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나방은 불빛에 몰려들고, 사람들은 냉방기구 바람에 몰려든다.

그리고 나는 지금 퀴어 퍼레이드 메인파티가 열리고 있는 클럽에서 에어컨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지금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에어컨을 빙 둘러싸고 마치 벽을 친 모양새가 되었다. 나보다 더 더울 사람들을 위해 슬슬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왜냐고? 어….. 우선 내 주위를 빈틈없이 둘러싼 여섯 분의 남성들이 삼각 수영복만 입고 계셔서 어디로 통과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 중 두 분은 백허그에 키스까지 하고 계신다. 게이득 이라고 말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위에서 4D 키스신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고, 그렇다고 밑으로 눈을 돌리자니 다른 게 3D로 보인…..!

간접 광고 아닙니다.

간접 광고 아닙니다.

아무리 클럽이라도 왜 남자들이 수영복만 입고 있느냐고 물어볼 분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이번 퀴어 문화축제 메인 파티의 제목은 “Private Beach”이다. 처음에는 그 얘기를 듣고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원래 클럽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드레스 코드도 부담스럽고, 시험 기간이고, 피곤하고, 가봤자 꼬실 여자도 없고 등등의 이유가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역시 시험기간의 힘은 위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클럽 입구부터 수영복을 입은 남성분들이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아무거나 대충 입고 온 내가 들어가도 되긴 하는 걸까 심히 걱정했지만, 다행히 일반 참석자들은 나와 비슷하게 일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상의를 탈의하거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 진행 요원이거나 외쿡 핫게이들(…)이었고, 크롭티와 뷔스티에를 입은 몇몇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분들이 대놓고 입구에 서 계셨다.

이런 분들이 대놓고 입구에 서 계셨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비록 입장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노는 동안 나는 여자 수영복을 입은 남성은 봤어도 수영복을 입은 ‘여성’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남성 진행 요원들과는 판이하게 여성 진행 요원들은 전부 퀴어 문화축제 단체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분들이 수영복을 입기 싫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입구의 기념 포토월 진행 요원들은 전부 남성뿐이었다.

왜?

아니 여자분들 수영복 차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아니 여자분들 수영복 차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

퀴어 퍼레이드와 관련된 반응 중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난 포비아 아닌데, 왜 쟤네들은 벗고 저래? 솔직히 별 생각 없던 사람들도 거부감 생길 거 같은데.’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예시로 보여주는 것은 노출하고 있는 ‘남성’들의 사진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들에서 여성 성소수자들의 노출이 문제 되는 걸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결국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이중 잣대는 퀴어 퍼레이드를 보는 시선에도 작용하고 있다. 여자들이 티팬티 입고 돌아다니는 건 괜찮아, 하지만 남자들(특히 너희 저질변태 게이들)이 입는 건 싫어. 여자들이 야하게 입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성욕을 느끼는 거야, 게이들이 야하게 입으니까 이성애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거야.

자, 일부러 대구법을 써보았다. 나만 비슷하다고 느껴지는가?

자, 일부러 대구법을 써보았다. 나만 비슷하다고 느껴지는가?

그래서 나는 클럽 파티에서 옷을 마음대로 벗고 다닐 수 있는 남성들이 약간은 부럽다고 생각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탈의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로부터의 해방을 상징한다. 하지만 TV에서 여자 아이돌이 다리가 없는 바지를 입고 무대 위에 누워서 춤을 추고 연말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등이 없는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현실에서, 여성 성소수자들은 무엇을 통해 퀴어 퍼레이드에서 해방을 누릴 수 있을까.

이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게이 유명인사라고 하면 누구를 떠올리는가? 팀 쿡, 홍석천, 김조광수, 앤더슨 쿠퍼 등등 다양한 이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레즈비언 유명 인사로 누가 떠오르는가? …나는 없다. 전 편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살벌한 인정 투쟁이라는 말을 했지만 LGBT 중에서 그나마 이 싸움에 참가하기 시작한 건 아직도 G 뿐이다. L, B, T는 아직 참가 권한조차도 주어지지 못했다.

이번 메인 파티에서도 스테이지 일곱 개 중 다섯 개는 게이들을 위한 것이었고, 새벽 세 시가 넘어갈 즈음에는 여기가 펄스1)이태원의 게이 클럽인지 퀴어 파티인지 모를 끼곡2)게이들이 ‘끼’를 발산하기 위해 추는 (주로) 여자 아이돌 곡. 이번 메인 파티에서는 ‘까탈레나’, ‘나처럼 해봐요’, ‘I Got a boy’, ‘빨개요’ ‘touch my body’ 등을 선곡했다. 선곡이 연이어 이어졌다. 물론 이는 파티 도중에 클럽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나갔었고, 시간이 시간인 만큼 남은 사람 중에서 게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탓이 컸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DJ가 기갈3)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지만, 게이들이 기 쎈 동네 노처녀(?)처럼 히스테릭하고 공격적으로 구는 것 혹은 그런 기운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어머 기집애, 오늘 화장 좀 잘 먹었다?” 같은 느낌.에 눌려서인 것 같….

