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방역과 유언비어

아마 올해가 지난 후에 2015년 한국을 강타한 키워드, 같은 것을 선정한다면 볼 것도 없이 메르스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 놀라운 전염병은, 일종의 낙타 플루 같은 병이란 걸 생각할 때 사실 놀랍지도 않은 건데 – 물론 현재 투병하시는 분들이나 사망하신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진 않지만, 확실히 처음 돌던 것처럼 치사율 40%의 병은 아니니까 – 정말 놀라울 정도도 한국 사회를 유린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마음에도 병이 오기 쉽듯, 나라 전체가 병마에 들썩거리니 정신적으로도 국가에 대한 신뢰도 곤두박질치나보다. 한겨레가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29%로 최저치라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지금의 대처가 정말 비상식적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전부 알고 있을 테니까.

여전히 위기 속에서 허우적 허우적

여전히 위기 속에서 허우적 허우적

위기는 곧 기회랬던가? 지금 노무현 정부 당시 사스의 상황과 비교하여 현 정부를 비판하는 짤을 페이스북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분명 뉴스에선 사스, 무서운 병, 치사율 어마어마하게 높아, 대재앙 등의 말들이 범람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성공적으로 사스를 막아냈고, 그 덕택에 사회 분위기도 상당히 좋아졌었다. 메르스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는 위기인 듯, 누군가는 이 상황을 어마어마한 기회로 만들어냈고, 누군가는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효력 없는 방역

서울시가 메르스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댓글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감사하다며, 덕분에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며, 나라가 하지 않는 것을 시가 해 주는 것이 부럽거나 다행이라는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몇 댓글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시행정이라며, 이런 쇼를 할 비용과 시간에 다른 걸 하는 편이 낫다는 반응들이 그것이다.

나는 의학이나 세균학에 어떤 조예도 관심도 지식도 없지만, 연무방역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다는 말에 실제로 그러한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합뉴스에서 제공하는 이 영상은,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순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에 관련해 궁금한 것을 다 묻고 있는데, 10분 35초부터 “연기로 뿌리는 거 있잖아요, 그것도 소독이 효과가 있는 겁니까?” 하고 묻고 그 대답이 이어진다.

“그건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 연무소독으로써 죽일 수 있는, 살균할 수 있는 거는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보고요. 또 이것이 공기감염이 아니기 때문에 공기를 살균한다 해도 그건 괜히 돈만 쓰는 일이 아닐까요?”

다른 언론에서도 이 효과에 대해 의심하는 기사는 죽죽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저렇게 자랑스럽게 올린 연무 방역은 거의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인식해도 타당할 듯하다. 물론 비전문가인 내게 그것을 판단할 권위는 없지만, 수많은 뉴스 속에서 결과를 찾지 못했다는 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즉, 서울시의 연무 방역은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일까. 굳이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여 방역을 실시하지만, 실제로 이로써 메르스에 덜 걸리거나 하지는 않는데. 박원순 시장은 ‘전시 행정’을 하고 있는 걸까.

효력 있는 유언비어?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에 대해 서울시 자체적인 대책을 발표하며 정보를 공개해버리자, 한 방 먹은 정부는 나름 재빨리 입장을 내놨다. 물론 그들은 더 일찍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초기대처가 미흡해 메르스가 이만큼 번졌다는 것은 부인할 방도가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공개하면서 했던 말은 여전히 국민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라는 점이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한 번 유언비어 엄단이라는 말을 꺼냈다가 혼났으면 스스로 문제를 분석할 줄 알아야지,  “이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모두 의료기관 내에서 감염된 사례들로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고 있어 확실한 통제가 가능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라고만 하고 있다. ‘유언비어 현혹되지 마시라’고 중앙정부가 발표한 이후 2주일이 지났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거의 매일매일 확진 환자 혹은 사망 환자가 꼭 발생했고, 메르스는 지방으로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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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속내가 뻔히 보입니다…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 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도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다. 물론 그 ‘유언비어’ 자체의 생성에 관해 태클을 걸 구석도 많지만, 분명한 것은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는 말 자체는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곧바로 소강되었지만) 메르스의 공기감염 설, 특정 병원이나 지방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나 루머들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을뿐, 아무런 긍정적 여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총리대행의 말은 국민에게 커다란 부정적 뉘앙스로 다가왔다.

바보야, 문제는 불안감이야!

왜, ‘도덕적으로 맞는 말’ 즉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을까.

퍼지지 않아도 됐을 질병이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새로운 환자가 생기는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대처에서 나온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유언비어는 엄단’같은 말을 감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이 상황에서 정부는 메르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그게 박원순 시장의 방역이 실질적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의 대선 주자 지지율은 이제 다른 후보들을 멀리 앞서나가고 있다. 아직 2년 반이나 남은 다음 선거 지지율을 따져보는 건 진지하게 대통령 후보로서의 논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그를 의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람들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일개 시장을 더 의지하고 있다!

박원순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연무방역을 했다 해서 그것이 소용없는 건 아니었다. 그가 퇴치한 건 메르스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런 방역에 기뻐할 만큼 평범하고 나처럼 방역이랑 바이러스의 상관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 마음 속의 불안감이다.

 

편집 및 교정 / 저년이

글 /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