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SPA 알바 편: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세 줄(보다는 많은) 기사 요약

☆☆☆☆빛나라 알바의 별★★★★

임금 ★★★★

일하는 것에 비해 짜다는 생각이 들지만 칼입금에 떼일 걱정은 없어 편해요.

재미 ★★★★

패션에 관심 많다면 신상품, 패션 트렌드, 가격과 세일 정보 등 쏠쏠할지도?

(+ 손님 코디 해주는 재미)

시간활용도 ★★☆☆

아무 것도 못해요ㅠㅠ 평일 열한 시간 근무에, 정작 쉬는 날이면 힘들어서 자기 바쁨(…)

난이도 ★★★☆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상 손님을 이겨낼 자신감과, 평소에 엄마가 그렇게 시켰지만 안하던 옷 개기를 수백, 수천 장 할 인내력, 정신력만 있다면요.

추천/비추천 여부

단기 알바로는 괜찮은 경험인 것 같아요.

단, 밑에서부터 제대로 배우는 경험을 하고 싶으면 U로 가고, 정말 패션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A로 가시는 게 낫습니다.(웃음)

한 줄 평

버틸 수만 있다면 후회하진 않을 겁니다.

SPA. 일본 브랜드 U사의 상륙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기업 형태로서 Specialty stores/retailers of Private-label Apparel 의 약자이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풀네임이 무엇인지 처음 찾아봤는데, 어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어쩐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더라) 정의하자면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이며, 일반 소비자들이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다에게는 ‘상품 종류가 빨리빨리 바뀌는, 그럭저럭한 품질의 옷을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살 수 있는 브랜드들’로 인식되고 있다.

‘내 알바 아님’ 시리즈는 모 SPA 브랜드의 명동점에서 파트타이머를 하고 있는 E군이 첫 스타트를 끊어주었다. 업무의 혹독함을 강조하기 위해 ‘명동’에서 일하는 걸 꼭 언급해달라는 E군의 요청으로 인해 제목에도 명동을 붙여주었다.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없는 금쪽같은 휴무일임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고 점심도 사주신 E군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무급 인턴보단 낫지, 암요

몰래(이하 ‘몰’) : 먼저 E군의 간단한 신상부터 소개하죠.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26살 군필 남자, 의류학과 재학 중. 그렇다면 SPA 지점에서 알바를 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역시 의류학과라서 그런 건가요?

E군(이하 ‘E’) : 그렇지, 아무래도. 사실 패션 관련 학과들이 디자인 계열로만 진출한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현실은 조금 달라. 디자인을 하려면 영국, 미국, 이태리 같은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오는 게 필수 코스인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 나는 아예 영업직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알바가 도움이 될 것 같았어.

몰 : 영업직이요? J, L 패션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건가요?

E : 그렇기도 하고, 이건 인터뷰에서 좀 벗어난 얘기라 간단하게만 얘기할게. 패션계는 한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하면 다른 방향으로 다시 진로를 잡기가 굉장히 어려워. 이를테면 무대의상 쪽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대의상만 계속해야 하고, 양복은 양복만, 한복은 한복만, 그 안에서도 여성복과 남성복 등등으로 굉장히 많은 분야로 나뉘고. 그래서 나는 디자인보다는 영업이나 중간무역, 그리고 캐쥬얼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직 현장에서 일하는 경험이 좋을 것 같았어. 이런 표면적인 이유에 돈이 필요하다는 속마음이 겹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지.

에이...

에이…우리 솔직해집시다.

몰 : 에이, 알바라는 건 원래 다 돈이 필요해서 시작하는 거잖아요.

E : 근데 현실적으로 내 입장에서 돈을 벌려면 이 알바를 시작할 수밖에 없어. 기업에서 의류 계열 인턴을 하면 ‘정말’ 많이 받아봐야 7~80만원이에요. (몰 : 많이 주는 게요?) 응. 적게 받으면 밥값, 교통비도 안 주는데 20만원. 학교에서 연결시켜주는 기업 중에는 아예 무급인턴인 곳도 있고. 그러니까 ‘열정 페이’란 말이 나오는 거 아니겠어? 존재하는 단어에는 그 이유가 있지.

몰 : 그러면 현재 일하는 곳에서 받는 임금은 어느 정도 되나요?

