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 줄(보다는 많은) 기사 요약

☆☆☆☆빛나라 알바의 별★★★★

일의 강도 ★★★

육체적 강도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니까.

근무 환경 ★★★★★

최고임.

재미 ★★★★

피드백이 바로바로 나오는 성취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잡일이 아니라 은근 중요한 일이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추천/비추천 여부

반반. 일하는 환경은 괜찮지만 사람들과 만나면서 사회 경험 쌓으려면 비추.

한 줄 평

마케팅에 관심 있는 애들이면 한 번쯤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하고 싶은 말

포털 사이트 믿지 마세요. 절대. NAVER.

인구 1만 명 대비 수술 수 세계 1위(131건)

우리나라 20대 여성 중 30%가 했다고 응답

의과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로 분야, 성형.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름.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성형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으로 세계 성형 시장 총 규모(약 21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압구정, 청담동에만 2000개가 넘는 성형외과가 영업 신고를 하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성형외과 병원 수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나조차도 상경한 후 처음 가 본 압구정역의 첫인상은 지하철역에 커다랗게 달려있던 before-after 성형외과 사진 광고였으니까.

모두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주사 한 대조차도 맞기 싫은데, 뼈를 깎고 살을 잘라내는 성형 수술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하지만 그 광고들을 보았을 때, ‘진짜 나도 하면 저렇게 될까?’ ‘많이 안 하고, 코만 세우고 턱만 좀 깎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안 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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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ytn.co.kr/_ln/0103_201412011509157176_004

그래서 성형외과들은 이통사들 못지않게 ‘마케팅’을 중요시한다. 유독 병원 중에서도 성형외과 광고가 많은 것은 당신의 착각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성형외과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미 성형 광고는 우리의 생활 속에 침투해 있다. 이제는 버스, 지하철 광고판을 넘어 SNS, 포털 사이트, 온라인 기사 옆 공간에서도 성형 광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끝나지 않을 ‘성형 권하는 사회’

오늘의 주인공 G군은 성형외과의 ‘바이럴 마케팅’을 담당하는 알바다. 일명 ‘입소문 마케팅’이라고도 하는데, ‘광고임을 티내지 않고 고객의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이를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인지,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인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교차한다.

사실 다 필요 없고 얼마 전에 이런 기사까지 나버려서 굉장히 소심해져 있는 상황이다. 괜찮을까요, 이번 편?


몰래(이하 ‘’) : 안녕하세요, 먼저 G군의 간단한 신상을 소개하죠. 24살, 군필 남자, 행정학과 재학 중. 처음에 성형외과 알바를 하셨다길래 저는 카운터에서 사무를 보는 역할인 줄 알았는데, 그런 업무는 안 해 보셨나요?

G군(이하 ‘G’) : 그거는 ‘코디네이터’라고 해서, 따로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해. 특히 주로 여자분들이 하지. ( : 흔히 말하는 용모 단정한 분들?)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 일단 성형외과니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섬세함과 컴플레인에 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요구하는 것 같아.

: 그럼 본인은 손님 대응과는 거리가 있는 업무를 하셨다는 거네요.

G : 손님들은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 빼고는 본 적 없어. 오히려 원장님과 일대일 면담한 적이 많지. 내가 하는 일은 고상한 용어로 ‘바이럴 마케터’고, 나쁘게 말하면 ‘인터넷 스팸 홍보 알바’라고 해야 하나?(웃음)

: 혹시 특수문자와 스.타.카.토.를 쓰는 그런 댓글인가요.

G : 그런 건 안 해. N의 의지를 우습게 보지 마!

: 응? N 블로그와 카페가 진짜 그런 댓글의 온상 아닌가?

