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저 할 말 있어요! 리쓴 마 스토리

내가 3년 전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이야기다. 그 나라의 비자 특성 상 일자리를 가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고용계약을 우선 해야 했다. 내가 제공 받았던 정보는 얼마 안 되는 단순한 정보들이었다. 회사의 이름과 어떤 일을 하는지 대략적인 이야기, 근로시간과 임금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으니 어떤 일인지 사업장의 환경이 어떠한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도 영어가 주 언어가 아닌 나라라 정보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어쨌든 일은 해야 하니 최대한 고르고 골라 노동 환경도 괜찮아 보이고 임금도 괜찮아 보이는 곳과 계약을 했다. 고르고 골랐던 이유는 공개된 대부분의 노동 환경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워홀 지역은 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특히 농업과 어업은 말도 안 되는 노동 조건, 가령 잦은 야간 혹은 새벽 노동과 대중없이 긴 노동 시간을 내세우고 있었다. 아무리 농업과 어업이 특수하다 감안해도 너무한 조건들이었다.

나는 한.. 갑을병정… 무..?

어쨌든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부푼 마음을 안고 도착한 사업장은 내가 받았던 정보와는 180도 달랐다. 노동 시간은 더 길게 하길 바라면서 잔업수당은 주지도 않았다. 고용 계약 전 알려준 노동 강도나 노동 형태가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이 나라 제도 상 내가 원한다고 해서 사업장 변경을 할 수가 없었다.

KakaoTalk_20150609_154234679

??????

반면 사장이 일방적으로 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일하는 곳이 망하거나 할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이라 쓰고 강제 짤림잼)이 가능했다. 이 횟수마저 3회로 제한돼 있었다1)https://www.eps.go.kr/ EPS에서는 총 4회라고 하지만 4회라고 나와 있지만, 이건 3회 모두 변경 사유가 사용자나 사업장의 책임일 때만 한해서 1회 더 부여되는 것. 실제로 사업장의 책임으로 인한 변경이라 하더라도 사용주들이 귀찮으니 그냥 단순 계약 해지로 보고하는 경우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짐..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양 측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한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사업장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국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니 시키는 일의 강도도 정말 무지막지했다. 같이 일하는 그 나라 애들한테는 이렇게 절대 안 시키면서.

한번은 사장이 자꾸만 열정페이 수준을 강요하길래 좀 따졌더니 날 그냥 잘라버렸다. 근데 또 이 나라는 이상한게 잘리고 나면 2개월 만에 다시 일을 구해야만 한단다2)https://www.eps.go.kr/ EPS는 3개월이라 하지만 서류 상 퇴직이 처리 돼야 다른 사업장과 취업 계약이 가능하므로  실질적으로는 3개월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단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은 많이들 불법체류자가 됐다.

나처럼 사장 맘대로 자르는 경우는 그래도 일을 알아 볼 수나 있지 산업재해를 당해 어느 정도 회복 시간이 필요한 애들이라 해도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쨌든 일을 다시 찾고 시작해야만 한단다. 영어도 안 쓰는 나라라 말도 안 통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혼자 알아서 2달 만에 직장을 찾아보나 내 참. 그나마도 자꾸 사장이 고용 변동 신고를 늑장 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고용지원센터에서 일자리 목록을 던져줬는데 사업장들에게 전화는 또 어떻게 다 돌리나. 심지어 다들 영어도 못해서 그 나라 말을 다시 제대로 배워야 하나, 눈앞이 캄캄했다. 알음알음 알아보니 이렇게 불체자가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했다. 더욱 조급해졌다.

암 나러 노예! 디씨스 a Labor Contract!

여차저차 일자리를 하나 구했다. 급하게 구한 탓에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었다. 하긴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그런데 다니다 보니 자꾸 사장새끼가 정해진 노동 시간 외 노동을 하길 바라고 사람 속을 긁어 댄다. 지나가다 은근슬쩍 툭툭 만지기도 하는데 이게 우연인지 일부러 그런 건지 애매해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휴일에도 나와서 일하면 좋겠다는 눈치였는데, 차라리 노동법 어기면 신고라도 할 텐데 애매하게 굴어서 너무 짜증이 났다. 내 맘대로 그만 둘 수도 없고.

KakaoTalk_20150731_173909691

계약 기간이 1년 단위로 갱신되는데 저번에 한 번 잘려보니 일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걸 절감했다. 계약 기간 만료가 되자 엄청난 고민이 들었다. 사장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재계약 조건으로 내놓은 것이다. 퇴직금을 성의껏 챙겨는 주겠지만 많이는 못 주고, 잔업 수당은 못 주지만 연장 근로는 해야 한단다. 기본 노동 시간도 늘어났다. 기숙사비도 조금 올릴 거란다. 2개월 동안 일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해서라도 계약 해지를 당할까, 아님 더러워도 그냥 꾹 참을까. 이런 조건은 말이 안 되지 않냐고 따졌더니 사장은 쿨하게 계약 해지를 했다. 또 2달을 발품 팔아 일자리를 알아봤으나 사업장들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인력을 잘 구하지 않았다. 업종 간 이동도 되지 않아 다른 일을 구해볼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2달 동안 일을 구하지 못했고 채 2년도 체류하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가 되기 직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건 사실 한국 이야기야

사실 이 이야기는 다른 나라에 한국인이 워홀 간 이야기가 아니다. 워홀간 그 나라는 한국이고, 이야기에서 등장한 악명 높은  고용 제도가 바로 지금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EPS)라는 제도를 통해 비자를 발급 받아 한국에 입국한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부터 시행됐는데 그 전의 이주노동자 비자 발급 형식이었던 ‘산업연수생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산업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은 구글링을 조금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지나간 제도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001037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0033361.