E : 세금, 4대 보험 떼고, 식비 교통비는 따로 안 주고 전부 140만원. 하루에 11시간, 일주일에 5일씩 일하고. 아, 그리고 일하는 곳에 지정된 유니폼이 있는데 유니폼도 다 사서 입어야 해. 여름, 겨울용 따로 있고.

몰 : 오래 일하면 임금은 올라요?

E : 알바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되고 아웃소싱 업체에서 관리해. 일 년 넘게 일하면 그때 정직원 전환 기회를 줘요. 우리 매장 정직원이 열 명인데, 그 중 본사에서 내려온 매니저가 네 명이니까 실제로 비정규직에서 정직원으로 전환된 사람은 여섯 명이네.

몰 : 계약직원들이 몇 명인가요?

E : 평소에 우리처럼 일하는 알바는 15명, 그리고 주말 알바가 두 명 일하고 있어. 그리고 바빠질 시기 그때그때 뽑는 단기알바들이 많지. 세일 행사할 때 앞에서 확성기로 광고하는 사람들, 풍선 나눠주는 사람들, 정리 담당, 매장 보안요원 등으로 3~5명을 더 뽑거든.

몰 : 열일곱 명에서 여섯 명이라, 전환 비율이 높지는 않네요.

E : 근데 알바가 아니라 정직원이 된다고 해도 우리보다 10만원 더 받아. 부점장들도 200 몇이고, 점장들도 300 중반이야. 이런 데도 우리가 이 업계 중에서 그나마 많이 주는 편이야.

몰 : 많이 주는 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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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 다른 곳은 6일 12시간 일하고 100만원 주는 곳도 있어. 세금, 4대 보험 떼기 전에 135만원 주는 곳도 봤고. 그나마도 4대 보험 해주는 곳은 양반이야.

비싼 기성복 업체는 3~40대의 주부들이 일하고, 직원 위주의 체계라서 평생직장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SPA, 유통 업체들은 알바, 아웃소싱에 많이 의존하는 구조야. 유통, 인건비에서 최대한 아껴서 옷값을 낮추는 거니까. 그래서 의류 판매 알바는 25살~26살이 마지노선이야. 이 나이보다 많으면 안 뽑아. 어린애들 뽑아서 헐값으로 후려치는 거지. 빨리 뽑고 빨리 쓴다, 이런 게 관행이 되어 있으니까.

몰 : 그런 걸 느꼈던 일화 같은 게 있나요?

E : 알바면접 썰을 풀자면, 내가 스물여섯인데 면접관의 평균 나이가 스물둘~셋이야. 거기서부터 일단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나는 그래도 나름 면접이라서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었는데, 면접관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야. 왜 그런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옆에서 면접보고 있던 애한테 “왜 굳이 이 브랜드를 선택했죠?” 라고 물었는데 대답이 뭐였는지 알아? “알바X에 떠서요.” 근데 걔 붙었어. 충성심이나 성실성을 보는 게 아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니까.

이런건가...

이런 건가…

안녕하세요 옷 자판기의 소모품입니다

그러니까 네가 이 편의 제목을 ‘명동의 옷 팔이’ 이런 걸로 하려고 했다며. 내가 근데 그걸 쓰지 말자고 한 이유가 나는 옷을 파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SPA 브랜드는 옷을 파는 게 아니라 거대한 옷 자판기에 옷을 채워 넣고 손님들이 뽑아가는 것에 가까워. 알바들은 옷을 채워넣는 사람들이고. 거기에 더해 창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계산하고, 매장 정리하는 그런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거지.

아까 일 년 동안 일하면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했잖아? 근데 그 비율이 적은 이유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도 있지만 자기가 결국 위로 올라갈 길이 안 보이니까 도중에 그만두는 거야. 우리 매장 오픈 때부터 2년 간 일했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최근에 그만뒀어. 보통 정직원으로 전환될 기회는 들어온 순서, 나이 순서를 따져서 순차적으로 돌아와요. 그러면 자기랑 같이 오픈 때부터 일했던 언니오빠들이 매니저를 달아야 자기가 매니저가 되는 거야. 근데 그 사람들이 4명이야. 자기가 지금 23살이고, 그렇다면 앞으로 최소 3~4년을 이렇게 더 일해야 기회가 주어져. 근데 그 때 자기가 26살인데, 그 때까지 의류 매장 알바로 일하라고? 그만둘 수밖에 없는 거지.

이...이거랑은 다른가(...)

이…이거랑은 다른가(…)

몰 : …암담하네요. 3개월 일하고 매장 셋째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좀 의아했는데.

