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곱 지옥 같으니!(Oh god, bloody seven hells!)”

seven hells<왕좌의 게임> 덕후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등장인물들의 이런 대사를 들어봤음직하다. 우리가 보통 ‘존나’,  ‘썅’ 등으로 추임새를 넣는 그 자리에 ‘일곱 지옥(seven hells)’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다. 이 ‘일곱 지옥’이라는 표현은 어디서 온 걸까?

<왕좌의 게임>의 세계, 그 중에서도 웨스테로스에는 이미 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신앙이 있다. 바로 ‘일곱 신의 신앙’이다. 하지만 일곱 신의 신앙 이전에도 웨스테로스에는 종교가 있었고, 그 때의 신앙을 ‘옛 신의 종교’라고 부른다. 오늘은 <왕좌의 게임> 세계에서도 웨스테로스 대륙에 있는 두 종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일곱 신이 있기 전에 위어우드가 있었다

일곱 신의 신앙은 안달족이 에소스 대륙에서 웨스테로스 대륙으로 건너오면서 수천 년 전에 전파된 신앙이다. (*여기의 그 ‘안달족’은 King robert baratheon, the first of his name, king of seven kingdoms and andals, protecter of the realm…어쩌고 저쩌고 할 때의 그 ‘안달’이 맞다. 지금 웨스테로스에 사는 대부분 이들의 조상인 부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HE' Wall

‘THE’ Wall

그런데, 웨스테로스 대륙에는 안달족이 건너 오기 전부터 살던 원주민들이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안달족이 거대한 장벽(The wall)을 세우면서 장벽의 바깥 쪽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와이들링’, 즉 야만인이라고 부르며 척박한 눈보라 사이에서 살아가게 됐다. 이 때 장벽 안 쪽에 있었던 소수의 퍼스트맨 출신 부족들이 스타크 가, 그리고 북부의 가문들을 이룬다.  이 북부 가문들과 장벽의 위쪽에 사는 와이들링들이 여전히 믿는 신앙이 ‘옛 신의 종교’다.

숲의 아이들

숲의 아이들은 드라마 기준으로는 시즌 4에 처음 등장한다.

숲의 아이들은 드라마 기준으로는 시즌 4에 처음 등장한다.

‘옛 신의 종교’ 이야기를 하려면 위어우드와 숲의 아이들 이야기를 안 할수가 없다. (이렇게 계속 건드려야 할 부분이 늘어나는 탓에 종교 이야기를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해 보려고 했는데) 옛 신의 종교에서는 ‘위어우드’라는 나무를 숭배한다. ‘위어우드’란 이름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처럼, 직역하면 ‘좀 이상하게 생긴 나무’ 쯤이 되는데 실제로도 좀 이상하게 생긴 나무가 맞다.(…)

시즌 5도 완결난 마당에 지금 보는 시즌 1의 장면은 치밀어오르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여튼 저 나무가 하트트리.

시즌 5도 완결난 마당에 지금 보는 시즌 1의 장면은 치밀어오르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여튼 저 나무가 하트트리.

이 나무들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숲의 아이들’에 관한 내용으로 또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만 좀 거슬러 올라가고 싶다 안달족들이 건너 와서 웨스테로스 대륙을 휩쓸기 이전에 웨스테로스 대륙에는 이제는 와이들링으로 불리는 원주민들의 조상 격인 ‘퍼스트맨’, 그리고 숲에서 어우러져 사는 ‘숲의 아이들’이 있었다. 숲의 아이들은 반쯤은 요정과도 같은 신화적인 존재로, 지금 <왕좌의 게임>에서는 수천 년 전에 있었다고만 전승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하지만 시즌 4 이상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아직도’ 실제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브랜든 스타크가 타고 있는 테크트리가 바로 이 ‘숲의 아이들’의 능력을 배우는 테크트리이기 때문.