G : 아니, 그렇긴 하지만(웃음) 우리 병원은 그런 짓 안 해요. 그리고 그런 댓글을 단다고 해도, 사람들이 ‘스팸’인 걸 알고 오히려 더 반감 가질 것 아냐. 성형외과는 ‘고급져’ 보이는 게 필수인데 그런 건 오히려 역효과지. 거기다가 스팸 댓글이 워낙 많으니까 N사이트에서 필터링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티가 안 나서 그렇지, 포털에서도 꾸준히 그런 댓글들을 처리하고 있어. 예전에 우리 병원에서도 그런 홍보성 댓글을 달았는데 계속 N에서 삭제해 버렸다고 했거든. 그래서 아예 우리 병원은 홍보 전용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어.

: 그런 필터링에 무슨 기준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조회수?

G : 정확히 어떤 기준인지는 나도 잘 몰라. 그 기준은 N사만 알고 있어. 그게 똑같은 사진과 문장을 올리면 사이트 내부 알고리즘에 걸려서 필터링 되는 것 같아. 글을 올리고 나서 내가 바로 검색해도 검색 결과에 안 뜨더라고.

NEVER님이 보고계셔(...)

N님이 보고계셔(…)

※가☆격♤은강북♬, 실★력♠은강남♬☞☞화.끈.하.게.☏☎만들어§줘~♨♨♨

: 오, 그럼 필터링에 안 걸리고 검색 결과에 뜨게 해야 한다는 거네요.

G : 바로 그게 내가 하는 ‘바이럴 마케팅’의 핵심이야. 내가 일하는 병원은 그렇게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양악수술 같은 큰 수술보다는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을 주로 하고 있거든. 페이스북에서 “보톡스, 필러 5만원!” 본 적 있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 그럼 그 중에서 어느 홍보 채널을 많이 이용하는 거죠? SNS가 대세니까 그쪽으로?

G : 아니, 얼굴책은 사람들이 ‘그냥 그런 게 있다’ 만 인식하는 통로? 사람들이거기서는 ‘이런 게 있다더라’ 확인만 하고 수술비, 위치, 후기 검색은 포털 사이트에서 하거든. 그래서 포털 사이트 블로그, 카페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핵심 역할이야. 사람들이 검색 결과를 10페이지까지 볼 것 같아? 당장 너부터 과제할 때 빼고 그런 일이 있어?

: 아까 홍보 전용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고 한 게 그거네요. 근데 그런 건 병원에서 만든 건데 사람들이 거기에 있는 정보는 별로 안 믿지 않나요?

G : 우리는 신빙성이 목적이 아냐. 바로 N에서 ‘성형수술’을 검색했을 때 카페 카테고리 검색 결과 1페이지에 바로 뜨는 게 핵심이지. 카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거 없어. 블로그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파워 블로거들도 너무 많고, 올라오는 글도 많고. 카페가 상대적으로 검색 결과 순위에 올라가기 쉬우니까 하는 거야.

결국 글 내용은 똑같거든. ‘쌍꺼풀 수술, 어디가 좋을까요?’ 이렇게 주목을 끌어놓고 마지막에는 ‘XX 성형외과로 오세요!’ 식의 병원 홍보하는 그런 글. 이런 비슷비슷한 글이 하루에도 몇 백 개씩 쏟아지는데, 이 중에서도 20~30개 안에 들어야 하는 거야.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어려워. 원장님이 바쁘시기 때문에 꼼꼼하게 지시를 못 해주니까 내가 적당히 요령껏 써야 해. 글을 쓴 다음에 바로 검색을 눌러. 근데 1페이지 안 나왔다. 그럼 끝인 거야. 다시 써야 해. 일종의 피드백이지. 검색 결과에 계속 못 뜨면 알바 잘리는 거고.

인터뷰이가 실제 2015년 6월 6일에 ‘성형수술’로 검색한 결과이다. 확실히 9만 건은(...)

인터뷰이가 실제 2015년 6월 6일에 ‘성형수술’로 검색한 결과이다. (…)

너 아직도 포털 사이트 믿니?

