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혼란한 디스전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대중적 힙합 음악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산이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산이는 한국 힙합 리스너들 사이에 가장 논란이 많은 랩퍼들 중 한 명이다. 산이를 ‘랩 지니어스’로 추앙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랩병찌’(랩 병신 찌질이)라고 부르는 무리도 존재한다. 힙합 관련 쇼 프로그램의 MC를 도맡아 할 정도의 재치와 말주변, 그리고 준수한 랩 실력과 외모를 갖추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짙어진 상업적 색채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된 랩퍼. 산이.

산이가 한국 힙합에 나타난 것은 2008년이다. 산이는 한국힙합에 ‘Ready to be signed’라는 믹스테입으로 등장한다.

<SAN-E – 산선생님>

당시 산이는 ‘S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잘나가는 지금과는 달르게 소속사도 없는 순전한 언더그라운드 랩퍼였다. 그러나 당시 산이의 등장은 한국 힙합 음악 리스너들 사이에 큰 파격이었다. 메이저 랩퍼들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진 산이의 노래는 힙합플레이야 게시판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산이의 이름은 리스너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산선생님’ 동영상과 믹스테입이 올라가 있던 산이의 블로그는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았고, 산이는 한국 힙합의 큰 기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산이가 주목을 받게된 이유가 ‘산선생님’ 하나만은 아니였다. 당시 ‘오버클래스’ 크루의 리더였던 버벌진트를 디스한 곡이 산이의 믹스테입에 있었기 때문이다. 산이는 믹스테입에 정식 수록된 ‘재밌쎄요?’ 라는 곡으로 VJ를 직접적으로 디스했다.

<SAN-E – 재밌쎄요?>

<Hook 부분 발췌>

그렇게 애들 갖고 놀고 나면(재밌쎄요?)

대놓고 잘난 척을 하면(재밌쎄요?)

King of flow 라 자칭하면(재밌쎄요?)

-> 가사에서 VJ는 자신을 King of Flow라 자칭했다.

You think im under ya feet nigga?(재밌쎄요?)

89년도 랩을 하면(재밌쎄요?)

-> 당시 VJ가 쌍팔년도 랩(촌스러운 랩을 조롱하는 말)을 까는 가사를 많이 썼기 때문에 산이가 ‘89 년생 랩’이라는 말로 VJ를 디스.  

네이버1등하고 싶었쎄요?(재밌쎄요?)

발음 그런식으로 굴리면(재밌쎄요?)

Don’t let me step on ya head (재밌쎄요?)


그렇지만, 산이의 디스는 진지한 디스가 아니었다. 산이는 ‘재밌쎄요?’ 곡 마지막에 “You know i was just kiddin’, VJ.”라고 말하며 자신의 디스곡은 버벌진트를 까려는 목적이 아닌, 순전한 장난이었음을 밝히고, “You are the king of flow and i’m king of nothing”이라 말하며 버벌진트의 실력과 위치를 인정한다.

버벌진트는 산이의 믹스테입을 듣고 산이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한다. 그 후, 산이는 버벌진트의 2008년 앨범인 ‘누명’의 ‘2008 대한민국’이라는 곡에 피쳐링하면서 메이져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또한 같은 해 11월, 당시 소녀시대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원더걸스의 노래인 ‘Anybody’에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피쳐링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다.

이 때만 해도 원걸이 소녀시대와 삐까뜨고 있었다ㄷㄷ 이 때 산이가 원더걸스의 노래에 피쳐링한다는 소식은 한국힙합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때만 해도 원걸이 소녀시대와 삐까뜨고 있었다ㄷㄷ 그래서 산이가 원더걸스의 노래에 피쳐링한다는 소식은 한국힙합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즈음, 산이는 진지한 디스곡을 내놓게 된다. 디스의 대상은 쇼미더머니4에 참가했던 피타입이었다. 당시 피타입은 힙합이 ‘폭력적인 잡종문화’라고 발언하며 한국힙합의 방향성에 대해 제고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낸적이 있다. 그런데 산이는 당시 피타입의 발언을 ‘한국힙합은 폭력적이고 제대로된 근본 없는 문화다’ 라는 모독으로 느꼈고, 그래서 디스곡인 Bye P-type을 발표하게 된다.

<Bye P-type>

<일부 발췌>

자기가 해탈을 한 마냥 풋 웃겨 참

힙합이라는 감정 그릇이 너무 작대

내 생각엔 그 그릇 다른 그릇 같애

니가 힙합을 버려? 힙합도 당신 꺼려

산이의 디스곡이 발표되자, 당시 피타입을 두둔한 제이켠이 ‘형이 좀 해’ 라는 노래로 피타입을 대신하여 산이를 디스한다.