불법체류자를 왜 보호해야 합니까!

지난주 첫 연재가 발행된 후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를 왜 보호해야 하냐’와 같은 것이었다. 해당 글은 ‘모든 불법체류자를 무조건 봐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몇몇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 고용허가제라는 제도에 자가당착의 문제는 없었나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이 글 전체의 요약이기도 하겠지만 워홀(인 척 한)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고용허가제는 그 자체로 불법체류자들을 많이 양산하는 조항들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는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아주 끔찍한 비인권적 방식으로 그들을 사지로 몬다.

한참 몇 년 전 뉴스에서 프레이밍한 것처럼 성폭력과 방화를 저지르고 살인을 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라는 노동 시스템의 함정으로 불법체류자가 된다. 혹시나 정말로 범죄를 저질러서 형사적인 처벌을 받고 자동으로 추방이 돼야 한다면 그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 법 앞에서는 평등해야 하니까. 다만 고용허가제라는 제도가 실제로 평등한 법안인지 오히려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는 반드시 살펴 보아야 한다4)사람 위에 법 없다.

위의 이야기 – 워홀을 간 ‘나’의 이야기 – 는 뻥이 아니다. 현실이다. 이 제도를 과연 사람과 사람이 동등하게 맺는 노동 계약으로 볼 수 있겠는가? 고용허가제는 누가 봐도 사용자 중심의 종속적 계약이다. 분명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고 아주 기본적인 인권을 향유해야 할 사람이지만 ‘남의 나라에 돈 벌러 온 주제’기 때문에 불평등함과 불편함을 모두 감수하길 강요 받는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도, 기계도, 일회용품도 아니다

흔히 우리는 불법체류자들이 강력범죄를 저질렀거나 고용 제도 기간을 넘겼거나 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이주노동자들의 범죄율은 정주민들의 범죄율에 비해 낮다. 매스컴에서 계속해서 이주노동자들의 범죄를 다루면서,  마치 이주노동자들의범죄율이 어마어마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인구 대비 범죄율을 살펴보면 이주민의 범죄율은  정주민의 범죄율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또한 그 범죄의 종류 역시 강력범죄보다는 경범죄가 많다5)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5799. 경범죄는 죄질이 심하지 않으니 봐줘야 한다는 말이냐고? 절대 아니다. 다만 발생한 경범죄의 대부분이 다른 나라의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어기는 범죄, 가령 도로교통법위반 같은 범죄라는 사실은 눈 여겨 볼만 하다.

고용허가제? 노예허가제?

체류 기간을 넘긴다거나 고용 제도에 따르지 않았을 때 불법체류자가 되지만 앞서 본 사례처럼 고용허가제는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에 종속되는 계약 관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인간적인 행태, 가장 기본적인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제한된 구직 기간 등. 때론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6)생각보다 정말 심각하다. 후에 다루도록 하겠다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 나와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어쨌든 불법체류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니냐고. 정말 불체자가 되기 싫었다면, 또 돈을 벌러 온 거라면 저 모든 불합리하고 동등하지 않은 노동 계약 조건을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일단은 꾹 참고 불법체류자만은 되지 않았어야 하지 않느냐고, 견딘 후 신고를 하든 후속 조치로 보상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정말 귀엽당8ㅅ8

정말 귀엽당8ㅅ8

한국인들조차도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노조도 탄압받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이 과연 얼마나 그 권리를 늦게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일단 법을 준수한 후 나중에 법을 개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다음 올릴 이주노조편(정말 많이도 쓸 건 가보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간략히 이야기하겠다. 누구나 알듯이 개인이 겪는 노동 조건과 환경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결성된 힘을 가진 집단이 바로 노조다. 이주노동자들 역시 그들의 노동권을 보장 받기 위한 노조가 반드시 있어야 했지만 10년이 넘게 인정받지 못했다. 올해 이주노조 합법화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이런 저런 정부의 핑계로 활동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7)노동부는 이주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지닌다는 근거로 현재 노조설립신고서를 계속해서 반려하고 있다.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꾸려진 거지 그럼 뭐하러 만드냐? 어용 노조나 만들던가ㅉㅉ 이 사회에서 저런 주장은 정말 순진하지 않나.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최소한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고용허가제는 결코 이주노동자를 동등한 주체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는 제도가 아니다. “우리가 너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겠으니 닥치고 고마워 하고 일해라.” 이게 21세기에 상식적으로 성숙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그 국가의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인가. 생각보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정말로 열악하다.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야간 노동,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는 산업재해, 그러나 제대로 산재를 보장 받지도 못한다. 후에 시의성을 고려해 이주노조에 대한 이야기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및 추방,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다음 시간에 또 봐요 제발~~~~

   [ + ]

1. https://www.eps.go.kr/ EPS에서는 총 4회라고 하지만 4회라고 나와 있지만, 이건 3회 모두 변경 사유가 사용자나 사업장의 책임일 때만 한해서 1회 더 부여되는 것. 실제로 사업장의 책임으로 인한 변경이라 하더라도 사용주들이 귀찮으니 그냥 단순 계약 해지로 보고하는 경우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짐.
2. https://www.eps.go.kr/ EPS는 3개월이라 하지만 서류 상 퇴직이 처리 돼야 다른 사업장과 취업 계약이 가능하므로  실질적으로는 3개월이 되지 못한다.
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001037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0033361
4. 사람 위에 법 없다
5.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5799
6. 생각보다 정말 심각하다. 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7. 노동부는 이주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지닌다는 근거로 현재 노조설립신고서를 계속해서 반려하고 있다.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꾸려진 거지 그럼 뭐하러 만드냐? 어용 노조나 만들던가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