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예술’.

두 단어는 일견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이 둘 사이의 오래된 연계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500년 전, 메디치 가의 막강한 부가 뒷받침하지 않았더라면 르네상스 운동은 과연 그 정도의 영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이제 돈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이른바 ‘문화 마케팅’의 등장이다. 성공과 실패, 타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TV 광고, 한류, 전시회, 콘서트 등의 ‘문화 마케팅’이 우리의 생활 속에 이미 녹아들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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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음악은 ‘생동감’, ‘젊음’의 이미지를 노리는 기업들에게 좋은 타겟이다.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 CJ가 지산 락 페스티벌을 인수하여 안산 락 페스티벌로 새로 개최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이 락 콘서트를 여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를 통해서 더 좋은 아티스트들과, 더 나은 공연 환경과 음향을 향유할 수 있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번 24일 ~ 26일 열렸던 2015 안산M밸리록 페스티벌은 주최측인 CJ가 좋은 이미지를 얻기는 커녕, CJ에게 커다란 상처만 남길 공산이 커졌다. 현재, 안산M밸리록 페스티벌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1)한 네티즌의 인기 댓글은 “어떤 욕이 올라올지 보는게 이 페이지의 매력인거 같아요”이다.는 참가자들의 불만들로 가득하다. 우선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경호업체 ‘강한 친구들(아래 강친)’에 모욕적인 언사와 폭력을 당했다는 괴이한 풍문이 들렸다. 곧이어 강친 대표가 이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림으로써 풍문은 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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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도중에, 한 참가자가 경호업체 직원에게 맞아서 심각한 중상을 입었고, 영구 장애 판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SNS를 타고 퍼지고 있다.  이번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장동현(25세, 대학생)씨는 안산 락 페스티벌에서 진행 요원에게 맞아 안와골절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후속 진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장동현 씨의 CT 사진.  장동현 씨 제공

장동현 씨의 CT 사진. 장동현 씨 제공

이 사건과 관련해 안와골절 판정을 받은 참가자 장동현 씨(이하 장씨), 주최측 CJ E&M 정수영 음악콘텐츠홍보팀장(이하 정 팀장)의 입장을 들었다.

바리케이트 존에서 눈 주변을 가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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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케이트 존을 직접 그림판으로 설명해준 장동현씨(…) 감사합니다(…)

장씨는 “장기하 씨가 강한 친구들(이하 ‘강친’)에게 폭력을 당하는 것을 말리다가” 진행요원의 머리 박치기에 눈 주변을 가격당했다. 그는 “장기하 씨는 첫날 공연 후, 두 번째 날2)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은 2박 3일이었다부터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슬램 존에도 들어와서 관객들과 함께 놀기도 했었다” 면서 “‘바리케이트 존’이라고 이번에 안산 측에서 새로 만든 무대 바로 앞 공간이 있는데, 이 곳은 안전요원들이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는 곳인데다가 입출구도 정해져있고 요원들이 지키고 서 있어서 사실상 차단된 공간이었다. 여기서 슬램을 할 때마다 안전 요원이 물리적 제재를 가했는데, 둘째날 바리케이트 존 안에서 슬램을 하는 도중 이를 통제하러 온 진행 요원을 장기하 씨가 설득하고 돌려보내기도 했다” 고 이틀 간의 바리케이드 존 상황을 설명했다.

눈 주변을 가격당한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장 씨는 “셋째 날, 슬램존에서 사람들이 장기하 씨를 알아보고 서핑을 시키려 들어올리자마자 안전요원이 들어와서 장기하 씨의 목을 한쪽 팔로 휘감았다”고 운을 뗐다.

관중들이 장기하 씨를 들어올리던 와중 안전요원이 장기하의 목을 감아올려, 그를 들어올리던 관중들이 넘어지고, 그걸 본 다른 관중들이 도와주려고 몰려든 것이다. 장 씨는 “안전요원이 흥분해서 사람들한테 폭력을 휘두르려고 해서 내가 그걸 저지하려고 뒤에서 감싸 안았는데 안전요원이 뒤로 머리박치기를 시전(…)해서 눈을 가격당했다”고 회고했다.

