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묻고 답해보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겠다. 절대로 글을 쓰기 귀찮아서라거나, 쓸 내용이 없어서는 아니다. 절대.. NAVER…

(주변인들과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이 자주 묻는 질문을 토대로 했다.)

왜 하필, 호주로 갔는지

1편에서 짧게 이야기했지만 원래는 캐나다를 가고 싶었다. 아니면 영국. 하지만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의 경우 일 년에 두 번(상반기, 하반기)만 뽑고, 영국은 일 년에 한 번만 뽑았다. 두 국가 모두 선착순 3천명으로 기억한다. 캐나다 워홀을 지원해보긴 했는데 광탈했다. 새벽에, 것도 방학 중에, 부빈 눈을 뜨고 홈페이지를 들어갔는데 지원시작 시간 10분 전부터 홈페이지가 버벅대더니 지원버튼조차 눌러보지 못했다.

뭐, 그렇게 캐나다는 나랑 인연이 아닌가보다 싶어 영국을 알아봤다. 영국은 유럽 내에서도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곳이었다. 한 달 생활비용만 3백만 원을 준비해야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게 호주였다. 언제나 워홀 비자 신청이 가능했고 비자를 받은 날로부터 일 년 내로 떠나기만 하면 됐다. 준비성이 제로에 수렴하고 충동성이 무한대로 발산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이었다.

호주 성매매 합법이라던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호주 갔다 온 여자들 인식 되게 안 좋던데…’, ‘호주 워홀 다녀오면 취업도 잘 안된대’, ‘워홀의 워킹이 성매매라던데?’, ‘일 못 구하고, 영어도 잘 못하는 한국 여자들 그런 데로 엄청 많이 빠진대’ 따위의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이었다.

진짜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진짜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그들의 저의는 알 수 없으나 꼭 내가 몸을 팔길 바라는 것만 같았다. 물론 주변에 많다. 그런 사람들이 워홀러들 이미지를 다 깎아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지금껏 이곳에 살면서 이래저래 들은 이야기가 많다 보니 저들에게 무조건 ‘호주 그런 곳 아니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나만 떳떳하면 된다는 거다.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동남아 여행 간다해도 나를 원정녀로 몰아세울 사람들이다.

영어는 잘했나?

솔직히 말하면 잘했다. except 스피킹…

스피킹 고자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아이엘츠 리딩 9.0에 스피킹 6.5, 토플 리딩 30점에 스피킹 20점. 독해와 듣기에 강하고 말하기와 쓰기에 약한. 한국형 영어교육을 받은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길을 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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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고 스트레잇… 앤 턴 레프트… 음… 저스트 팔로우 미!”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호주행을 결정하고 듣기와 말하기 공부에 집중(하려)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하나마나였던 것 같다. 집에서 미드 보며 따라하는 것도 나름대로 효과가 있긴 했지만, 일단 와서 입을 열어보는 게 더 도움이 됐다. 그리고 억양과 악센트 차이 때문인지 잘하던 듣기도 잘 안 되더라. 호주 발음 망했으면…. here을 히, where을 웨, water을 워어…. 귀차니즘이 폭발해버린 발음이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주방에서 키친핸드로 일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주방보조. 드라마 파스타 초반의 공효진 역할. 현재 상영 중인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 역할. 요즘 드라마 보다가 눈물 짰다. 쓸 데 없이 감정이입해서. 앞으로 연재할 내용의 대부분이 이 일에 관한 내용이니 답변은 여기까지만!

힘들지는 않은지?

원체 혼자 뭘 하고,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서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자취를 했었기에,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지 뭐’ 싶었는데 다르더라. 이곳에서의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라는 걸 매일매일 실감하는 중이다. 현재 생활이 딱히 싫거나 극고통을 받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한국이 그립다. 친구들 만나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싶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안암이 그립고, 6호선마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주로 3, 6, 9 주기로 홈씩이 온다던데 나는 왜 때문에 두 달마다 홈씩이 들이닥치는 건지. 사실 홈씩이라기보다 현타에 가깝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하고 싶었던 경험이라는 게 뭐였을까, 한창 예쁠 나이에 왜 나는 주방에 박혀서 설거지를 하고 새우를 까고 있지, 싶을 때가 있다. 특히나 요즘 심했다. 지인들이 유럽 여행 간 사진이 SNS의 타임라인을 정복하고 있기에. 그럴 땐 눈물 한 번 꾹 참고 스스로 되새긴다. 이건 내 인생에서 내가 배우는 값진 것들이다, 하고. 혹은 네가 한 선택이니까 징징거리지마. 스스로를 엄격하게 꾸짖기도 한다. 슬럼프에 빠졌다고 나태해지거나 자신을 놓아버리면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법이니까.

워홀 후의 계획은?

여행을 갈 생각이다. 원래는 워킹 1년을 꽉 채우고 가려고 했지만 무얼 하든 어딜 가든 빨리 적응하고 빨리 질려하는 성격 탓에 7개월만 있다가 여행을 떠나려 한다. 동쪽으로의 지역 이동도 고려해봤지만 현재 일하는 데서 6개월을 채우고 나면 비자 만료일까지 남은 기간이 애매해져서 고용도 잘 안 될 것 같고 무엇보다 레주메를 돌리고 트라이얼을 가고… 생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이상은 NAVER..

더이상은 NAVER..

내년에 복학을 하려면 여행을 5개월 안에 끝내야하는데 내 루트 상(이미 비행기표도 예매하고 다 준비해놨다) 5개월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아마 휴학을 한 학기 더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총 일 년 반 휴학하는 셈이다. 친구들이 너 군대 갔냐고 ㅎㅎ

준비한 질문과 답변은 여기까지다. 일을 구하고 도시 생활을 즐기는 모습은 다음 주부터 나올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고 이제 진짜 워홀기 되시겠다.

 

편집 및 교정 / 커밋

글 / 가오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