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으레 SNS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발암썰’들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자기 피규어나 인형 같은 수집품들을 친척아이들(주로 ‘조카’들)에게 빼앗겼는데, 친척어른들(주로 ‘고모’나 ‘이모’들)은 “그깟 장난감 얼마 한다고. 어른이 유치하게”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비극적 대참사(…). 보기만 해도 열이 나는 그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추석이 두 달도 안 남았네요. 저런

저작권 상 썰들은 못 퍼오지만(...) ‘추석 사촌동생’이라고만 검색해도…!

저작권 상 썰들은 못 퍼오지만(…) ‘추석 사촌동생’이라고만 검색해도…!

‘키덜트’의 개념은 2002년 경부터 언론 기사에 등장합니다. 공식적으로 쓰이게 된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겁니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른’1)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2120570237, ‘아이같은 어른’ 식의 어떤 ‘개념’과 ‘증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죠. 하지만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되어 보입니다. 한겨레의 2008년 기사를 참고하면, 여전히 ‘변태’라는 시선이 잔존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죠.2)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263700.html

최근의 기사들을 훑어보면, 아직도 ‘키덜트’에 대한 시선은 뒤죽박죽입니다.3)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72041121 여전히 유치한 취미라는 시각도 있고, ‘힐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4)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495307&ctg=,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강력한 소비주체”라는 겁니다.5)http://www.ytn.co.kr/_ln/0102_201507251459182645

놀라운 사실 하나. 키덜트라는 개념이 등장한지는 10년이 흘렀지만 키덜트 페어는 이번이 겨우 2번째입니다. 대망의 인터뷰 마지막 편으로, 키덜트 페어를 주최한 (주)가족사랑전람을 인터뷰했습니다. 전국의 키덜트들을 찜통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코엑스로 모이게 한 사람들이 도대체 누굴까요?

Q. 지난해(2014.8)에 1회 키덜트 페어를 개최한 바 있는데, 다시 2회를 주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작년에 업계 최초로 ‘키덜트’라는 컨텐츠를 가지고 전시회를 진행했습니다. 제1회 페어가 ‘키덜트’를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올해의 목표는 ‘키덜트의 대중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키덜트=피규어 라는 인식 속에서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키덜트 문화를 찾고자 하였고, 그 결과 <류승호 작가 그 시절 그 거리 미니어처 기획전>, <GNF TOYZ 웹툰 피규어>, <마비노기X오프로스튜디오>, <모모트X스펀지밥>, <코카콜라&나이키 콜렉션> 등의 다양한 컨텐츠와 기획전을 선보였습니다.

이열(사진팀) / 그 때 그 시절 거리 기획전

그 때 그 시절 거리 기획전/이열 for Misfits

혹시 자네들도….?

Q. 주최측에서 생각하는 키덜트란 무엇인가요?

보통 키덜트란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의 감성을 가진 어른’이라고 표현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것으로는 키덜트를 정의하기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키덜트 문화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활력소가 되고 있으며, 키덜트는 자신의 여가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슬기로운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주최측은 혹시 자신이 키덜트라고 생각하시는지…?

올해 포토월에 있었던 <어벤져스 관계도>를 제작하기 위해 서울 키덜트 페어 사무국 직원들은 직접 마블 영화들을 챙겨보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며 영화 속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키덜트가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었고, 그들이 전시회에 간다면 무엇을 보고 듣고 싶을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무국 직원들은 서서히 키덜트가 되어가고 있는 단계인 셈입니다(!). 물론 스스로 키덜트가 되어  전시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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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소근소근)

Q. ‘키덜트는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키덜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고 있습니다. 점점 양지 문화, 주류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 과정이죠. 국내 키덜트 시장은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6)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716_0013796601&cID=10401&pID=10400, 많은 기업들이 키덜트족을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장난감을 수집하고 가지고 노는 어른들을 딱히 ‘키덜트’라는 말로 규정하지 않는 이유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키덜트족이 늘어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면 사회 인식도 거기에 따라가지 않을까요?

