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5에서 새로 등장한 인물들 중에서 스토리를 가장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른바 ‘참새 성하’, 하이 스패로우다. 처음에는 기고만장한 세르세이의 장기말 중 하나 정도로 묘사돼 팬들의 불만이 상당했지만, 시즌 5 7화를 감상한 이후 팬들은 만족에 젖었다. 드디어 참새 성하가! 성하다운 일을 하고 계신다! 면서…<

그는 누구인가

하이 스패로우는 교황에 해당하는 전임 하이 셉톤이 죽으면서 새로 임명된 교황이다. 1)시즌 4를 본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전임 하이 셉톤은 킹스랜딩의 민심이 흉흉할 때 길거리에 나섰다가 산 채로 갈가리 찢겼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밥 한 끼를 못 먹어서 굶주리고 있는데 뱃살을 자랑하며 온갖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Jonathan-Pryce-as-the-High-Sparrow-in-Game-of-Thrones-Season-5하이 스패로우의 등장은 여러 모로 중세 시대를 마감시킨 종교 개혁을 연상시킨다. 그 전의 하이 셉톤들은 킹스랜딩의 소의회(small council)에 ‘종교적 지도자’로 드나들며 온갖 권력의 맛을 봤다. ‘신실한 바엘로’ 왕이 지은 – 말이 좋아 ‘신실한’이지 신의 계시를 받아서 어린 소년을 교황으로 임명하는 등 정말 뒷말이 많은 왕으로 알려져 있다 – 호화로운 셉트(성당에 해당하는 개념. 일곱 신의 종교의 성소다)에 주로 머물렀다. 심지어 거처는 킹스랜딩의 왕궁 안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니까, 수염은 덥수룩하지만 배는 볼록 불러 있고 열심히 방의 뒷문으로 홍등가의 창녀를 들이면서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는 부정한 성직자를 생각했다면 정확히 맞다(…).

이에 비해 하이 스패로우는 본명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인물이지만, 민중의 지지를 획득한 ‘민중의 영웅’이다. 그는 참새들(Sparrows)이라는 이를테면 성전사 교단 군대를 부활시켰다. 그는 일곱 신의 종교 역사에 그저 ‘있었다’고만 전해져 내려온 무장 세력을 부활시켜서 과격함을 넘나드는 회개 및 종교 정화 운동을 펼쳐 왔다. 이 운동은 이제서야(시즌 5에 들어서야) 킹스랜딩에 당도했지만, 이미 왕국 전역을 휩쓴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하이 스패로우를 따르는 무장 세력이 이미 존재한다. 여기에 몸을 투신하면서 극적인 캐릭터(그리고 비중)의 변화가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가 란셀 라니스터다. (그의 비포 앤 애프터를 감상하고 싶다면 여기로)

무슨 생각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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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성하와 세르세이의 첫만남. 시즌 5 4화.

적어도 드라마에서 그의 처음 등장은 의심스러웠다. 워낙에 <왕좌의 게임>이 마음 속에 감춘 무언가를 드러내지 않은 인물들의 향연인지라, 그저 길거리에서 가난한 자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고 있는 그의 모습은 세르세이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세르세이는 그를 이용해 눈엣가시인 타렐 가문을 킹스랜딩에서 쓸어버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던 로라스 티렐의 동성애 성향을 그에게 고발해 버린다. 그리고 ‘성경에 쓰인 대로’ 대죄에 해당하는 동성애를 처벌하기 위해 하이 스패로우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로라스 티렐을 셉트의 감옥에 가둬버린다. 뭐 이런 식이다. 그의 유일한 동기이자 판단의 근거는 아직까지 밝혀지기로는 성경. 다른 목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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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개적으로 연애하고 다니니 비밀이 비밀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약점을 이용해 세르세이는 1승을 거두지만…<

