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23분.

바로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하기에는 늦은 시각. TV를 틀어도 딱히 재밌는 게 없고,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최신이다. 혹은 할 일이 쌓였지만 지금까지 미뤄놓았고 이제와서 시작하자니 귀찮고 손에 안 잡혀 끄적대기만 한다. 그럴 때 노트북을 켜고 외장하드를 연결한다. 100GB를 차지하는 폴더가 뜬다. 그걸 누르는 순간!

Valhalla!!!!!!!

발할라(Valhalla)!!!!!!!!

아, 물론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오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일단 모든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애초에 그 큰 스크린에서 보라고 만들어졌으니까 우리호갱들은 돈을 쓰고 봐야지.

그렇지만 과자 한 봉지를 스윽 품에 안고 불을 끄고 방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큼 좋다. 혼자만의 영화관! 게다가 영화만큼 시침을 빨리 돌리는 것도 없다. 인터스텔라가 생각나네(..) 내 세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버스를 타고 나갈 일도 없고 씻을 필요도 없다. 영화관까지 가느라 땀 흘릴 필요도 없고, 돈도 ‘비교적’ 덜 든다. 이보다 더 좋은 킬링 타임이 어디 있을까!

나는 고등학교의 우울함을 그렇게 달랬다. ‘집-학교-학원-독서실-집‘, 이 무한 루트의 유일한 해방이 잠들기 전 한 두 시간이었다. 이불 속에 누워 다운 받은 영화를 보다가 잠들기. 엄마가 피곤에 찌든 내 얼굴을 보며 안쓰러워 할 때 마다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어쨌든 영화는 현실 도피 용으로도 좋다.

그래, 영화 한 편 보려고 노트북을 켰다고? 근데 뭘 볼지 모르겠다고? 어떤 영화가 재밌을지 모르겠다고? 알바 별점은 믿을 수 없다고? 평론가들은 고상한 척 한다고?(아 저는 평론가분들을 존경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맨날 똑같이 사랑하고 헤어지고, 총질하고 때리고 부서지는 영화는 질렸다고? 뻔하디 뻔한 영화 추천 레퍼토리는 눈감고 읊을 수 있다고?

그래서 준비했다.

‘영화가 x다’로 볼 땐 재밌었는데 돈 내서 보고 나니까 시간이 아까웠던 사람들을 위해

영화 덕심이 차고 넘쳐 영화만으로는 만족이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색다르게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하이에나를 위해

별점 알바에 속아 돈을 좀 날린 호갱들을 위해

집 밖에 나가는 게 귀찮은 집순이들을 위해

매우 ‘재미’ 위주이고 매우 ‘뒷이야기’ 위주인 영화 소개! 지금까지 쌓아온 덕력을 돌돌 굴려 알고 보면 재밌을 영화 뒷이야기만 골라왔다.

덕력을 굴리는 저년이의 방구석 모습.jpg

덕력을 굴리는 저년이의 방구석 모습.jpg

배우들이 영화 촬영 내내 싸워서 감독이 운 영화. 당신이 분명 보았을 유명한 영화지만 이런 장면에 이런 뒷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을 영화. 내가 아직도 네가 본 블록버스터로 보이니 당신이 잘생겼다고 점찍어 놓은 배우의 촬영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영화.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기분 따라 취향 따라 침대에 누워 천천히 골라 보면 된다.

그러니까 가십(Gossip)을 쓰겠다는 얘기야? 맞다. 가십이다. 이 영화를 추천 하는 이유와 더불어 영화가 나올 때 까지의 이야기를 내 친구 썰 풀듯이 풀겠다는 말이다. 감독이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촬영했는지, 어떤 장면은 죽어도 찍기 싫어했는지, 어떤 대사가 배우가 직접 넣은 대사인지. 이 사소한 이야기를 알고 나서 방구석에서 낄낄대며 영화를 볼 때의 재미란! 그 배우가 혹은 감독이 가깝게 느껴지면서 힘든 장면에서는 ‘어휴 힘들다고 울만 하네’, 배우가 바꾼 멋진 대사가 나올 때는 ‘오, 이 대사가 아니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정말 잘 했네’와 같은 수다스러운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덧붙여 약간의 있어 보임도(..)웬만한 사람들은 이런 뒷이야기 잘 안 찾아봐요..

20150223_1424701913_93307100_1

이..이정도는 아니고..

불법 다운로드 조장 글로 몰려 징계라도 먹을까봐 징계도 누가 봐야 먹지 미리 말하지만, 나는 영화를 돈 내고 받는다. 굿 다운로드를 권하고 나만 싸게 다운로드 받으면 부끄러우니까 소개한 영화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사이트나, 조금이라도 더 싸게 다운 받을 수 있는 방법도 각 편마다 소개할 예정이다. 잘 찾아보면 합법적으로 무료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물론 아무리 싸게 봐도 나처럼 재밌어 보인다고 막 다운받으면 이번 달 월급은 저번 달에 까먹고 다음 달 월급은 이번 달에 까먹는 현상이 죽지도 않고 살아돌아오는 터미네이터 같이 매달 일어나긴 한다.

우리 성훈오빠 김 한 박스 값은 대줘야지..

우리 성훈오빠 김 한 박스 값은 대줘야지..

자 그럼 다음 편에는 분명 당신이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블록버스터 영화의 뒷이야기를 들고 오겠다. 그 때까지 방문을 닫고 옹기종기 모여 앉으세요! 이 이야기, 어디 새어나가면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