...이거?

…이거?

장 씨를 떼어내려다 요원이 실수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장 씨는 실수가 아닌 의도적 가격이었다고 주장한다. “안전요원을 A, 나를 B라고 할 때 B가 A의 배를 안은 상황에서 A가 이걸 풀려고 고개를 앞으로 팍 숙였다가 갑자기 뒤로 확 제쳐 박치기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라. 결박무술의 일종이라고 들었는데, 이는 명백한 폭력 행위이다.”

장 씨는 ‘아무리 관객을 제압하는 것이 진행 요원의 대처 중 하나였다고 해도 보호해야 할 대상인 관객에게 위해를 과해서는 안 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신이 당한 ‘박치기’를 목격한 사람이 많으며, 증인을 서 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현재 꾸준히 연락을 보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황에 대해 CJ E&M측 정 팀장은 “경호업체 측에서 들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요원은 관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인데, 관객을 구타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부상’과 ‘폭행’은 명확히 구별되어야 하며, “부상이냐, 폭행이냐에 따라서 보상과 사과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현재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잉 통제? 안전 보호?

장씨는 “평소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이하 ‘락페’)와 펜타포트 락페를 주로 방문했고,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방문했다. 그러나 “다른 락페에서 다른 용역업체를 쓰지도 않고, 다른 페스티벌에서 본 요원들도 여기 많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다른 페스티벌에서는 이런 식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전혀 조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다른 콘서트에 비해서 락 페스티벌은 큰 사고가 일어나기 더 쉽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마땅하다”며 “관객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진행과 과잉 통제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락페스티벌만의 문화를 침해했나

maxresdefault강렬한 음악에 맞춰 관객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노는 슬램,  서로 마주 보고 길게 늘어져서 선 후에 일제히 서로를 향해  돌격하는 월 오브 데스 등 락을 즐기는 팬들만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한 처사라는 비판에 대해서 정 팀장은 “우리는 슬램 같은 락 페스티벌의 고유 문화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슬램을 하다가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경호원이 그때 개입하게 되고, 각 상황에 대한 판단은 경호원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갑자기 관중들이 서로 몸을 부딪히고 휩쓸리는 상황에서, ‘슬램’ ’에 대한 객관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호원들은 관객들의 안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위험해지면 관객들 스스로 스크럼을 짜서 보호해주고, 잃어버린 물건을 주으면 함께 외치면서 찾아주는 등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하고 고민하는 것이 락 페스티벌(아래 락페)의 문화라는 것이다.

진행요원님들 외강내유랍니다 글내려주세요

진행요원님들 외강내유랍니다 글내려주세요

장씨는 락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이해 없이 요원들을 도입하다 보니 폭력적인 언행이 빈번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놓고 주먹다짐같은 폭력이 가해지지는 않았지만, 내 지인은 펜스 안쪽에서 안전요원들이 ‘씨X 새X들 날뛰면 팔찌 다 잘라 버려야지’ 이런 귓속말을 하는 걸 들었고, 서브스테이지에서는 관객이 통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후레쉬, 레이저포인트로 눈을 쏘았다” 고 전했다.

슬램 하는 관객 말고 밴드도 서핑 금지요 ㅋ

진행 요원 측의 ‘과잉 통제’ 논란은 관객 뿐만 아니라 밴드에게도 ‘얄짤’이 없었다. 밴드 21pilots는 한국인 통역사까지 불러가면서 관객들의 목마를 유도했지만 관중들이 목마를 타자마자 안전요원이 이를 바로 진압했고, 밴드 OK GO는 관객들 위로 서핑을 타려고 펜스에 올라갔더니 안전요원들한테 붙잡혀서 무대로 강제로 옮겨졌다. 또한 유투브에는 프레스증을 건 외국인 기자의 촬영 요원을 진행 요원들이 막는 모습 등도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이분들 이제 OK GO 아니라 NO GO랍니다