: 오, 그럼 혹시 1페이지에 뜨게 하는 자신만의 팁이라던가?

G : 특별한 팁 같은 건 없어. 검색창에 쌍꺼풀을 치면 자동·연관검색어로 ‘쌍꺼풀 잘 하는 곳’이 뜨지? 그럼 제목을 “쌍꺼풀 잘하는 곳♡일로 와봐” 이런 식으로 짓는 거야. 오히려 진부해.

아까도 말했지만 포털에서 자체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전부 다르게 써야 해. 우선 사진들을 조금씩 포샵해. 병원 로고라던가, 사진의 채도와 명도라던가, 좌우 반전 같은 걸 손 보고, 문장도 똑같으면 안 되니까 문단 구성부터 내용, 말투까지 전반적으로 수정하지.

이런 수정 작업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꾸준히 반복해서 올리는 게 더 중요해. 그런데 한 개의 아이디로 계속 올리면 포털이 올려주지 않거든? 또 아무 아이디나, 그러니까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디 같은 것들은 검색 결과에 올라오지도 못해. 그래서 나오는 게 아이디 공유야.

: 직원들의 아이디로 돌아가면서 올리는 거군요.

G : 아니, 아이디를 사는 거야. ( : 네?) 블로그, 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이디를 병원 쪽에서 산다고. 그래야 (검색 결과에) 올라가니까. 진짜 블로그 등급 높은 파워 블로거 아이디는 1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하던데? ( : 헐?) 당연한 거지. 너도 조금만 큰 블로그 하면 아이디 산다고 쪽지 되게 많이 올걸? 너 그냥 이거 하고 있을 동안에 그럴듯한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블로그에 맛집 후기나 올려. 그게 훨씬 금전적으로는 도움 될거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미스핏츠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미스핏츠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하는 게 낫습니다.

: 병원 아이디뿐만 아니라 개인 아이디도 믿으면 안 되겠네요.

G : 그렇지. 또 다른 방식으로는 성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들이 있잖아. 그런 곳에서는 병원이 아니라 일반인인 척하고 활동해. 예를 들면 내가 수술 후기인 척하고 사진과 글을 올리면 어디서 했냐는 댓글이 달려. 그럼 이제 대댓글로 “쪽지 보내드렸어요.”라고 하고 ‘선쪽’을 날려주는 거야. 완전 일반인 코스프레지. 아니면 성형외과 어디가 괜찮나요? 라는 질문글에도 저 여기서 했는데 괜찮아요. 식으로 댓글 달고 쪽지 주고받고.

( : 와 진짜 믿으면 안 되겠다.) 그렇지. 우리 병원도 나 말고도 알바가 두세 명 더 있어. 좀 크고 돈 잘 버는 병원들은 아예 마케팅 전문 업체를 고용해서 쓴다고 들었고. 실제로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다른 알바생이 거기서 일했었다고 했으니까. 다 홍보야. 제발 성형외과 포함해서 맛집, 그런 건 포털에서 검색하지 마. 믿지도 말고.

: 그럼 그런 글에 쓰는 사진들은 진짜 병원 사진은 맞는 거죠?(의심)

G : 왜, 세상이 비정해 보여?(웃음) 도용은 안 해. 법에 걸리니까. 보통 그런 사진들은 고객들이 후기에 직접 올린 사진들을 가져다가 쓰는 거야. 수술 후기를 올리면 수술비를 할인해주거든. 그러면 우리는 그걸 우리 홍보글에 쓰겠다고 사전에 얘기해주고, 환자의 동의를 받고 그 사진들을 쓰는 거지. 그래서 우리가 찍은 사진보다도 셀카가 더 많아. 수술 과정 사진은 필요하면 찍어서 올리고.

