감’이 있어야 잘 고르는데, 아직 우리는 내공이 부족하잖아요? ‘이 고기에 비해 저 고기가 더 신선해 보인다’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똑같은 돼지 한 마리에서 같은 부위 잘라낸 거예요. 심리적인 거니까 고르지 마시고 날짜만 잘 물어보세요. 대체로 하루 이틀 정도면 괜찮고, 사흘 째는 좀 아슬아슬한 정도?

아, 그리고 가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돼지고기가 갈색으로 변한 것도 있는데 그건 배송할 때 상자 아래에서 다른 고기에 눌려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시간 지나면 선홍색으로 돌아와요. 근데 그걸 보고 손님들이 컴플레인을 많이 거시죠.

: 그러고 보니 손님들 얘기를 안 물어봤네요. 어떤 분들이 많이 오세요?

U : 할머니들과 어머님들이죠.(웃음) 큰집이 많은 동네니까. 아버님들도 가끔 오시기는 해요.

: 어르신…! 동갑들 상대하는 것보다 많이 힘들 텐데.

U : 그런데 전 이게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학교 안에만 있는 것보다, 나중에 사회 나가서 어차피 어른들 상대할 텐데 미리 배워놓는 게 좋죠. ( : 흐음.) 몰래 씨가 뭘 생각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제가 그분들의 아들딸 뻘이고, 더 나이 많은 분들께는 손녀 뻘이니까 하대하는 경향은 있죠.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도 이건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하고, 기분 나쁜 거 티 안 내고 대하면 생각보다 큰 문제는 겪지 않아요. 오히려 넉살 좋은 아주머니들과 수다 떠는 건 되게 재밌어요. 작년에 오셨던 분이 제 얼굴 기억하고 ‘올해도 왔네?’라고 말 걸어주시던 분도 계시고.

: 어르신들께 혼난 적은 없나요?

U : 처음 알바 했을 때는 고기에 대해서 잘 몰랐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손님들께 역으로 많이 혼나고 배웠죠. (웃음) 아가씨 국거리에는 이거보다 이게 낫지! 이러면서. 지금은 이제 감 잡아서 추천도 해요. 드센(?) 어르신들은 계셔도 진상 어르신들은 잘 없어요.

: 내년에도 이 알바를 하실 건가요?

U : 네, 할 거예요. 마트 사람들도 너무 좋고, 손님들과 수다 떠는 것도 재밌고, 요리에 관심이 있으니까 고기에 대해 배우는 것도 쏠쏠하고.

: 그럼, 마트에서 다른 코너의 알바를 해 볼 생각은 없어요?

U : 굳이 한다면 카트나 진열 알바? 손님 상대할 일이 별로 없어서 편할 것 같아요. 한자리에 계속 있는 것보다 계속 옮겨 다니니까 휴게실에서 쉴 틈도 있고. 아, 주차장 알바는 하라고 해도 안 할 것 같아요. 손님들에게 욕 먹고, 매연 먹고,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덥고. 그리고 한다면 도시 마트 말고 시골 마트에서 하고 싶고.

: 도시 마트는 왜요?

U : 글쎄요, 제가 들은 곳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직원들이 손님들이 다니는 길로 아예 못 다니게 한다는데요? 아예 지하로 내려가서 움직여야 한다고 들었는데. 화장실도 같이 못 쓰는 경우도 봤고. ( : 헐?) 왜 페이스북의 그 청소부 일화 있잖아요. 손님과 같이 엘리베이터 타서 죄송하다고 청소부 아줌마가 사과했다는. 없는 얘기는 아니죠.

출처 : https://twitter.com/e714/status/40215486092288000

출처 : https://twitter.com/e714/status/40215486092288000

: 아, 그거 진짜 말도 안 되는 건데.

U : 맞아요. 이건 다른 얘기지만, 제가 다른 곳에서 사무직 알바로 일하면서 서비스직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같이 일하던 분이 자기는 왜 마트 캐셔한테 굳이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내가 돈 주고 물건 산 거 계산해주는 사람일 뿐인데 인사 안 한다고 뭐가 문제냐고 물었는데, 생각보다 그 자리의 많은 다른 사람들도 동조하더라고요. 글쎄요, 그 생각 자체를 제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각자 다른 직업이 모여서 이루어진 게 이 사회인데…음…조금만 그 사람을 직업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봐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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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및 교정 / 저년이

글 / 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