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키덜트는 덕후에요 아니에요?”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제 2회 키덜트 페어가 열렸습니다. 아이(kids)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보통 어릴 때 즐기는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어른이 되어서도 소비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데요, 이들을 위한 거대 규모의 ‘페어’가 열렸다는 겁니다. 키덜트계의 클래식인 피규어, 프라모델, 디오라마, 미니어처 등과 함께 이번 페어에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RC 모형 등도 폭넓게 아우를 뿐더러, 지갑을 안 열래야 안 열 수 없는 한정 콜렉션 등이 페어에 출몰했다고 합니다.

내 지갑을 열어… 열어버렷!!!!

세상 모든 오덕을 지지하는 미스핏츠도 이 소식을 듣고 취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모여랏 덕후!’하고 문을 열어제끼는 행사들을 안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저희가 가고 싶어서 간 거 맞습니다…

그런데 잠깐. 행사 이름은 분명 ‘2015 키덜트 페어’인데, 저희도 모르게 페어에서 선보이는 물품들을 읊다 보니, 이것이 덕후 페어인지 키덜트 페어인지 도통 모르겠더란 말입니다. 그러다가 ‘키덜트는 덕후인건가, 아닌 건가’ 라는 궁금증이 딱! 떠올랐습니다.

키덜트는 뭘까요? 키덜트 콘텐츠라는 건 뭘까요? ‘페어’까지 열릴 정도로  미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키덜트 산업은 뭘 말하는 걸까요? 이게, ‘덕후’의 ‘덕심’을 하여금 자극하는 산업이 정녕 아니란 말인가요?

미스핏츠는 2015 키덜트 페어 현장에서 코스어부터 가족까지의 다양한 참가자들, 부스를 차린 개인 판매자들과 기업들, 그리고 페어 주최 사무국을 만났습니다. 키덜트 페어(아래 페어)의 의미, 키덜트와 덕후, 그리고 키덜트 콘텐츠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번 키덜트 페어 시리즈는 참가자, 판매자 , 주최측 인터뷰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심층 분석 기사가 되겠습니다. 먼저 무더위를 뚫고 코엑스에 출몰한 참가자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코스프레 하고 오면 무료라면서?

그래서 취재팀도…!

페어엔 다들 어쩐 일로 오셨쎄요?

페어에 입장하자마자 입장료가 공짜라는 소식에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되어 페어의 문을 두드린 참가자를 만났습니다. “지난 금요일(24일)에 스타워즈 팬클럽 사람들과 함께 한 번 왔었는데, 코스프레를 하고 오면 무료라고 해서 오늘 코스프레를 하고 왔다”고 밝힌 제다이씨는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가 스타워즈 DVD를 보여주는 바람에 입덕하게 되었다”고 수줍게 입덕 계기를 밝혔습니다.

죄송합니다… 광선 검의 영롱함을 담아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코스프레는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스타워즈 팬이라고 밝힌 카메라맨씨는  “스타워즈 팬카페에서 소식을 접하고 달려 왔다”며 “작년에도 스타워즈 때문에 페어를 방문했었다”고 합니다.

본진 팬클럽에서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온 분들이 있는가 하면 커플, 혹은 가족끼리 주말 나들이 삼아 페어를 방문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미스핏츠 취재팀이 만난 한 커플은 방송과 광고를 통해 페어 소식을 접한 후, 관련 조사까지 하고 참가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페어이지만, 작년의 좋은 추억을 품고 재방문한 참가자들도 상당수였습니다. 2년 전부터 밀리터리 모형 조립에 취미를 붙인 분은 가족과 함께 페어를 방문하셨는데요. “작년에도 왔었고, 올해도 가족들을 데리고 참가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이와 나란히 페어를 방문한 중후한 안경남님  역시 “작년에 왔을 때 재미있어서 올해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며 “나는 아이언맨을 좋아하고, 아들은 스폰지밥을 좋아하니 같이 올만 하지 않느냐”고 온 이유를 밝혔습니다.

[6]훈훈한 아버지와 아들.  녀석…훌륭한 키덜트가 되겠구나….(흐뭇)

자네, 만족하였는가?

그러면, 넓고 넓은 코엑스 D홀에서 펼쳐진 페어는 그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참가자들을 만족시켰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간 부족한 듯합니다. 덕후는 덕후 나름대로, 가족 참가자는 가족 참가자 나름대로, 둘러보러 온 분들은 둘러보러 온 분들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모습이었습니다.

로우씨. 취재팀 발카 죄송합니다… 비율을 파.개.한.다.

