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성시대?

잡담 1. 비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사실 ‘외국인’이라는 존재(?)가 낯설지도 않다. 어딜 가나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학생이라면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등록하고 가지도 않는 영어 회화 학원에서라던가 스터디에서. 아니면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에서도. 아니면 요즘은 주말에 종로나 성수나 구로 근처로 가면 더 자주 맞닥트린다. 나 같은 경우엔 학교에 워낙 많아 근처 편의점에서 외국인들이 알바를 하기도 한다. 한국에 지금 체류 중인 외국인이 1,774,603명이라고 한다.

잡담 2. 몇 십 년 전 흑인은 노예였다. 그런 세계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그 당시 노예제도에 찬성한 몇 백인 나쁜 놈들. 그런데 2015년에도 영국과 호주에서는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한국인 포함 유색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여전히 그렇게 심하단다. yellow monkey, yellow cab, chink, banana…, gaesaeggid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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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알베스.. 멋져.. 위트있어..

잡담 3. 요즘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제노포비아에 관한 이슈가 꽤 떠들썩하다.  제노포비아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다. 제노xeno가 이방인, 낯선 사람이란 뜻이고 포비아는 그에 대한 공포나 거부를 의미한다. 유럽엔 항상 어느 정도 인종차별이 있어 왔고 최근에 경제가 나빠지자 외국인에 대한 배척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네오-나치즘 비스무리한 애들도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남아공에서 경제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자 외국인에 대한 배척이 심해졌고,  연일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을 폭행하다 못해 방화에 살해까지 한단다. 피해자들이 다쳐도 병원도 못 가고 있단다. 아주 막장이다1)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945427&plink=ORI&cooper=NAVER.

진짜 개새끼들 아닌가.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제노포비아라니. 이미 우리는 안다. 인종차별은 잘못된 거다. 백인 우월주의도 아시아인 비하도 모두 인종차별. 인종차별은 명백한 인권 문제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와 머릿속에 이제는 사실 세뇌됐다. 근데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 우리는 ‘인종차별은 잘못된 것’이라는 문장이 세뇌만 된 것은 아닌가. 저 문장이 어떠한 알고리즘으로 형성되었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 아니, 무엇이 인종차별인지 진짜 알고 있기는 한가?

한국의 인종차별은?

나는 한국에서 살면서 제노포비아를 굉장히 많이 봤다. 그런데도 자꾸 몇 사람들이 “인종차별은 나쁜 거야, 많이 나아졌지 이제. 우리는 친구, 비정상회담 짱!” 이라고 하는데  꼴보기 싫다 진짜.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게 됐다. 아닌 척 하면서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사람들, 합리적인 척하면서 말도 안되는 논리로 ‘그러니까 싫어~’라고 욕하는 사람들, 모두 함께 이야기 해보려고.

“야 우리는 한민족인데 아, 그냥 섞이는 게 싫어. 안 그래도 경제 힘든데 외국인노동자애들이 다 3D긴 하지만 그래서 오라 해도 난 당연히 그런 일 안 할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일자리 뺏는 걔네 뭐냐 외국인노동자 애들 짜증나잖아. 걔네 일만 조용히 할 것이지 일 끝나고 술 쳐먹고 난동 피우고 범죄나 저지르잖아. 아, 선량한 외국인노동자 애들은 괜찮은데 불법체류자 애들이 진짜 문제지. 일하러 왔으면 조용히 돈이나 벌고 가던가, 범죄 저지르고 법 안 지켜서 불법체류자 된 애들이 도망이나 다니고 몰래 일이나 하고. 걔넨 법 어긴 거니까 잡아 지네 나라로 보내야지. 아 이자스민, 자꾸 뭐 불법체류자들 보호하는 법이나 만들어, 짜증나게. 야 그리고 요즘은 결혼하는 그 외국인 아가씨들 그렇게 돈 떼먹고 많이들 도망간단다.”

