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다들 보셨나요? 아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 같다. 예상 밖의 흥행으로 배우들과 감독이 특별 인터뷰까지 해서 미디어에서도 몇 번 문화 파트에서 크게 다뤘던 거로 기억하고, 심지어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하니 최소한 이름은 들어보셨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 이야기만 잔뜩 듣고 아직 보지 않았다고요? 괜찮다. 이 이야기 듣고 나면 더 재밌을 거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는 그저 그런 삶을 살던 에그시가 아버지가 지원했던 ‘킹스맨’이라는 조직에 합류하기 위해 겪는 사건과 세상을 구해야 하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한 히어로 스토리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를 특별한 영화로 만든 건 미친 것 같은 시나리오와 감독이다.

감덕후1)감독+덕후의 능☆력☆발☆산로 

아, 근데 혹시 그 소문 들어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킹스맨이 표절이라는 거.

나니????!???!!?!??? 표절이라니요..

나니????!???!!?!??? 표절이라니요..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그로니까요! 뎨동.. 원작과 모티프와 오마주는 있어도 표절은 없다. 설마 이 병맛 영화가 또 있을까. 표절은 아니지만 킹스맨은 여러 곳에서 감독(이라 쓰고 덕후라 읽는다.)이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가져왔다. 매튜 본 감독이야 말로 덕업 일치의 본보기..

(1) 아서왕

주인공 이름을 제외하곤 비슷한 게 없는 원작은 패스하고, 킹스맨 조직은 아서 왕의 기사를 복사 붙여넣기 했다. 킹스맨 수장은 아서, 콜린 퍼스느님의 코드명 갤러헤드, 멀린 등등 모두 기사 이름이다. 그런데 킹스맨은 이 원탁의 기사 이름만 가져온 걸 넘어서 기사들의 특성까지도 일부 모티프를 따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단 원탁의 기사에서 바람과 애욕을 담당하는2)왕비 기네비어와 불륜을 저지르고 성별과 무관하게 매력을 뽐냈다고 기록되어있다. 랜슬롯은 초반에 잠깐 나오지만, 이후 다른 킹스맨들과는 조금 다르게 총 한 발을 쏠 때도 굉장히 폼에 신경 쓰고 각을 잡는다. 심지어 유일하게 수트도 겨자색(…)에 필수 장착 아이템이자 콜린 퍼스에겐 섹시 아이템인 카메라가 달린 안경도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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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아서왕의 전설을 제대로 차용한 것 같은 부분은 에그시와 록시의 코드 네임이다. 에그시와 록시는 사건이 해결된 뒤에 각각 갤러헤드와 랜슬롯이 된다. 전설에서 갤러해드는 랜슬롯의 아들인데, 킹스맨 선발 도중 죽은 에그시의 아버지는 랜슬롯 후보였다. 록시의 코드네임인 랜슬롯은 용기를 상징한다. 록시는 고소공포증을 견디고 인공위성을 폭파하는 임무에 성공한다는 점에서 ‘용기’를 보여 준다.

(2) 올드보이

킹스맨 오마주 하면 가장 먼저 얘기가 나오는 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액션이 나오는 교회 학살 신이 올드보이의 장도리 신을 오마주 했다고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니 국뽕 아님.

(3) 007

그러나 진짜 감덕후의 덕질이 보이는 건 초기 007 영화에서 오마주 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다 가져왔다는 거다. 일단 악역 발렌타인의 조수인 ‘가젤’은 007의 악역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의족을 사용하는 건 <For your eyes only>에서 따 왔다. 이 영화는 심지어 포스터도 똑같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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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의족을 만들어 공격한다는 설정은 <Goldfinger>의 갈고리 손을 가진 악역에서 본 따왔다고 한다. 심지어는 킹스맨 음악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 중에는 초기 007 영화의 음악 감독이었던 사람도 포함되어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손꼽히는 성공한 더쿠…자신이 좋아하던 음악 감독이 자기 작품에 곡을 써준다니…!

감덕후의 사☆리☆사☆욕

뭔가 냄새가 나죠?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겠다는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냄새. 부럽다 돈 벌면서 덕질하고 사리사욕 채우다니. 우선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들의 이름을 킹스맨들의 본명으로 사용했다. 갤러헤드의 본명인 해리 하트는 친구의 성(姓)인 ‘하트’에서 가져왔고 아서의 본명인 체스터 킹은 그냥 친구 이름을 아예 가져왔다.

친구들 이름만 쓰다가 욕을 먹었는지 자신의 이름도 썼다. 그것도 무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가며! 갤러헤드가 발렌타인을 만날 때 ‘Mr. De vere(드 비어)’로 위장하는데, 이 드 비어라는 성은 매튜 본 감독의 친아버지의 성이다3)사실 출생의 비밀은 아니고 아주 어릴 때부터 친아버지와 교류 없이 양아버지와 살았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친구들 이름만 빌려온 게 아니라 열심히 은행에서 일하던 친구 자체도 끌고 왔다.

가장 왼쪽에 해맑은 남자가 체스터 킹, 가장 오른쪽이 퍼시벌 역의 매킨토시.

데헷 우리 영화 출연도 했다능. 매튜가 나오라고 했다능..