원피스의 트라팔가 로가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퀄리티의 코스프레를 보여주신 참가자 로우씨는  작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체험 활동이 줄어들고, 판매 위주가 된 것 같아 아쉽다”며 “아이들이 피규어를 만들거나 직접 그림을 그려 보는 체험 활동이 있기는 하지만,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언맨-스폰지밥 부자 역시 “우리 아들처럼, 초등학생이나 더 어린 아이들이 할 만한 체험 활동이 부족했다고 느꼈다”며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들을 위한 체험 활동이 보완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두 스타워즈 덕후는 하드코어 덕후를 위한 콘텐츠가 적음을 개탄했습니다. 카메라맨씨는 “작년보다 전시 종류가 많아진 것 같긴 한데, 그러면서 대중성과 오덕성(!!!)을 둘 다 잡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제다이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 같은 팬들은 아무리 제품이 비싸도 덕심을 자극하면 사거든요. 저도 15만원 쯤 되는 스톰트루퍼 피규어를 샀고요. 그런데 이번 페어에서는 어벤저스나 스폰지밥 등 대중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쪽만 큰 규모로 전시하고, 정작 매니아층을 위한 아이템들은 별로 없었어요. 금요일과 일요일, 두 번이나 왔는데 별로 살 게 없었어요.

밀리터리 모형 조립 2년차인 그 분 역시 “행사 내용이 기존 업체들의 상품 판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아쉽다”고 답해 주셨습니다.

아 좀 사고 싶어서 왔는데 왜 팔지를 않아 팔지를

당신은 키덜트? 덕후?

미스핏츠 취재팀은 페어에서 만난 모든 참가자들과 함께 키덜트-덕후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키덜트는 괜찮아 보이는데 오덕은 부정적인 어감이라 속상하다’ 파.

“저는 키덜트나 덕후나 똑같은 의미인 것 같은데, ‘키덜트’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반면에 덕후는 좀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더라고요. 어디 가서 ‘나 스타워즈 덕후야!’하고 말하면 그냥 올드한 취미를 가친 고등학생 씹덕후(…)로 생각하시더라고요(…)” – 제다이씨

“두 단어가 의미는 비슷한 것 같은데, 키덜트라고 하면 영어라서 멋있어 보이고, 오덕은 비주류라는 느낌을 형성하는 것 같앙. 사실은 뭔가를 깊이 좋아한다는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건데. 단어 차이가 이미지 차이로까지 번지는 느낌?” – 카메라맨씨 (30세 스타워즈 덕후)

“덕후는 일본에서 들어온, 뭔가 집착하는 느낌이지만 키덜트는 우리나라에서 건전하게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덜 들어요.” – 20대 커플

“저는 코스프레 기획을 15년째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키덜트가 무언가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에 덕후는 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있어요. 생각만큼 덕후가 나쁜 게 아닌데…!!!” – 로우 씨

한편 한 달에 취미생활에 얼마 정도를 쓰냐는 질문에 아내의 시선을 피해 취재팀에게 조심스럽게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신 밀리터리 모형 그 분은  “키덜트와 오덕의 의미는 좀 다른 것 같다”며 “키덜트는 관심이 있는 정도, 오덕은 관심을 넘어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답하며 오덕상위론을 펼쳐 보이셨습니다. 그 날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가오나시 코스프레를 위해 온 몸을 검은 천으로 뒤덮는 용기를 보여주신 코스어 분 역시 “키덜트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른이면서 캐릭터의 외형을 좋아하는 거라면, 오덕은 캐릭터의 외형 뿐만 아니라 성격과 스토리, 내면까지 생각하면서 그의 총체적 모습을 영접하는 일”이라고 격하게 오덕상위론의 손을 들었습니다.

진짜…이건 실제로 봐야 씹덕터짐…. 펭귄을 안고 있는 가오나시라니…!!!!끄앙!!!!!!

키덜트면 어떻고 덕후면 어때 즐기면 되는 거지

룰루랄라

스스로를 덕후라고 정의하는 경우에도, 또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덕후와 키덜트에 대한 나름의 논쟁은 미스핏츠 취재팀의 키덜트-덕후 혹은 덕후-키덜트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코스프레를 통해 온 몸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명실상부한 덕후부터 스폰지밥을 좋아하는 아이 손을 붙잡고 오신 아버님까지 모두, 키덜트와 덕후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죠. 그러나 공통으로 나오던 의견은 두 가지.

  1. 덕후라는 단어는 키덜트라는 단어보다 부정적이다.

  2. 덕후가 키덜트보다 상위 개념인 것 같다.

2회째를 맞은 페어 역시 덕후와 키덜트, 혹은 그 중간 즈음에 있는 ‘오호 나도 한 번 해볼까 파’ 모두를 아우르려다가 뭔가 페어의 성격이 애매-해 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관심있는 무언가에 대해 ‘즐기는’ 자리로써 페어를 즐기려고 왔지만, 올해 페어는 영 밍숭맹숭 – 해서 그 어떤 쪽의 호응도 제대로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참에 입문 – 중급 – 하드코어 레벨로 아예 페어 단계를 구분해 보시는 건 어떤지 피규어, 프라모델, RC 모형 등 ‘혼자만의 취미’ 혹은 ‘덕질’로만 평가받던 제품과 종목, 분야들이 페어로 ‘양지화’ 된 것은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덕후와 비덕후와 키덜트와 예비 키덜트와 나들이하러 나온 가족(…)들의 속내는 싱숭생숭했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키덜트 페어에 비싼 대관료를 부담하고서 참가한 개인 및 기업 판매자들을 만나 봅니다.

 

취재 및 작성/ 보리, 몰래

편집 및 교정/ 랫사팬더, 저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