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를 다시는 무시하지 말자

우리는 퍼스에 올라오자마자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이력서를 왕창 뽑아 무작정 시티로 향했다. 막무가내로 가게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쥐어주고 오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하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알바지옥이나 알바몬스터 등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보고 ‘안녕하세요~ 알바지옥보고 연락드립니다. 주말 파트타이머 구하신다고 봤는데 맞나요? 아직 사람 구하는 중이시면 답장 부탁드릴게요!’ 가식이 덩어리진 문자를 먼저 보내고, 답장이 오면 면접을 보는 식이었다. 이곳은 조금 달랐다. 워홀러들의 글을 보니 이력서를 무작정 돌린 다음, 연락이 오면 면접을 보고, 면접을 본 다음 몇 시간 정도의 트라이얼을 거쳐 정식 채용이 된댔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발을 떼고 나니 쉬웠다. 어차피 지금 보고 또 볼 사람 아닌데 뭐, 하는 심정으로 보이는 가게마다 들어갔다. Hello, 인사를 건네고는 I’m looking for a job, do you have any job vacancy? 라고 물으면 됐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들은 대답은 ‘Sorry’였다. 간혹 친절한 직원들은 나중에 사람 구할 때를 대비해서 매니저에게 레주메를 전해주겠다며 내 이력서를 가져가기도 했다.

동양인이 카운터에 있는 경우는 이력서를 주고 오기가 그나마 쉬웠다. 저 사람도 동양인인데 나도 뽑아주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안정감이었다. 처음에는 카페를 위주로 이력서를 돌렸다. 한국에서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거니와 평소에 커피를 좋아했고 호주에 와서 60불이라는 거금을 들여 속성으로 바리스타 코스를 수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호주인들은 커피를 무지하게 좋아했다. 웬만한 카페들은 새벽 6시 반부터 문을 열었고, 그럼에도 카페는 늘 붐볐다. 그랬기에 대부분 경력자를 원했다. 것도 2년 이상. 심지어 experience in Australia and fluent English! 그냥 워홀러를 안 받겠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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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사정이 나았다. 서호주의 스타벅스라는 ‘Dome cafe’와 ‘Gloria Jeans coffee’는 인종에 관계없이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즉시 구글맵을 뒤져 인근의 돔 카페를 다 들쑤시고 다녔다.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 웹 사이트에서 다른 지점 한 번 지원해볼래? 우리는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지 않아(번역체잼)’ 였다.

여기서도 구직전쟁이라니..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수십 개의 가게에 지원을 했다. 일자리, 룸 렌트, 중고물품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Gumtree’나 ‘seek.com’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렸다. cafe/barista/cafe all rounder1)호주 카페에는 주로 바리스타와 카페 올라운더 두 포지션이 있다. 올라운더는 음료와 음식을 서빙하는 역할을 한다가 주된 키워드였지만 이내 바뀌었다. waitress, house keeping(호텔에서 체크 아웃된 방을 정리, 새로 set up 하는 일), kitchen hand(주방 보조) 등 워홀러들이 주로 포진되어있는 직종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온, 오프라인으로 이력서를 돌린 지 일주일째. 직업을 구하기는커녕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조차 오지 않았다. 들고 온 초기자금은 한 달 간 농장생활을 하며 다 탕진해 버렸고, 내 수중에 남은 돈은 300불 정도였다. 이마저도 다음 주 방값을 내고 나면 반 토막이 났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마침내(…보다 더 적절한 부사가 없다) 한인잡에도 지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인잡이란 한인 사장과 한인 코워커(coworker)들과 일을 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대부분 최저시급도 주지 않고, 트레이닝을 빌미로 단물만 빨아먹고  버린다는 등 악명이 높았다.

왜 악덕 한국 "사장님"은 어디에나 있는 것인가!!!

왜 악덕 한국 “사장님”은 어디에나 있는 것인가!!!

퍼스, 그 참을 수 없는 그리움’(퍼스 한인 커뮤니티, 이하 퍼참)에도 구인공고가 자주 올라왔던, 말로만 급여 협의라고 써놓고 트레이닝 2주2)심한 경우는 한 달도 있다. 혹은 60시간 무급 트레이닝인 곳도 있다고는 12불을 주는 곳도 많았다. 참고로 퍼스가 속해있는 WA주의 풀타임, 파트타임 최저 시급은 16.87달러였고(현재 17.29AUD) 캐주얼은 22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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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인잡 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돈이 급했기에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한인들만 찾는 당구장도 갔고 한식 고기 뷔페도 갔다. 그러던 중에 플랫메이트들로부터 괜찮은 이야기를 들었다. 퍼참에 올라오는 구인 공고 중에 가끔씩 공연장 청소하는 공고가 올라온다고, 새벽에 하는 건데 이틀 일하면 방값은 낸다는 말이었다. 선착순이니 매일 확인해 보라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부리나케 퍼참에 들어갔다. 하늘이 도운 건지 뭔지 때마침 공고가 올라왔다. 재빠르게 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냈다. 그렇게 고생길이 열릴 줄도 모르고.

to be continued…

   [ + ]

1. 호주 카페에는 주로 바리스타와 카페 올라운더 두 포지션이 있다. 올라운더는 음료와 음식을 서빙하는 역할을 한다
2. 심한 경우는 한 달도 있다. 혹은 60시간 무급 트레이닝인 곳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