: 그런 홍보글을 보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G : 대부분 그거 보고 와. 홍보글이 1페이지 안 올라가고 내려가잖아? 그럼 정말 손님 뚝 떨어지는 게 내 눈에도 보여. 그러면 이제 초조해 하는 원장님한테 쪼이는 거지(…)

: 그렇다면 손님이 늘어나면 일당도 올라가나요?

G : 그렇지는 않아. 시급 6500원, 고정이야. ( : 글 개수로 측정하는 게 아니라요? 그럼 딴짓도 할 수 있잖아요.) 응 뭐 그렇긴 한데, 회사랑 달리 내 결과물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거잖아. 당장 인터넷 창에 검색만 하면 나오는 건데.

: 음, 그럼 몇 시간 동안 어느 정도 글을 써요??

G : 따로 정해진 건 없지만 나는 열두시부터 다섯 시까지 했어.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글 하나 쓰니까, 하루에 네다섯 개는 쓰지.

: 식비나 글 쓰는 장소 등은 어떻게 제공받나요?

G : 글 쓰는 장소는 그냥 병원 가서 그때그때 비는 컴퓨터를 써. 상담실이나 원장실 컴퓨터.

식비는 따로 없는데 대신 병원 안에 먹을 것이 정말 많아. 확실히 다른 알바하는 곳과 다르게 여유로운 곳이다 보니까 직원 복지가 되게 잘 되어 있어. 특히 먹는 거. 주로 사모님이 먹을 걸 사와서 냉장고 안에 넣어놓으시는데, 빵을 사도 P, T같은 일반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백화점 안에 입점해있는 베이커리 빵들만 사 오셔. 정말 맛있어…급이 달라… 피자를 시켜도 D나 M 같은 비싼 피자들 사주고. 직원들이 20대 어린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먹는 거에 전혀 돈을 아끼지 않으셔. 회유한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래도 그런 것에 마음이 갈 수 밖에 없더라고. 환경적 조건은 단연 최상인 것 같아.

인간의 식욕은 끝이 없고 근데 이 짤 배경 P인데요

인간의 식욕은 끝이 없고 근데 이 짤 배경 P인데요

진상 are everywhere

: 상담실에서 사람들이 상담받는 것도 봤어요?

G : 수술하는 건 못 봐도 그건 봤지. 견적 내는 것도 봤고, 진상 손님도 봤고. 성형외과 사기단도 실제로 봤고. ( : 소위 말하는 ‘블랙리스트’?) 응, 필러 맞고 모양이 맘에 안 든다고 억지로 배상받으려는 사람들. 성형외과는 이미지가 중요한 곳인데 그런 식으로 병원 로비에 드러누워서 보상 요구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줄 수밖에 없어. 그래서 처음부터 상담할 때 컴플레인 걸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사람들은 코디들이 수술을 안 하는 방향으로 아예 유도하려고 하지. 쓸데없이 태클 걸거나, 수술할 필요 없다는 데도 굳이 하려는 사람들.

: 개인 병원이니까 특히 더 신경 쓰이겠죠.

G : 그런데 오히려 병원이 작은 게 장점일 수도 있어. 큰 병원은 페이닥터들을 많이 쓰니까 부작용 생겼을 때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잠수 타 버리면 그만이거든. 우리 병원은 원장님이 직접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거니까 그런 일은 없지.

: 마지막 질문이니까, 좀 임팩트 있는 거 던져볼게요. 성형외과 알바로서 성형수술 권하나요.

G : 뻔한 말 밖에 할 수가 없네.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해. 아까 포털 사이트 믿지 말라고 한 거랑 맥락이 통하는 말이지만, 보톡스, 필러? 그거 ‘시술’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인터넷에서 떠들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쨌든 그것도 얼굴에 손대는 건데. 보톡스, 필러도 은근 부작용 많아. 우리 병원도 큰 수술 별로 안하는데도 컴플레인 되게 많이 들어와. 내가 수술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이건 정말 사실이야.

편집 및 교정 / 저년이

글 /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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