바로 랜슬롯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홀로그램으로 참석하는 장면에 감독의 실제 친구들이 등장했다. 가장 왼쪽에 있는 해맑은 사람이 진짜 체스터 킹, 가장 오른쪽에 있는 퍼시벌 역의 알라스테어 맥킨토시도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오래된 친구다. 심지어 맥킨토시 씨는 감독의 <스타더스트>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킹스맨을 본 덕후들이 대사 한마디 없는 퍼시벌이 너무 잘생겨서 구글링한 결과 영국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은행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시 출연료 아끼려고...?

혹시 출연료 아끼려고…?

배우들

배우 이야기를 하자면 콜린 퍼스를 빼놓을 수 없다. 콜린 퍼스는 킹스맨 액션씬에서 80%를 직접 촬영했는데, 스태프들은 56세의 로맨틱가이 및 백마 탄 왕자 이미지의 그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봐 연습이나 촬영 도중 다치면 치료보다 액션씬을 찍다 다쳤다는 인증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콜린 퍼스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트레이닝 기간이 악몽 같았고 매튜 본은 자기가 배역에 어울려서 캐스팅한 게 아니라 어울리지 않아서 액션이 처음이라서 역을 맡겼다며 울분을 토했다.

평소에는 이런 포동포동함을 유지하는 콜린 퍼스 씨(56세)

평소에는 이런 포동포동함을 유지하는 콜린 퍼스 씨(56세)

다리가 180도로 찢어지는 멋진 언니..! 가젤의 과거에 대해 다들 궁금해했는데 역시나 전직 댄서였다고 한다. 원래는 두 다리 모두 의족인 스노보드 선수 Amy Purdy가 맡기로 했는데 촬영이 연기되자 그는 2014 소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영화 출연을 거절했고 대신 스노보드 크로스 부분에서 동메달을 땄다.

2014 Winter Olympic Games - Season 2014

Amy Purdy. 이 분이 가젤 역을 맡았으면 더 상큼한 가젤이 되었을 것 같다.

스포일러 – 아직 보지 않으셨으면 쭉 스크롤 내리세요!

약스포

1. 영화 내내 아서는 ‘귀족’들의 킹스맨을 위해 에그시를 뽑는걸 꺼리는데, 아서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런던 외곽의 Cockney 지역 엑센트, 그러니까 런던 사투리를 쓴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Cockney 지역은 대부분 워킹 클래스(working class)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즉, 아서는 귀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 세심한 매튜 본..

2. 영화 마지막에 에그시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멀린이 불러준 비밀번호 ‘2625’는 휴대전화 키보드로 치면 ‘Anal’이 된다고 한다.(..) …(할 말 잃음.)

중스포

킹스맨에서 가장 출연료를 많이 받은 세 명은 콜린 퍼스, 사무엘 L 잭슨 그리고 마이클 케인인데 세 명 모두 죽었다. 누군가는 출연료가 너무 비싸서 속편에 출연시키는 부담감에 죽였다는(..) 소문도 있다.

강스포

물론 그건 그냥 하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현재 매튜 본 감독이 쓰는 속편에 해리 하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덕통사고 당한 어린 양들을 위한 추천 영화

1. 솔직히 콜린 퍼스가 최대 수혜자다. 콜린 퍼스가 보고 싶다!

: 그럼 1초의 망설임 없이 싱글맨을 추천한다! 일단 영화 내내 모든 남자가 톰 포드의 수트 혹은 니트만 입는다. 감독이 톰 포드이기 때문이다. 영상미와 색감이 좋다. 게다가 매튜 굿, 니콜라스 홀트, 리 페이스 등 키 크고 잘생긴 배우들은 모조리 나오는 또 다른 감독의 사리사욕 영화.

2. 에그시 역의 태론 에거튼에 치였다면? 청춘의 증언과 레전드.

: 청춘의 증언은 올해 개봉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청춘’들만 나오는 전쟁과 얽힌 삶을 다룬 영화다. 레전드는 올해 개봉 예정 영화고 갱의 두목 톰 하디의 사이코패스 애인으로 나온다.(어…엄청나…)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다.

3.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 그리고 스파이 물이 좋다면?

: 그렇다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혹시 스파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고, 콜린 퍼스가 너무 심각하게 잘생겼으며, 마크 스트롱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몸보다 머리를 쓰는 스파이 영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킹스맨때보다 팅테솔스의 콜린 퍼스가 더 잘생겼다!

4. 이런 병맛 B급 감성의 액션 영화가 취향 저격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 매튜 본 감독의 킥 애스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추천한다. 우선 킥 애스는 별 능력도 없는 학생이 쫄쫄이 하나 입으면 영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흥미롭다. 그러나 역시 고퀄의 액션이라는 점에서 킹스맨의 냄새가 난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좀비 영화다. 좀비로 변한 세상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좀비 영화다 보니 잔인한 묘사는 어쩔 수 없지만 코미디다. 분명 엄청난! 코미디다.

5. 난 그 짧은 순간에도 존잘을 알아보지! 랜슬롯 역의 잭 대븐포트에 심장 어택 당했다면?

Admiral_Norrington

: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의 약혼자 노링턴 제독이 바로 잭 대븐포트다. 이 때도 목소리와 미모는 여전했다.

다음에도 방구석에서 만나요~

   [ + ]

1. 감독+덕후
2. 왕비 기네비어와 불륜을 저지르고 성별과 무관하게 매력을 뽐냈다고 기록되어있다.
3. 사실 출생의 비밀은 아니고 아주 어릴 때부터 친아버지와 교류 없이 양아버지와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