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안녕 – 하이투힘)

안녕, 난 집순이야!

나는 20대 평범한 여자 직장인이지. 그리고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이고 사무실 직원들의 표정이 뭐랄까 피곤하지만 약간 상기되어 있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다들 움직임이 분주해지네. 사람들은 술자리다, 데이트다 해서 들뜬 마음을 안고서 서둘러 퇴근을 했어.

물론 나 역시도 들뜬 마음으로 퇴근 길을 나섰지. 내가 들뜬 이유는 술자리도, 데이트도 아니라 그냥 퇴근하니까! 퇴근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에 가니까! 단지 이 이유 하나로 설레는 나는 흔히들 말하는 “집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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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순이다

집순이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 된 내용은 없으나, 주로 집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며 집 밖을 나가기 싫어하는 여자를 집순이, 그런 남자를 집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사람들은 가끔 나한테 물어보곤 해. “아니 데이트도 안 하고 도대체 집에서 뭐해?”

개인적으로 제일 이해가 안 되는 이 질문. 나는 집에 있을 때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거든. 심지어 정말 피곤하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원기 회복이 되고 내 방에 있으면 할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 하루가 짧고 시간이 부족해.

헤헤..

헤헤.. 집순이라고 해서 폰만 붙잡고 있지 않아!

주로 내가 집에서 하는 짓은 보고, 듣고, 쓰고, 읽는 네 가지가 주를 이루는 것 같고 네 가지 행위의 대상이 다른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대상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해. 남들이 일반적으로 대중문화라고 떠올리는 것을 주류로 분류한다면 나는 비주류를 즐기는 사람? 그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비주류 문화의 매력

내가 생각하는 비주류 문화의 특징은 바로 친숙함이 아닐까 생각해. 대중문화의 잦은 노출에 의한 친숙함이 아닌 조금 더 생활 밀착형의 친숙함이라 할 수 있지. 주류가 다루는 것들보다 조금 사소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해. 그래서 주류보다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매력이지. 이런 비주류 문화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같아.

앞으로 이 비주류 문화라는 것에 대해 미스핏츠 독자 여러분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는 거야.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인디 밴드부터 요즘 깊게 빠져 있는 독립 출판물, 그리고 무료한 주말이면 작은 영화관에 찾아가 혼자보는 독립영화. 이렇게 세 가지 분야를 이젠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 싶어.

매일 달라지는 기분에 따라 인디 밴드의 음악을 오늘의 BGM으로 골라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부끄럼 없이 서툰 솜씨로 풀어나가는 책들을 읽고(혹은 스스로가 만들 수도 있다!), 엉뚱하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앞으로 나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혼자 즐겨도 전혀 외롭지 않은 집순이의 독립 문화를 기대해도 좋아. 더 이상 혼자서 꽁냥꽁냥하지말고 같이 “꽁냥 파티”를 열어보자!

나의 파티에 놀러와!

는 바로 지금부터야!!!

는 바로 지금부터야!!! 씬난다!!!!

앞으로 몇 번의 파티를 열 계획인데 수줍수줍 같이 이야길 나눴으면 좋겠어. 꽁냥파티의 세 가지 주제 중 제일 먼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야. 다들 어떤 음악을 듣는지 나는 남들의 플레이리스트가 그렇게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앞으로 내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씩 공개 할게.

나의 첫 인디밴드

내가 인디 밴드를 가장 처음 접한 때는 고등학생 때였어. 그 당시만해도 홍대 여신이니 뭐 그런 것들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내가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뮤지션이 바로 ‘요조’였어. 아직도 요조는 너무 애정하는 뮤지션이지만 음악이나 외적인 부분이 아닌 요조의 감성을 너무 좋아해 매일 홈페이지를 방문할 정도였지.

요조의 노래는 우리가 표현하기 다소 창피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 예를 들어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아 외로워 처럼 입 밖으로 내었을 때 약간은 궁해보이는 인상을 주는 말들을 귀엽게 음악으로 풀어내. 요조의 음악은 듣는 사람이 씨익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지.

그리고 요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많은 글과 사진을 올렸었어. 지금은 다양한 마이크로 블로그들이 많이 생성되어 업로드가 거의 되고 있지 않지만, 그 당시 요조의 홈페이지 글들을 보고 내 미니홈피에 요조와 유사한 서술방식의 글을 쓰려고 많이 애썼던 기억이 나. 그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글의 구절을 보여줄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개미들이 그렇듯이 그저 가만히 더듬이를 맞대고 수초간, 혹은 수분간 고요하게 마주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하늘만큼 땅만큼 혹은 하늘의 별만큼 구차하게 이거저거 갖다 붙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더듬이를 맞대면 당신이 아아 그렇게나! 하고 감동을 받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www.yozoh.com에서 발췌)

이렇게 엉뚱한 발상이지만 나처럼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필요한 더듬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 게 바로 요조의 매력이지.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첫번째 파티 음악은 요조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라는 곡이야. 사실 이 노래를 소개하기엔 괜시리 요조님에게 미안하지만(그 이유는 검색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 이 노래는 시인들이 뽑은 아름다운 노랫말로 선정이 될 정도로 가사가 너무나도 잘 쓰였어.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볼 수 없는 것을 보려 눈을 감아보았지 어딘가 정말로 영원이라는 정류장이 있으면 좋을텐데 그럼 뭔가 잔뜩 들어있는 배낭과 시들지 않는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우리 영원까지 함께 가자고 말 할 수 있을텐데”

실존하지 않는 영원이란 것을 맹세하고 싶을 만큼 서로를 아끼는 연인의 마음이 잘 드러난 곡이야. 뭔가 잔뜩 들어있는 배낭이란 앞으로 함께 일궈 나갈 현실적인 부분들, 장미꽃 한 송이는 같이 지켜나갈 낭만을 상징하는 것 같네.

이 노래가 나올 당시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 애정에 박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사랑’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어. 그리고 2010년에 나온 이 노래를 나는 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대로 이해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젠 이 노래를 들을 때면 항상 이런 그림이 그려져.

노랫속에서는 두 연인이 방 안에 누워 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인적이 거의 없는 시골 밤길을 나와 나의 소년이 나란히 걷고 있어. 그러다 내가 뜬금없이 길바닥에 눕고서는 “너도 여기 누워봐.”라고 말하는 거지. 아마 그런 나를 보며 나의 소년은 웃으며 내 옆에 눕겠지. 나란히 누워 밤 하늘을 바라보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서로 약속하는 거야. 이를 테면 “우린 늙어서도 항상 손을 잡고 다니는 노부부가 되자.” 이런 소소한 것들을. 이런 엉뚱한 그림을 그려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이상한 설렘이 생겨.

요즘 다들 90년대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한다면, 나를 과거로 돌려 놓을 수 있는 것들은 요조의 음악과 글들이야. 순수하던 시절 내가 가졌던 고민들을 요조의 글과 노래에서 답을 찾으려 했었거든. 순수했던 내 첫 연애 시절, 도토리로 샀던 커플 BGM도 요조의 노래였으니까.

오늘은 요조의 음악을 들으면서 요즘 가졌던 현실적인 고민들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없는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잠들어야겠어. 마치 내가 머리 속으로 그렸던 그림이 꿈에 나올 것만 같은 밤이야.

행복한 밤이에요..☆

행복한 밤이에요..☆

첫 번째 꽁냥파티는 여기서 마칠게.

다음 파티 때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