하이 스패로우는 민중의 곁에서 다수를 옹호하는 인물이다. 그는 소수 귀족 계급들의 위선과 가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만약 이를 벗겨낸다면, 당신에겐 무엇이 남을까요?”와 같은 말을 최고 권력 가문들에게 자유롭게 한다. 물론, 그의 의도가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복인지, 종교국가 건설인지, 아니면 그 자신이 무언가를 얻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묘사된 하이 스패로우와 그의 생각은 마치 그 시대의 혁명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가 실패한 혁명가가 되어 고위 가문들에게 숙청당할지, 성공한 혁명가로 민중을 대표할 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의도치 않은 권력 싸움의 훌륭한 도구

그렇지만 세르세이는 곧 전에 없을 치욕을 겪을 예정인데...눈물주륵;

그렇지만 세르세이는 곧 전에 없을 치욕을 겪을 예정인데…눈물주륵;

하지만 그의 의도가 이렇게 명료하다 보니, 성경하고만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면 누구든지 그를 가져다 대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재단해 사용할 수 있다. 세르세이는 하이 스패로우의 광적인 신앙심을 티렐 가문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고, 그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똑같은 신앙심과 성경의 고리에 스스로의 발목 역시 붙잡혔다. 하이 스패로우의 동기와 의도가 너무나 명백하기에 그의 위치는 오히려 가장 정치적이다. 그가 가만히 있어도 그를 중심으로 킹스랜딩의 정치적 질서는 재편되고 있다. 이 모든 걸 노렸다면 <왕좌의 게임>을 통들어 하이 스패로우를 가장 훌륭한 전략가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의 참새들

Sparrows

짭새 말고 참새 뜨셨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참새들이라고 부르는 하이 스패로우의 광신도 군대는 이미 킹스랜딩을 상당수 장악하면서 홍길동의 활빈당 리즈시절급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일단 하는 일이 좀 의롭고 멋있어 보이다보니 대부분의 민중이 그들을 지지한다. 귀족들이 지나가면 호위 병사들에게 두들겨 맞고서야 길을 비키는 느낌이지만, 참새들이 지나가는 길은 오히려 슥 비켜주면서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느낌이랄까. 그들이 하는 일도 우상 파괴를 빼고서는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슬릴 게 없다.

참새들은 주로 간단한 몽둥이나 망치(…) 정도를 들고 다니고, 회색의 꺼슬꺼슬한 로브를 입으며 이마 한 가운데에 일곱 신의 종교를 뜻하는 칠각성을 새기고 다닌다. 교리에 수틀리거나 이단의 행동을 하고, 혹은 했다고 알려지는 모든 사람들을 즉석에서 처단하거나 셉톤으로 끌고 오기도 하고, 이단의 소굴인 창녀촌을 때려 부수는 등의 과격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이 스패로우가 민중의 지지를 받는 ‘아이돌’이라면, 이들은 그를 가장 든든하게 받치며 그의 세력을 실체화하고 있는 광적인 팬클럽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실행력은 이미 만빵에, 민중의 지지를 넘치게 받고 있는 하이 스패로우를 유력 가문들이 이용하려다가 오히려 이용당하기 시작한 이야기의 전개는 의미가 깊다. 킹스랜딩의 정치적 지형 뿐만 아니라 실제 민중의 정서와 영향력도 빠르게 하이 스패로우 편으로 넘어가고 있고 말이다. 이 상황을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여겨져 왔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극복할지, 혹은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지 지켜보는 것도 남은 후반부 에피소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예정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지금 하이 스패로우, 그리고 참새들에게 알아서 몰려 드는 알력 싸움은 그들이 노를 젓는 좋은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다.

   [ + ]

1. 시즌 4를 본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전임 하이 셉톤은 킹스랜딩의 민심이 흉흉할 때 길거리에 나섰다가 산 채로 갈가리 찢겼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밥 한 끼를 못 먹어서 굶주리고 있는데 뱃살을 자랑하며 온갖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