이 ‘숲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뛰노는 숲에서 영적 교감을 위해 몇몇 나무들에게 얼굴을 새기고, 그들에게 숨을 불어 넣었다. 그것이 위어우드다. 숲의 아이들이 이 위어우드를 아끼고 이들과 교감하고 이를 보살피는 모습을 본 퍼스트맨들이 함께 위어우드를 보살피고 숭배하기 시작했고, 이게 ‘옛 신의 종교’의 기원이다.

느므 어두워서 보일라나 몰라(...)

느므 어두워서 보일라나 몰라(…) 여튼 산사와 램지는 하트트리 앞에서 북부의 전통대로 결혼한다.

특히 위어우드 중에서도 신성하게 여기는 나무, 숭배의 대상이 되는 나무들은 ‘하트트리’라고 불린다. 숲의 아이들이 사라졌음에도, 혹은 사라졌다고 알려진 후에도 위어우드들은 꾸준히 그 자리에 남아 있고, 여전히 옛 신의 종교를 믿는 이들은 중요한 서약 – 예를 들어 결혼, 나이트워치의 신성한 서약 등 – 을 하트트리 앞에서 행한다. 최근에 하트트리 앞에서 치뤄진 중요한 이벤트로는 산사 스타크와 램지 볼튼 이제는 스노우를 떼어 내고 볼튼으로 올라선 천하의 개새끼 의 결혼식이 있겠다.

존눈이도 하트트리 앞에서 나이트워치의 맹세를 한다.

존눈이도 하트트리 앞에서 나이트워치의 맹세를 한다.

옛 신의 종교는 간단하다. 복잡한 교리나 제례가 없다. 성경도 없다. 토속, 무속 신앙에 가까운 신앙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례허식이 많다고 여겨지는 일곱 신의 신앙에 익숙하지 않은 북부인들과 와이들링은 여전히 옛 신의 종교를 믿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일곱 신의 교단 측에서도 크게 간섭을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것도 그럴 것이 원래 웨스테로스의 터줏대감 격인 신앙이 옛 신의 종교인데, 그걸 뿌리뽑겠다거나 적대시할 경우에 일어날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소수가 믿는 신앙이 되었지만, 여전히 옛 신의 종교는 존속 되고 있다.

seven hells의 유래, 일곱 신의 신앙(세븐)

사이즈만 봐도 각 나오는 킹스랜딩의 ☆지존★셉트

사이즈만 봐도 각 나오는 킹스랜딩의 ☆지존★셉트

이에 비해, 웨스테로스 칠왕국의 수도인 킹스랜딩에 호화로운 셉트(성소)를 두며 거의 국교로 자리 잡은 일곱 신의 신앙은 언뜻 보면 중세 이전의 카톨릭교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물론 유일신교가 아니고 다신교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일곱 신’이라는 게 결국엔 한 신의 일곱 가지 성격이라고 풀이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단 다신교인지, 유일신교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여러 관습이나 문화, 종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 면에서 확실히 닮은 점이 많다.

요래 일곱 분이십니다

요래 일곱 분이십니다

종교의 핵심은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숫자 7. 이를 기반으로 모든 교리와 제례와 상징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곱 신의 신앙에는 일단 일곱 신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처녀, 노파, 전사, 대장장이, 이방인 신이다. 각각 수호하는 사람들의 부류와 상징하는 덕목이 다르다. 이를테면 아버지 신은 정의를 수호하며 죽은 자의 영혼을 재판하고, 어머니 신은 자비로움과 평화, 출산을 관장한다. 그러니까 각각의 용무와 각자의 직업, 위치 등에 따라서 알맞은 신에게 알맞게 기도를 드리면 된다.

킹스랜딩의 궁전에도 요로코롬 칠각성이 뙇!

킹스랜딩의 궁전에도 요로코롬 칠각성이 뙇!