E : 그렇지. 내가 일하는 세 달 동안 직원은 일곱여덟 명 바뀌었는데 알바만 열댓명 바뀌었으니까. 그래서 일을 굉장히 빨리빨리 배워. 내가 2월 말에 들어갔는데, 하필 그때 설과 겨울 시즌 오프가 겹친 세일 행사 기간이었거든?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들어간지 1주 만에 세일 메가폰 잡고, 3주 만에 캐셔 업무하고, 한 달 만에 창고 업무 넘어갔어. 뭐, 좋게 말하면 많이 배우긴 정말 많이 배운 거지만 나쁘게 말하면 체계가 없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

몰 : 아까 점심 드실 때 ‘군대’라고 하셨는데, 그런 이유인가요?

E : 응. 군대로 치자면 늘 훈련받고 있는 상태.(웃음) 그런 말이 있잖아. 훈련소만 끝나도 군대 좀 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부대 배치 받으면 어리버리하고 매일 혼나고. 그러다가 일병 넘어서야 군대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상병 되어서야 이제 내가 알 거 다 안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 지금은 일병 끝물쯤 온 것 같아. 전역은 언제쯤 하려나.

몰 : 하긴 거기에다가 ‘명동’에서 일하니까요. 확실히 다른 지점에 비해서 힘들죠?

E : 일단 내가 들은 얘기에 따르면 그런 것 같아. 일의 강도도 강도지만, 제일 힘든 건 다른 게 아냐. (몰 : 뭔데요?) 요우커…요우커어어어어어!!! (몰 : 진정하세요!) 으아아아아 그놈의 인민폐! 런민삐!! 여긴 중국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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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 명동에 가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르는 게 사실이죠.

E : 네. 사실 판매직인 이상, 어느 정도 손님들의 진상을 견뎌낼 각오는 하고 왔죠. 근데 솔직히 한국인에 비해 중국인들이 손님 수 대비 진상 비율은 훨씬 높아. 방금도 얘기했지만 가장 많은 진상 유형이 중국돈으로 계산하는 거. 내가 오죽하면 ‘중국돈 안 받아요’를 중국어로 익혔다니까? 거기에다가 진열된 옷을 계산 안하고 그냥 들고 나가는 사람도 진짜 많아. 사실 이런 짓들은 말로 하면 듣긴 들어. 근데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뒷목을 잡아끄는 거?

(몰 : 뒷목을 끈다고요?) 우리는 사람을 부를 때 저기요~ 하잖아? 중국인들은 말로 하는 대신 팔뚝을 확 잡고 아예 자기 쪽으로 잡아끌더라고. 굉장히 박력 넘쳐. 게다가 사이즈 확인할 때, 예를 들어 내가 그 손님한테 손님 사이즈는 100이 맞을 것 같네요 라고 설명하잖아? 그럼 갑자기 내 뒷목을 잡아. 그리고 내 뒷목 쪽 옷을 뒤집어서 내 옷이 몇인지 사이즈표를 보는 거야. 아니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 (절규)

진짜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때릴 뻔 했어. 중국인들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를 떠나서 다른 나라, 다른 문화니까 그런 거 적응하기도 힘들고 내가 중국어를 못하니 내 의사를 그들에게 이해시키기도 어렵고. 단체로 우르르 몰려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면에서도 상대하기 힘들지.

이..이러지 맙시다 우리...

이..이러지 맙시다 우리…

몰 :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어때요? 상대적으로 좀 나은가요.

E : 일단 말은 통하니까? 근데 한국인들의 진상은 그 ‘급’이 달라. 일단 피팅룸에서 패션쇼하고 달랑 티셔츠 한 장 사가는 사람들. 말 그대로 옷을 입어보러 가게에 온 거지. 문제는 똑같은 사람들이 한 번 그러는 것도 아니고 몇 번씩 와서 그러니까 직원들이 속으로 짜증날 것 아냐. 그래서 계산하는 직원이 좀 표정이 안 좋았는데, 점장한테 바로 가서 직원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따져서 그 날 그 직원 점장한테 엄청 깨졌어. 잘못 걸린 거지. (한숨)

또 , 어떤 할아버지는사간 옷을 일주일 입고 와서 바꿔달라고 하고. 근데 그 분도 한 번도 아니고 내가 본 것만 다섯 번, 가끔은 옷이 아니라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무튼 하다보면 세상의 온갖 진상은 다 만나는 것 같아.

