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쇼미더머니. 방송 될 때마다 소란스럽다. 특히 이번 시즌 4는 더하다. 송민호의 산부인과 가사와 블랙넛의 죽부인 퍼포먼스 논란에 이르기까지 매 회차마다 ‘성’과 ‘여성’을 건드리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송민호와 블랙넛은 대중의 비판을 직격으로 맞았다.

힙합 문화는 ‘이게 힙합이냐?’ 라는 논쟁에 휩싸이게 되었고, 쇼미더머니는 검색순위 1위가 되었다.(ㅆㅂ) 마케팅과 돈 욕심에 사로잡힌 엠넷이 더 문제인지, 거기에 장단 맞추는 랩퍼들이 더 문제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한창 논쟁이 벌어지는 중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번 시즌 쇼미더머니는 사고뭉치 마냥 사람들 혓바닥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 힙합은 원래 이런 음악이니?

힙덕으로서 송민호나 블랙넛의 행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해봤지만, 그 보다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힙합이 원래 이런 음악이냐?’ 라는 논란이었다. 힙합음악에 여성비하, 남성우월주의, 성소수자 차별 등의 내용이 나온 다는 말은 빼도박도 못하는 사실이다. 힙합 음악을 들을 때마다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Bitch” “Whore” “Slut” “Pussy” 등의 단어만 들어도 가슴으로 여성비하를 느낄 수 있고, 여성비하 단어 못지 않게 자주 쓰이는 “faggot” 이란 단어를 들으면 온몸으로 성 소수자 비하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힙합 음악은 원래 남성 우월 주의로 가득한 성 차별적 음악인가? 우월 주의까지 나가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나는 힙합에서 ‘적을 정복하고, 승리하고, 내가 최고라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뉘앙스의 ‘통념적인 남성성’(앞으로‘남성성’으로 지칭하겠다.)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I’m sick and ill”, “we the best” 같은 자부심 넘치는 가사나, 랩퍼들의 돈 자랑의 근본에는 ‘남성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원래 가난했지만 랩으로 돈을 벌어서 이렇게 좋은 집, 좋은 차를 샀어” 같은 ‘자수성가’에 대한 자부심, “난 존나 멋있고 랩 존나 잘해 그니까 내 앞에서 꺼져!” 처럼 자신이 노력으로 쌓아온 랩 실력에 대한 자부심. 어쩌면 이런 자부심과 남성성이 랩퍼들을 할렘가에서부터 대저택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돈자랑 말이다.

이런 돈자랑 말이다.

흑인들을 할렘의 바퀴벌레 나오는 쪽방에서부터 수영장 딸린 대저택까지 이끌어온 ‘남성성’. 그러나 이 ‘남성성’ 에는 어두운 측면이 있다. 많은 힙합 음악들이 “내가 랩으로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지”에서 끝나지 않고 “내가 랩으로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지. 난 진짜 남자야. 기집년같은 호모새끼들은 날 절대 못 따라와”로 끝나기 때문이다. ‘남성성’이 소수 계층을 무시하는 무기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변질된 남성성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 계층을 타자화하고 비하하면서 자신의 남성성을 더 굳건히 세운다. 여기에서 힙합음악의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가 나오게 된다.

이..이런 불끈불끈한 남성성...!!!

이..이런 불끈불끈한 남성성…!!!

이런 변질된 남성성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사실, 이 점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많다. 노예 생활을 하면서 흑인 남성들이 백인들에게 남성성을 훼손당했고, 그 훼손 당한 남성성을 보상받기 위해 소수 계층을 비하하게 되었다는 말도 있고, 변질된 남성성은 ‘흑인 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남성우월주의적 측면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말도 있다.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확답을 주기는 힘들다. 어쨌든, 힙합 음악의 내용에 소수 계층에 대한 비하와 남성우월주의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힙합은 원래 그런 음악이야! ㅆㅂ 스웨에에에액!!” 라는 일부 리스너들의 말이 맞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건 없다. 문화란 시간이 흐르면 변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힙합 역시 점점 변하고 있다.

쇼미더머니에 초청받은 미국의 랩퍼 스눕독. 스눕독은 원래 가사에 셀 수 없이 여성 비하를 담아 왔던 랩퍼였다.

이번에 쇼미더머니에 행차하신 스눕독 되시겠다.

이번에 쇼미더머니에 행차하신 스눕독 되시겠다.

스눕독은 여성 비하 문제로 흑인여성의 대모라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에 가디언지와 했던 인터뷰에서 스눕독은 자신의 여성 비하와, 과거를 반성하는 발언을 했다.


 

[가디언지 인터뷰 전문]

<인터뷰 일부 발췌>

“No, I wasn’t angry, I was having fun. See, what people don’t understand is we were brainwashed not to know. So, my whole life I was taught that it was OK to call a woman a bitch once you get in a position to have power. Once you became a pimp or a player that was the appropriate language to call a woman and she respected that. But as I became a man, and seeing that wasn’t the right way, I put a U-turn in and I changed direction. When you don’t know, you don’t know. When you know, you supposed to make a change and that’s what I did.”

<발로 한 의역>

아니, 난 (여성에게) 화난 것이 아니야. 나는 재밌어서 (여성비하를) 했던 거지.

사람들은 우리가 여성 비하가 나쁜 줄도 모른 채 세뇌 당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난 평생 “내가 그럴만한 위치에 있다면 여자를 Bitch라고 불러도 된다” 고 배워왔어. 그렇지, 만약 너가 포주가 되거나, 여자를 사게 된다면 여자(윤락 여성) 를 그렇게 불러도 될거고, 그녀는 거기에 수긍할거야.

하지만 나는 진짜 남자가 되었고, 그러면서 이것(여자를 bitch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서 나는 인생 전체의 방향을 바꿨지.  너가 (나쁜 것이 뭔지) 모를 때는, 그냥 모르는 거야. 그리고 너가 (나쁜 것이 뭔지) 알게 되면 너는 그것을 바꾸려 해야 할 거야. 그게 내가 한 일이야.


스눕독 외에도 미국 본토에서는 루페 피아스코, 에이샙 락키, 칸예 웨스트 같은 랩스타들이 여성비하를 비판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과거에 여성비하 가사를 썼던 에미넴 역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발언을 했고 많은 랩퍼들이 여성을 비하하는 가사를 지양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여성과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랩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수계층에 대해 지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는 역동적이다. 시간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식과 문화 역시 변화한다. 힙합도 그 변화를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만해도 “faggot!”을 외치던 랩 스타들이 이제 성 소수자들을 지지한다. 수십 년 동안 여성 비하 가사를 쓰던 랩 스타들이 자신의 언행을 사과하고 있다. 힙합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힙합이 소수 계층에 대한 비하를 고수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인터넷에는 “힙합은 원래 그런 문화야!! 존나 쌍남자의 문화라고!!” 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힙합 문화를 정말 사랑한다면 ‘현재’를 고수하기 보다는 좀 더 깊게 문화에 대해 이해하면서 문화의 방향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힙합은 원래 그런 음악이야!”

에휴.

세상에 ‘원래 그런게’ 어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