왜 이주민들이 한국으로 올까. 돈 벌고 싶어서? 그렇지. 근데 돈 벌고 싶어서 오고 싶다면 무조건 올 수 있나 남에 나라에?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한국에 오게 된걸까? 한국에서 노동 환경은 어떨까? 산재는 되나? 근로 시간은 지켜지나? 노동 3권은? 보험은? 불법체류자는 어쩌다 불법체류자가 된걸까? 무슨 법을 안 지킨거지?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율은 얼마나 높을까. 이자스민은 근데 구체적으로 무슨 법을 내놓은 거지? 결혼 여성들이 입국 및 결혼하게 되는 시스템은 어떻지? 농어촌에서 외국인 여성 노동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을 겪지?

이거에 다 정확히 대답할 수 있으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엔 인종차별이 없고, 나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며, 불법체류자들은 다 처벌 받아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 미안한데 넌 그냥 핵노답이야…(깊은 한숨)

정말이야.. 넌 좀 심각해..

정말이야.. 넌 좀 심각해..

이 연재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의 민낯을 부끄럽지만 냉정하게 까발릴 예정이다. 특히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 말고, 인종차별인 듯 아닌 듯한 인종차별에 대해서. 또 이건 인종차별이 아니라 쟤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라는 정신승리에 대해서도.

근로자, 노동자

우선 본격적인 글에 들어가기 앞서 사용될 단어들에 대해 언급하겠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 외국인근로자 대신 이주민, 이주노동자가 사용된다. 위대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님께서 노동자 단어는 빨갱이 단어니까 근로자라고  쓰라셨지만  난 박정희 싫어하니까 노동자로 쓰겠다.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단어가 얼마나 권력을 가지는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박정희 각하께서는 노동자보다 ‘근로자’라는 단어를 쓰라고 했다. 이 둘의 구별과 그간의 적극적인 주입교육으로, 근로자란 말엔  근면 성실하게 국가나 기업을 위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담기고 노동자라는 단어에는 마치 북한 어쩌고(김정은 개새끼!) 비스무리한 거부감이 생겼다. 정부와 고용주의 말을 잘듣는 근로자만 일하는 사람이란 거다.

웃긴 건 이주노동자에 대해선 흔히들 외국인근로자가 아니라 외국인노동자라 칭한다는 것

노동자는 보다 너르게 주체적으로 육체 노동이건 멘탈 노동이건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난 이 글에서, 그리고 인생에서도(..)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단어를 선택하겠다2)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301311181&code=990303.

외국인?

외국인.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흔하다. 헌데 이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하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때론 변화하고 때론 퇴화하고 때론 발전한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과 정체성이 혼재하고 있는 이 시대에 ‘외국인’이라니. 다문화 사회에서 사람 개개인 하나하나를 규정하고 있는 혹은 채우고 있는 기준은 다양하거늘,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한국이 아니라는 국적’ 하나로 사람들 사이에 모든 정체성들을 지워버린다. 그러고선 한국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배타적 기준 하나로 그들 앞에 벽을 세워버린다. 그러나 이는 무의미하고 배타적이며, 때로는 인식 차별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정주민이주민으로 워딩하겠다.

사람이 불법?

불법. 불법인 사람이 세상에 어딨나. 불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마치 범죄를 저지른 사람 같다. 그러나 뒤에 나올 ‘고용허가제’ 편을 읽고 나면, 한국의 고용허가제 정책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불법이니 하는 기준은 결국 (기득권 혹은 힘을 가진) 누가 정하냐, 어떻게 정하냐 나름이다. 따라서 이 글에선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칭하겠다.

스펙트럼 위의 우리들

우리 모두는 스펙트럼 위에 서 있다. 어느 지점부터 정확히 인종차별, 네오나치즘, 제노포비아인는 누구도 규정할 수 없다. 즉, 경계가 애매모호한 스펙트럼 위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네오나치즘과 제노포비아에 나도 모르게 가까워질 수 있다. 그 스펙트럼에서 내가 얼마나 떨어져있냐 변명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 ‘나도 모르게’는 정말 나도 모르게 언론에서, 정치인이, 주변사람이,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프레임에 제노포비아가 ‘체화’되는 것이다.

이 글이 내가 ‘나도 모르게’ 혐오가 체화돼 있진 않은지, 내가 이주민에 대해 가진 거부감이 정말 타당한 거부감인지, 그리고 그 거부감이 제노포비아로 이어졌던 건 아닌지 한번만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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