이분들 이제 OK GO 아니라 NO GO랍니다

“맞은 후, 공연 끝날 때까지 펜스에 마냥 기대 서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장씨는 현장에서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했다. 그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바리케이드 존의 펜스에 기대어 그냥 눈만 부여잡고 있었다. 바리케이드 존의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고 요원들에 의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데다 다른 관객들까지 있으니 쉽게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지막 무대인 푸파이터스의 무대가 끝나고 나서야 공연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으며, 그대로 울산 학교 기숙사까지 돌아온 후 다음날 아침에야 안과를 갔다”고 전했다. 장 씨는 “주최 측에서 나의 부상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사비를 털어 안과에가서 CT를 찍고 안와함몰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목요일(30일)에 나올 수술 최종 진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장씨의 부상 및 사후 조치에 대해 정 팀장은 락페 현장에서 보고 받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정 팀장은 “이번 장기하 사건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주최 측이 바로 관련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하며, “현장에 배치한 직원들이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았더라면 미리 갖춰진 매뉴얼에 따라 의료 조치, 보험 조치까지 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직후는 그렇다 쳐도, 이틀 뒤까지 이들은 무엇을 했나

위 짤은 기사의 맥락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절대로 절대로요

위 짤은 기사의 맥락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절대로 절대로요

오늘(28일) 오후 한 시, 장씨는 ‘강친’의 연락을 받았지만 CJ 와는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강친’이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사과했고, CJ 관계자와 대구에 내려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눈 수술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고, 수술이 끝나야 제대로 된 대면이 이루어지지 않겠냐” 고 반문했다.

또한  “CJ측은 도무지 연락이 안된다”라고 하면서, “연락 받은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연락처도 없다. 오죽하면 CJ E&M 고객센터에 접수를 해놨겠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고객센터에 접수 한 지 몇 시간이 지난 오후 두 시에서야 장씨는 CJ E&M 측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을 노출해 아쉽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펜타포트와 더불어 2대 락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입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관계를 올바르게 따져서 사과할 건 사과하고, 배상할 건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스핏츠 취재팀은 ‘강한 친구들’ 측에 수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We will rock you (x) , We will fxxk you (o)

26일 안산 M 락 페스티벌이 끝나고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참가자는 27일 저녁까지도 두 회사로부터 어떠한 직접적 연락도 받지 못했고, 모든 병원비를 자신의 사비로 처리했다. 만약 이들이 조금만 참가자들과의 소통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실관계 파악을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장 씨가 안산 락페 주최측의 전화번호를 찾지 못해 CJ E&M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는 촌극까지는 낳지 않았을 것이다.

장 씨는 “구타 논란 뿐만 아니라 전반적 운영 자체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M 밸리 록 페스티벌 페이스북 계정에만 들어가도 셔틀버스 운행 문제, 진흙과 모기 문제, 상점 문제, 휴식 공간 문제, 샤워실과 캠핑장 문제 등 참가자들이 댓글로 불만을 쏟아내는데 주최 측은  ctrl c+v 의 무한 반복 답변만이 전부라는 것이다.

좋은 라인업은 록 페스티벌의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객과 아티스트의 소통, 관객들 사이의 소통 ,록 페스티벌 특유의 짜릿하고 흥겨운 분위기와 낭만 등이 없다면 그것은 ‘록 디스플레이’지 ‘록 페스티벌’이 아니다.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언가를 문화와 예술이라고 부른다.molle2

CJ는 공식 홈페이지, TV와 영화관 광고에서 “문화를 만드는 일은 CJ가 가장 잘 하는 일”이라고 외친다. CJ는 이번 M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무슨 ‘문화’를 만들어 냈는가?

취재 및 작성/ 몰래

편집 및 교정/ 랫사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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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네티즌의 인기 댓글은 “어떤 욕이 올라올지 보는게 이 페이지의 매력인거 같아요”이다.
2.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은 2박 3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