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대화재를 일으킨 주범이 네로 황제라는 것은 픽션인 듯 하지만, 그를 폭군으로 만드는 여러 이야기에서는 그가 불을 지르도록 한 다음 리라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서 그것이 얼마나 예술적이었는지 말했다고 전한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방화를 저질러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행동인지에 대해선 대부분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픽션이라 차라리 다행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끔찍할까. 타인을 후려치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다고 주장하다니.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요사이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쇼미더혐오

<쇼미더머니4>는 이전까지 생각도 못해 본 문제점을 하나 더 갖고 나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악마의 편집이나 스토리 만들기 혹은 억지 캐릭터성 등으로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야 흔했지만, 이건 캐릭터성도 편집 문제도 아니다. 래퍼들이 좀 더 ‘쩔어’보이려고 자기 무덤 파는 행동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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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발단은 송민호가 그의 가사 속에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표현을 집어넣음으로 시작됐다. 그 표현이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올바르지 않은지는 이미 여러 곳에서 다루어졌기에 굳이 말하지 않겠다. 오히려 지금 이 사단의 진짜 문제는 송민호가 결국 사과문을 게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송민호 개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팬들과,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왔으나 침묵하고 있는 래퍼들, 그리고 그들의 팬들이 여전히 ‘힙합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대처하는 태도,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힙합을 혐오와 함께 크게 만들어 온 사람들이 근본적인 문제다.

쇼미더머니가 보여준 것 혹은 곳곳에서 혐오가 나타나는 것은 더이상 텔레비전 브라운관이나 유튜브 영상 속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많다. 혐오는 그 속에서 다시 생성되고 있다.

ㅇㅅ = 예술, ≠ 욕설, 야설

스윙스가 말했다.

“예술에 윤리라는 잣대 들이댈 거면 넌 진보하지 말고 내 음악도 듣지 말고 닥치고 가서 집 정리나 해”

그리고 이 짧은 구절은 지금 일어난 문제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바보들에 의해 열심히 인용당하고 있다.

내가 힙알못이라 스윙스의 가사가 무슨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스윙스가 적어도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저 가사가 타인에 대한 혐오를 합리화하기 위해 사용되길 원한 것은 아닐 거다. 예술에 윤리를 적용하지 말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이 그 자체적으로 ‘미’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율성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도덕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 혹은 ‘예술이 되기 위해서라면 도덕을 무시하고 경멸해도 괜찮다’는 제 멋대로의 해석은 용납될 수 없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돼 쌀때까지 참아

거세게 저항하는 그녀의 몸을 붙잡아

아까 찍은 그놈의 시체사진을 봐 그러자

눈깔이 뒤집힌채로 바닥에 엎어져 몸을 부르르 떨어

난 더 쾌감을 느껴 기왕 이렇게 된거 난 끝까지 즐겨

그리고 질내사정 후에 그녀를 죽여

왼손엔 그 씹새끼 들어있는 쓰레기봉투

오른손엔 내 그녀가 잠들고있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뒷산으로 가 내 죄와 함께 모두 땅속에 묻었다

사건은 종결됐어 깔끔하게

몇일 뒤 난 또 내 발기된 자지를 붙잡으며

힙플에 들어가서 여성회원들을 탐색하지”

  • 블랙넛이 MC기형아라는 옛 이름으로 쓴 ‘졸업앨범’의 가사

‘졸업앨범’의 가사는 술자리에서도 끔찍한 상상 속의 음담패설이다. ‘Jazi1)여자들의 로망 자지는 원빈 자지 이건희 자지
장동건의 자지 외제차를 끌면 명품 자지
돈 없으면 솔로 자지 딜도는 가짜 자지
똥 냄새 나 게이 자지
아가씨는 양키 자지 여성부는 안티 자-자-자-지
반기문 자지 세계 평화자지
텔레반 자지 독재자지
박정희 자지가 독재자지라 말하는 씹선비자지는 흰수염고래자지
보지가 벼슬인 줄 아는 년들 역지사지
한 번 해 보면 느끼게 될걸 역시 자지
’ 같은 경우는 굳이 가사를 언급하기도 싫을 정도로 저급하다. 믹스테입으로 공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예술이 아니라 혐오의 전파다. 이런 이야기를 농담으로 가볍게 하는 사람이라도 끔찍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심지어 음악으로 만들어서 그의 추종자들과 듣고 즐기도록 만든다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아, 예술이면 이런 것도 해도 되는구나’라는 착각의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는 것이다.

힙합의 탈을 쓰고 혐오를 전파하지 말 것

송민호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다시 한 번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고, 충분히 공식적으로 보이자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럴 만 하다. 이번 일이 치기나 객기에서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단순히 가벼워 보이는 사과만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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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방송의 책임’도 강조하면서 송민호의 가사에 연관된 ‘가해자’ 모두가 사과하길 바랐다. 실제로 그래야만 하는 것은, 혐오의 가사를 드러낸 래퍼가 송민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 딱 한 명이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사과문을 소속 그룹의 페이스북에 올린다는 것은 시기적으론 적절할 지 모르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진 못한다. 지금 위너의 페이스북이나 서유리의 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정도로는 오히려 자신의 가수가 후려쳐진 데에 분노하는 반응 밖에 끌어내지 못한다.

아마 이런 힙합을 배워 오고 이런 힙합만 들어오던 사람들에겐 좀처럼 인정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즐겁자고 타인을 괴롭혀선 안 된다는 건 초등학생 때 진작 깨우쳐야 하는 사실이다. 엄연히 언어폭력이던 것이 드디어 논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에 환영을 표하고, 힙합이 진짜 예술이라는 이름을 얻고자 한다면 약자를 향한 칼날을 거뒀으면, 그리고 범죄를 묘사하고 올바른 것을 왜곡하는 가사들을 치워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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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파도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다.

때로는 혐오를 담고 있는 것이 어떤 숭고한 의미를 표현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모래성과 같아서, 성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보존의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깊은 것도 아니다. 그저 올바른 가치에 의해 파도에 쓸려나가는 것처럼 쉽게 사라진다.

그런 주제에 혐오를 정말 아름다운 성인 것처럼 광고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누군가를 다치게 해서 올라서는 것은 예술의 경지가 아니라 야비한 성공제일주의적 망상의 구름이다. 아니 하다못해 백만 보 양보해서 그것이 진짜 아름다운 성이라고 해보자. 그렇더라도 그것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어선 절대 안 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예술로라도 때리지 마라.

편집 및 교정/ 저년이

글/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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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들의 로망 자지는 원빈 자지 이건희 자지
장동건의 자지 외제차를 끌면 명품 자지
돈 없으면 솔로 자지 딜도는 가짜 자지
똥 냄새 나 게이 자지
아가씨는 양키 자지 여성부는 안티 자-자-자-지
반기문 자지 세계 평화자지
텔레반 자지 독재자지
박정희 자지가 독재자지라 말하는 씹선비자지는 흰수염고래자지
보지가 벼슬인 줄 아는 년들 역지사지
한 번 해 보면 느끼게 될걸 역시 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