[system] 사무국 직원들이 과로사하였습니다

Q. 준비 과정, 진행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전시 콘텐츠는 ‘상품 카테고리’로 정해집니다.  ‘육아용품’, ‘인테리어용품’ 페어라고 하지, 주부 엑스포, 등산객 박람회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키덜트’라는 “대상”을 키워드로 하니, 어느 범주까지 전시품목으로 허용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참가문의가 들어오면 품목에 대해 사무국 직원들이 다 같이 의논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죠.

또한, 저희 ㈜가족사랑전람이 2014년 ‘키덜트’라는 주제로 ‘서울 키덜트 페어’를 개최한 후 많은 유사전시가 생겼기 때문에 차별적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아직 다른 키덜트 전시회들이 시도하지 않은 게임회사와의 기획전을 준비한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었죠.

예고 없이 찾아온 메르스도 어려움에 한 몫 했습니다. 하루빨리 관람객 여러분을 만나 저희의 전시를 보여주고 싶은데,  예정된 날짜에 운영할 수 있을 지조차 의문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평일보다 주말에 많은 분들이 찾아 와주셔서 입장 대기 시간이 저희의 예상보다도 훨씬 길어졌습니다. 의도치 않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내년에 이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 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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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아날로그 for Misfits

Q. 수많은 회사들이 참가했는데,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키덜트에게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품목만을 전시하자”는 것이 규칙이었습니다. 전시 주제와 맞지 않는 품목으로 전시회를 구성하는 것은 관람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Q. 참가자 중에는 어른 뿐 아니라 어린이와 가족 단위 참관객도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참관객들의 연령대, 남녀 구성 비율 등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경로별 입장객 자료가 취합되고 분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자료는 제공하기 어렵지만, 올해 기획 단계에서  2,30대의 청년층이 주요 타겟이었고 그에 맞춰 사전 홍보를 진행하였습니다. 예상대로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의 관람이 집중되었고, 저녁까지 연장된 관람 시간 덕분인지 직장인들의 평일 방문도 다소 상승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한 최근 ‘프레디족(Friend+Daddy, 친구 같은 아빠)’이 증가하며 전시 기간 내내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전시로 자기매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Q.  1회와 비교해서, 2회에서 아쉬웠던 점과 나아졌던 점이 있나요?

지난 페어는 ‘최초’라는 수식어 덕분에 생각보다 파급력이 엄청났습니다. 올해 전시에서는 작년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죠. 그래서 해외 히어로 캐릭터에만 치중해 있던 키덜트 컨텐츠에 국내 웹툰과 영화 피규어, 그 시절 그 거리 미니어쳐 등 다르고 특별한 볼거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웹툰을 즐겨보는 분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지만,히어로 관련 품목의 전시비중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Q. 키덜트페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키덜트 문화와 트렌드를 소개하고, 산업 업계에는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Q. 앞으로도 계속 개최하실 건가요? 어떤 방향으로 개최하실 예정인가요? 

네. 앞으로도 계속 개최할 예정입니다. 키덜트 문화를 소개하는 가장 큰 전시로서, 앞선 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겨진 많은 과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신문 기사를 읽어보면, ‘삼포 세대’들이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키덜트 문화란 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포기’와 ‘체념’의 관점은 페어까지 몸소 참가하고, 수십~수백 만원을 쓰는  ‘적극적 여가 생활’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불충분해 보입니다.

“일점호화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만든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는, “자기 존재 중에 쏟아 부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한 점(一點)을 골라 경제력을 집중해라. 스포츠카를 사려고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좁은 방에서 생활한다든지, 나흘째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풀코스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사흘 동안 분식으로 끼니를 때우라.”고까지 말합니다.7)http://www.kca.go.kr/brd/m_337/view.do?seq=1187&srchFr=&srchTo=&srchWord=&srchTp=&itm_seq_1=0&itm_seq_2=0&multi_itm_seq=0&company_cd=&company_nm=&page=3

이는 키덜트 문화, 어쩌면 취미 문화 전체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도덕 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이론의 ‘자아 실현의 욕구’가 굳이 세계 평화나 사회 정의 구현 같은 거창한 무언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양화, 다원화는 아직 교과서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 같다- 라고 하면 너무 ‘나간’ 말일까요?

 

편집 및 교정/요정

글/아니아니,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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