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페어 웨딩>을 보고 왔다.

김조광수 감독이 그의 배우자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와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닥 재미는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치는 재미에 있다기보다는 불안불안한 우리네 삶을 건드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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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결혼

옛날에는 인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어색해 보였다. 그 당시엔 내가 포비아였기 때문이다. 나는 게이지만, 나는 하나님이 무언가 실수를 했거나 나를 극단적으로 미워하거나 아니면 아무튼 나를 낫게 해서 무슨 이적의 증표로 삼거나 하시겠지, 라는, ‘열라 확신 없지만 목사님이 그렇다니까 갖는 환상적인 판타지스러운 마음 속의 미신’을 갖고 있었고, 그랬던 내게 인권운동이란 것은, 좀 웃기지만, 인간을 만든 신의 뜻에 반하는 거였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의 결혼식을 직접 곁눈으로 보았던 2013년. 그 당시 나는 결혼식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종교적인 강박에선 벗어났던 시기지만 여전히 인권적으로 둔감했던 나는 왜 굳이, 저렇게 하는가, 혹시 우리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만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부러웠다.’

그들의 결혼식 도중 난입한 어떤 사람이 오물을 뿌렸다. 가장 ‘정결하고 신실’해야 한다는 결혼식은 오염됐다. 아마도 그걸 통해서 그들의 결혼이 ‘비성경적’이거나 ‘비정상적’ 이라는 생각을 덧씌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아니 뭐 그렇게 진지하지 않았더라도, 이게 만일 영화나 문학작품이였다면 그런 메타포 정도로 치장해 줄 만하다. <마이 페어 웨딩>은 이런 장면까지도 정말로 담담히 그린다. 그냥 오버랩되는 김조광수 감독의 목소리. “우린 행복해요.” 로 덮어버리면서,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진

올해는 어떤 길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될지 모른단다. 예년 항상 반대 집회가 그 장소를 점거했기 때문에 사전에 알려주지 않기로 정했고, 당일날 와서 확인해 달라고 했다.

사실 퍼레이드는 퀴어문화축제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포비아가 아닌 척 하는 포비아’들에게1)입진보인줄 모르는 입진보거나 진보꼰대인줄 모르는 꼰대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데이트폭력을 가하면서도 나는 잘못 없다고 외치거나 나도 맞았다고 항변하는 멍청이거나. 가장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거기도 하다. 그들의 주된 비판은 한국에서 저런 방식의, 소위 ‘다 벗고’ 하는 행사가 오히려 퀴어들에게 성적인 이미지만 씌운다는 것이다.

성소수자가 성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번에 써야지. 아까 결혼식에 ‘오물’ 이 메타포처럼 느껴졌다면 퍼레이드는 동시에 행진, 즉 결혼의 비유 자체가 아닐까. 결혼이 가령 사회적으로 어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행위라면, 퍼레이드는 우리가 ‘가장 커다랗게’ 사회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장소다. 단순히 보여주기 좋다는 것 외에도, 나는 이런 상징성을 부여하고싶다. 내가 바라는 퍼레이드는 결국 내게 ‘괜찮다는 인식’을 시켜줄 수 있는 곳이니까.

그들의 결혼

Man placing ring on another man's finger

한 남자가 자신의 파트너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어쩌면 미국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한 주에서, 역시 어쩌면 미국이 아니라면 주가 아니라 나라거나 도시겠지만,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어 여러 동성애자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려니 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은 안 난다. 중요한 건 그 기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내게 전달해준 생각이지만.

<마이 페어 웨딩>에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중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소수자도 나오지만 그 역시 동성혼을 이뤄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응답한다. 당연히 그 무엇이든 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은 의미가 있고 거기엔 발전이 있고 진보가 있다.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비정상’적이지 않다는 최소한의 전제이면서도 ‘사회의 승인을 받는’ 존재라는 최대한의 증명도 된다.

그래서 난 그들의 결혼이 부럽다.

합동 결혼식을 올린 사람들이건,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건. 이 감정을 적당히 느껴보고 싶으니 올해는 퍼레이드를 따라가 봐야겠다. 언젠간 이 행진이 내가 주례 탁자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를 바라면서.

   [ + ]

1. 입진보인줄 모르는 입진보거나 진보꼰대인줄 모르는 꼰대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데이트폭력을 가하면서도 나는 잘못 없다고 외치거나 나도 맞았다고 항변하는 멍청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