<제이켠 – 형이 좀 해>

그러나 디스전이 점점 스케일이 커지게 되자, 산이는 힙합플레이야에 사과글을 올린다. 그리고 산이, 피타입, 제이켠의 디스전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 훗날 피타입과 산이는 화해하게 되고 심지어 2013년에는 ‘불편한 관계’라는 피타입의 곡에 산이가 피쳐링을하게 된다. 이 노래에서 피타입은 ‘우린 결국 한 여자를 사랑했을 뿐’ 이라는 가사를 쓰며, 산이와 피타입 모두 ‘결국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제이켠과 산이도 2010년에 산이가 제이켠의 앨범에 피쳐링을 하면서 갈등을 끝낸다.

그 이후, 산이는 별다른 디스 없이 평화로운 음악생활을 이어나간다. 산이는 2008년 이후 계속 ‘리얼 힙합’을 표방해 왔으나 2010년 이후부터 점점 대중가요에 가까운 음원들을 발표하면서 리스너들의 아쉬움과 불만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2014년,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먼저 디스전이라고 단정짓기엔 애매하지만 디스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노래인 ‘연결고리’에서 빈지노는 “이름있는 아이돌의 후렴에다 랩하는 아이디언 대체 누구껀데”라는 가사로 한국 가요에 대한 광역디스를 시전한다. 그런데 마침 쇼미더머니 3화가 끝난 다음 발표된 ‘쇼유더머니’라는 노래에서 “이름있는 랩퍼 랩에 아이돌 앉혀주는 아이디언 내껀데”라는 내용이 나오면서 쇼유더머니가 일리네어 레코즈에 대한 산이의 디스가 아니냐는 여론이 불거지게 된다. 하지만 산이는 이런 여론에 대해 “쇼유더머니는 일리네어 레코즈에 대한 디스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연결고리 SMTM 리믹스’에서 쇼유더머니는 절대 디스가 아니며 일리네어 레코즈와 자신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못 박는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리스너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고, 이 사건은 산이가 상당수 리스너들과 랩퍼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사건이 된다.

두 번째 사건은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디스전이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의 랩퍼인 비프리가 9월 발표한 ‘<My team> 이란 노래에서 직접적으로 산이를 디스했기 때문이다.

<B-free – My team>

<가사 일부 발췌>

난 등산을 하러 또 산을 가지 너네는 음악이 산을 가지

가지가지 별에별 개 지랄을 해봤자 절대로 소용없지

쌘척을 해봤자 나뭇가지 처럼 넌 뿌러지지

남의 욕하곤 또 아니라지 랩병신 찌질이 산이 같이

-> 쇼유더머니 사건을 지목하며 산이를 ‘랩병찌’라 부른다.


산이는 이 디스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년 후인 2015년,  산이는 MC그리와 함께한 ‘모두가 내 발 아래’에서 맞디스를 한다.

구라치면 패륜아!!!

구라치면 패륜아!!!

<SAN -E – 모두가 내 발 아래>

산이는 B-free의 노래인 ‘Hot summer’를 에프엑스의 ‘Hot summer’와 비교하며 비프리를 디스한다. 그러자 많은 랩퍼들이 인스타에서 산이를 조롱하기 시작한다. 박재범과 빈지노는 Hot summer를 틀면서 드라이브 하는 영상을 올리며 비프리를 두둔했고, 제리케이는 대놓고 산이의 상업적 태도를 비판한다. 그 외 수 많은 랩퍼들이 비프리를 두둔하자 산이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다.

산이는 비프리에게 이런 취급을 받았고, 비프리의 Hot summer는 산이 덕분에 멜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다. 본의 아니게 개이득 취한 비프리.

산이는 비프리에게 이런 취급을 받았고, 비프리의 Hot summer는 산이 덕분에 멜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다. 본의 아니게 개이득 취한 비프리.

산이는 뛰어난 실력을 가졌고, 힙합을 대중화시키는데에 기여했다는 말을 듣지만, 한편으로는 ‘리얼 힙합’을 지향한다면서 결국 대중가요와 별 다름없는 힙합음악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아직도 많은 리스너들은 쇼유더머니 가사가 일리네어 레코즈에 대한 디스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래서 ‘디스하고선 그 디스에 당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많이 듣고 있다. 어쨌든 산이는 현재 한국힙합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랩퍼 중 한명이며 한편으로는 가장 논란의 여지가 큰 랩퍼이다.

다음 연재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어그로를 끌었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 버벌진트가 등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