아, 이건 질문과 다른 얘기지만 내가 본 역대급 진상은 그거였어. SPA 매장은 다른 매장과 달리 입어보고 직원이 봐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손님이 직접 입고 자기가 보는 방식으로 되어 있잖아. 그래서 30분~ 1시간마다 피팅룸 청소를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안 치워둔 옷이랑 먼지가 자꾸 쌓이니까.

근데 한번은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왜 그 피팅룸 나무발판 있잖아. 그 밑을 청소하려고 딱 들어냈는데 콘돔이 있는 거야. (몰 : ???????!!!!!!!!!!!!!!!!!) 그 30분 ~ 1시간 동안… 한 거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 인터뷰 보는 당신은 제발 그런 짓 하지 마쇼. 피팅룸은 옷을 입는 곳이지 벗는 곳이 아닙니다.

건전한 인터뷰를 위해 이하 E군의 욕설은 짤로 대신합니다

건전한 인터뷰를 위해 이하 E군의 욕설은 짤로 대신합니다

몰 : …듣는 제가 더 찜찜하네요. 피팅룸에 cctv가 있을 리도 없고.

E : 글쎄, 그래도 정신적인 것보단 육체적으로 더 힘든 것 같아. 하루에 열한 시간 일하니까 진짜 살이 쪽쪽 빠져. 너 얼마 전에 봤을 때 나한테 살 빠졌다고 했잖아. 그게 다이어트가 아니라 힘들어서 빠진 거야. 일단 의류 매장이다 보니까 앉을 곳이 없어. 진짜 말 그대로 열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거나 서 있어야 해.

(몰 : 식사 시간이 따로 없나요?) 있긴 있어. 다른 매장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명동점 기준으로 얘기할게. 나는 정오부터 밤 열한 시까지 일하는데, 그럼 열두시에 출근해서 한 시에 점심 시간을 줘. 그렇게 한 시간 주고, 4~6시 사이에 40분 정도를 줘. 그때가 한 시부터 퇴근할 때까지의 유일한 쉬는 시간이야. 근데 사람들이 쉬느라 바쁘지, 저녁 먹을 기운도 없거든. 담배 한 대 피우면 끝나는 시간인데 어떻게 밥을 먹어요. 삼각김밥 하나로 때우는 거야. 아니면 진짜 한 시부터 퇴근할 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거나. 평소에도 이러는데 세일 때는 말도 못하지. 막차 끊겨서 택시 타고 가는 일도 많아.

몰 : 문제는 그 세일을 엄청 자주 한다는 건데 말이죠. 가끔 E 대형 마트에서도 SPA 옷들을 세일한 가격에 팔고 있던데, 그건 왜 그런 건가요?

E : SPA 브랜드에서는 단기간에 빨리 치고 빠지는 게 핵심이야. ‘다품종 소량 생산’ 형식이잖아? 근데 이게 재고가 남으면 처리할 방법이 달리 없으니깐 결국 공장에서 다시 보관할 수밖에 없는데, 이 보관비가 회사 입장에서는 엄청 부담되거든. 옷을 그냥 쌓아두는 게 아니라 보관 창고의 땅값, 옷에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냉방해야 하는 비용, 전기세, 인건비 등등이 전부 부담이지. 이 보관비를 줄이기 위해 남는 것들을 대형마트들에 파는 거야. 네가 대형 마트에서 봤던 남방, 티셔츠 만원, 만구천원이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몰 : 봄인데 여름 제품 나오고, 여름인데 가을 제품 나오니까요.

E : 그래서 SPA에서는 제 값 주고 사면 안 돼. (몰 : 네?) 물론 이쁜 거는 빨리 빠지긴 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니까 나온 물류 양이 굉장히 적거든. 근데 새로운 상품이 들어왔을 때 내가 정리하면서 보면 이건 조만간 가격 떨어지겠구나- 하는 감이 있어. 그러면 진짜 세일 기간, 감사제 때 보면 떨어져 있어. 49900원인 바지가 있었는데, 내가 이거 좀 비싼데?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일 때 39900원으로 떨어지고, 이번 감사제에는 29900원까지 떨어졌더라? 그리고 남자 봄코트 12만원, 10만원짜리 7, 8만원 대로 떨어지고. 다들 똑같은 생각인거지. 이건 이 가격 주고 살 만한 제품이 아니라는 거.