하지만 여자 바이인 내 입장에서 게이들 위주의 파티 분위기는 조금의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클럽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밤을 샐 정도로 재미있었던 파티기에 더욱 그러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성추행 같은 해코지 걱정 없이 정신 놓고 밤새 놀 수 있는 클럽 파티가 세상에 이 퀴어 파티 말고 얼마나 있겠는가.

사실 제일 아쉬웠던 무지개봉. 내라는 빛은 안 내고 주위 사람 때리는 도구로 전락했다(...) 제 무지개봉에 맞으셨던 분들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었어요...

사실 제일 아쉬웠던 무지개봉. 내라는 빛은 안 내고 주위 사람 때리는 도구로 전락했다(…)
제 무지개봉에 맞으셨던 분들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었어요…

결국 변태성은 옷을 입거나 벗는 것에 따른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옷차림으로 그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30cm 자로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던 그 시절의 관념과 다를 바가 없다. 평소에도 퀴어들이 옷을 벗고 다니는 것을 용인하자는 말이 아니다. 옷을 입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입고 다니던 타인에게 규제받지 않을 권리4)(사회의 ‘평균인’ 정도의 관념을 가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 위한 경우(예. 바바리맨)는 제외한다를 가진다. 그렇다면 사회적 틀에 갇힌 사람들이, 거기에서 벗어나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는 의미와 목적을 가진 축제 안에서라면 신도림역 앞에서 스트립쇼를 할 일탈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닐까?

‘과도한’ 노출에는 나도 반대한다. 적어도 나와 내 친구들은 “인간적으로 가릴 곳은 가려주자.”는 주의이다. 만약 퀴어 퍼레이드에서 내 눈앞에서 팬티를 벗는 사람들이 있으면 조용히 진행 요원이나 경찰관들을 데려오면 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해서 내가 그들에게 고자킥5)(각주 4에 예시를 든) 바바리맨과는 다른 경우이다. 바바리맨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려는 고의성이 있지만 – 물론 이 경우에도 고자킥 잘못 날리면 유치장 단무지 먹게 되는 수기 있기 때문에 적당히 방어만 하자. 사실 모든 경우에는 신고가 답이다 – 퀴어 퍼레이드에서의 지나친 노출은 자신들의 자아를 사회를 향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하는 것이지 나 개인을 직접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을 날리거나 그들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권리는, 당연하지만 없다. 나 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은 신고합시다. 반드시!

이런 사람은 신고합시다. 반드시!

그렇기에 내가 댄스 타임에서 남자들이 벗어던진 수영복에 얼굴을 맞아도(…) 아 근데 진짜 아팠어요 내가 살다가 남자 팬티에 싸대기를 맞아보네 웃고 넘길 수 있는 것이다. 한 지인은 우리가 일반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 있다. 하지만 ‘인정’과 ‘승인’은 다르다. LGBT들은 사실적 존재로서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이지, 틀에 맞추는 행동을 통해 승인되어야 하는 판단 “대상”들이 아니다.

“동성애를 지지한다/반대한다”는 명제가 아니라, 비문이다.

   [ + ]

1. 이태원의 게이 클럽
2. 게이들이 ‘끼’를 발산하기 위해 추는 (주로) 여자 아이돌 곡. 이번 메인 파티에서는 ‘까탈레나’, ‘나처럼 해봐요’, ‘I Got a boy’, ‘빨개요’ ‘touch my body’ 등을 선곡했다.
3.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지만, 게이들이 기 쎈 동네 노처녀(?)처럼 히스테릭하고 공격적으로 구는 것 혹은 그런 기운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어머 기집애, 오늘 화장 좀 잘 먹었다?” 같은 느낌.
4. (사회의 ‘평균인’ 정도의 관념을 가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 위한 경우(예. 바바리맨)는 제외한다
5. (각주 4에 예시를 든) 바바리맨과는 다른 경우이다. 바바리맨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려는 고의성이 있지만 – 물론 이 경우에도 고자킥 잘못 날리면 유치장 단무지 먹게 되는 수기 있기 때문에 적당히 방어만 하자. 사실 모든 경우에는 신고가 답이다 – 퀴어 퍼레이드에서의 지나친 노출은 자신들의 자아를 사회를 향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하는 것이지 나 개인을 직접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