일곱 신의 신앙의 상징은 칠각성이다. 안달족이 협해를 건너서 웨스테로스로 넘어올 때, 일곱 신들의 우상을 이고 지고 싸매고 (…) 올 수 없으니 만들어 낸 상징인데, 이게 이제는 통용되고 있다.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건물들, 특히 킹스랜딩의 궁정이나 셉트를 보면 칠각성이 여기 저기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슬아슬하게 ‘칠각’이 나눠져 있어 보는 맛이 쏠쏠하다. (그리고 좀 예쁜 것 같다)

산사의 셉타 모르다네찡. 모르다네 ㅠㅠㅠㅠ

산사의 셉타 모르다네찡. 모르다네 ㅠㅠㅠㅠ

일곱 신의 신앙은 그 규모도 크고, 종단도 있다. 옛 신의 종교에 비해서는 훨-씬 정형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일단 성직자들은 셉톤, 수녀들은 셉타라고 부른다. (sept-가 어디서 유래한 접두어인지는 한 방에 때려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7이란 숫자를 그냥 관용어처럼 아무 데나 붙이는 거다. seven hells!처럼! ) 그 중에서도 교황급의 고위 성직자를 하이 셉톤이라 부르며, 현재 하이 셉톤은 하이 스패로우다. (전편 링크) 셉톤들은 주로 신전에서 근무하지만, 셉타들은 종종 유력 가문의 셉트(성소)에 배치돼 어린 여자 아이들의 선생으로서 활동한다. 유력 가문의 어린 남자 아이들이 셉톤이 아니고 마에스터(이를테면 서울대 출신의 똑똑한 집사 선생님들, 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정식 교육을 받은 집사들)에게 교육을 받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여자에게 훨씬 더 종교적인 정숙함을 강조하는 점이 눈에 띈다.

여튼 셉톤과 셉타가 있고, 일곱 신의 신앙 하에서 죽거나 다친 이들을 관장하는 사일런트 시스터들이 있다. 이들은 셉타와는 또 다른 존재로, 보통 유력 가문의 미망인이나 중산층 가문의 여성 등 오갈 데가 없지만 교육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받은 여자들이다. 전쟁터에서는 적군, 아군 구별 없이 상처를 치료하며(적십자군이다!) 죽은 이들의 장례 절차를 관장한다.

좆조프리와 마저리의 혼인에 개방됐던 그레이트 셉트.

조프리와 마저리의 혼인에 개방됐던 그레이트 셉트.

각 마을에는 카톨릭교의 성당에 해당하는 셉트가 있다. 웨스테로스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셉트는 바엘로의 그레이트 셉트로, 일곱 신의 신앙에 거의 미친 듯이 빠졌던 바엘로 왕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은 대성당 같은 곳이다. 그야말로 ‘로열 웨딩’이나 ‘로열한 장례식’ 때나 개방되는 화려한 곳이다.

일곱 신의 신앙은 구약성경의 십계명에 해당하는 주요 교리가 있으며, 이를 뒷받침해주는 경전도 있다.

By the old gods and the new

본격 왕겜 덕후만 웃다 자지러지는 짤.jpg

본격 왕겜 덕후만 웃다 자지러지는 짤.jpg

토속 신앙에 해당하는 옛 신의 종교, 그리고 전파된 신앙에 해당하는 일곱 신의 신앙에 등장하는 모든 신들을 아울러서 성스러운 맹세를 할 때 웨스테로스 사람들은 보통 ‘by the old gods and the new’라고 이야기한다. 어쨌든간에 두 종교의 존재는 서로 인정하는 셈이다. 이 두 종교의 관습은 실생활에서 크게 부딪히는 면이 없다. 그래서 공존이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웨스테로스에는 사람들이 ‘믿는다’고 표현할 만큼 주요한 신앙이 이렇게 딱 두 가지 뿐이지만, 크기도 크기인 데다가 더욱 다양한 인종과 부족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에소스에는 더더욱 다양한 종교와 신앙이 있다. 다음 편에서는 에소스의 종교를 살펴 볼 예정이다.


… 라면서 평화롭게 에소스의 종교를 살펴 볼 예정이었는데, 시즌 5 마지막화의 마지막 장면의 그 죽음(…) 때문에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는 바, 다음 편은 그 놈(…)의 생사에 관한 각종 이론들을 코난 모드로 검증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