SPA는 진짜 정상가격 주고 사면 호구야, 호구!! 이쁜 거 제외하면. 급하게 사지 말고, 좀 비싸다 싶으면 그냥 시즌 마감과 세일을 노려. 조급해할 필요 전혀 없어.

‘몰래’는 ‘호구’의 칭호를 획득했다!

‘몰래’는 ‘호구’의 칭호를 획득했다!

그만 좀 감사해

몰 : 저야 호구였지만…(시무룩) 그 정도 세일이라면 감사제 때 헬게이트 오픈이네요.

E : 아까 군대에 비유했지? 평일이 훈련이라면 세일은 전쟁이야. 예전에 M영화사랑 콜라보한 티셔츠는 우리 매장에서‘만’ 한 달에 1억 원 어치를 팔았어. 한 장에 만 원이었으니 만 장을 판 거지. 만 장이라고 해서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같은 티셔츠여도 다른 항목으로 분류해서 계산하고 정리해야 해. 이를테면 포켓몬 시리즈 티셔츠가 있으면 같은 항목으로 묶이는 게 아니라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티셔츠가 다 다른 상품이야. 그 안에서도 빨강, 파랑, 노랑 티셔츠가 다르게 분류되고. 이걸 창고에 들어올 때부터 분류하고 매장에 정리하는 게 진짜 일이지.

감사제가 있을 때는 면바지가 하루에만 2천 장 ~ 3천 장 팔려나가. 그러면 본사에서 직원 여섯 명을 추가로 보내주고, 단기 알바생을 네 명 더 뽑고, 매장 직원 스물다섯명이 전부 출근했는데도 불구하고 팔려나가는 걸 감당을 못해.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공장마냥 사람들이 움직여. 우선 창고에서 직원 네 명이 들어온 상품들의 상자와 비닐 포장들을 뜯어. 그리고 가게 나갈 때 울리는 보안 태그 있지? 그거를 상품에 부착해서 매장에 올려. 그러면 매장 직원들은 그것들을 아까 말한 상품 품목 별로 분류해서 진열해. 그 외에 손님 응대하고, 계산하고, 청소하고 이런 과정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거지. 문제는 그런 게 한 달에 한 번 씩은 있다고. 아니 뭘 그렇게 감사한다고….후….(욕설+한숨)

자꾸만 숨겨진 자아를 방출해주시는 E군.

자꾸만 숨겨진 자아를 방출해주시는 E군.

몰 : 아…감사합니다. (E : 고마워.) 쉬는 건 보통 이렇게 평일에 쉬나요?

E : 딱 이틀 전에 감사제가 끝났으니까. 보통 평일에는 7~8명씩 쉬게 해주는데 주말은 네 명 밖에 못 쉬어. 일단 평일과 주말 매상 차이가 두세 배는 나니까. 그래도 같이 일하는 애들 말을 듣자면, 오히려 바쁘니까 시간이 잘 간다고 하더라. 가만히 멍 때리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뭔가를 쉴 새 없이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하더라고. 그 말도 맞는 거 같기는 해.

몰 :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미 앞에서도 언급이 되었던 것 같지만,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 : 확실히 안 쉬니까 몸에 무리가 와. 발목이랑 허리랑 계속 아프고, 30분 넘게 옷을 개고 있으면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다고 할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가 되지.(웃음) 확실한 것은 일의 강도에 비해 시급이 너무 짜.

장점과 단점 다 아우르는 얘기는 패션계 사람들은 일찍 사회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으니까 대학생이 못 듣는 얘기들과 정보들을 많이 듣지. 하지만 그만큼 또 안 통하는 면도 있고요. 중국인이 많은 건 싫지만 실전 중국어를 몸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

E : 아, 이걸 그쪽 관계자분들께서 볼지 안 볼지는 잘 모르겠어. 패션 전공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어쨌든 일반적인 길과는 다른 길이니까. 근데 저 사람들은 우리의 열정을, 그저 자신들이 쓰고 버릴 수 있는 걸로 생각하나봐. MD 채용 공고에 이런 말들을 버젓이 적는다고. 너의 한계까지 써먹어주겠어! 도 아니고, 너의 한계를 갱신시켜줄게 너도 즐기잖아^^ 이런 식이야. 이게 무슨 SM 플레이인줄 아쇼?

실제 채용 공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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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를 모십니다.

빽·연줄·능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시급 만 원 이하 알바를 해 보셨던 대학생 분 중,

혹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철저한 신상 보호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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