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는 나를 단련시키고 남미로 나는 움직인다

이 책이 중제에 영감을 줬다.

이 책이 중제에 영감을 줬다.

아마 여름이었다. 친구와 함께 남미여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본격적인 취업전쟁에 들어가기 앞서 남미나 아프리카를 가고 싶었던 나와 군대에서 KBS 세계를 간다를 보고 남미에 반한 내 고등학교 동창은 무작정 여행을 가기로 했다.

처음부터 남미를 가고 싶었던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최소 3주쯤 투자해야 할 곳에 못 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는 나이 먹으면 언젠가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외했다. 겨울방학 1달 가량을 투자해서 뽕을 뽑을 수 있는 곳은 아프리카와 남미였다. 그런데 여름 즈음 에볼라가 터져서 자연스레 남미를 가게 되었다. 절대 ‘꽃보다 청춘’보고 따라간 거 아니다.

<꽃보다 청춘> 때문에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 남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남미여행과 관련된 정보는 정말로 얻기 어려웠다. 네이버 카페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보가 구체적이지 못했고 최신이 아니었다. 가이드북 역시 인도, 미국, 유럽 등 타 여행지에 비해 부실했다. 당장 네이버에 가서 ‘인도 가이드북’을 쳐보자. 549건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남미 가이드북’을 쳐보면 저기서 숫자 하나가 빠진 56건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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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자와 예방접종이라는 최소한의 정보 만을 갖고 남미여행에 임했다. 그러다 보니 준비 과정부터 다섯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첫 난관은 ‘스케줄’이었다.

사실 ‘어디 가지?’ 라는 문제는 모든 여행객이 겪는 것이다. 갈등 끝에 우리가 계획한 남미여행은 30일 3개국(페루-볼리비아-칠레) 투어였다. “1달이나 가는데 조금 밖에 안 가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남미는 유럽과 달리 나라 간, 도시 간의 이동시간이 길다. 예를 들어 페루의 수도이자 입국도시인 리마부터 마추픽추의 입구 도시인 쿠스코까지는 버스로 꼬박 21시간이 걸렸린다.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인 산페드로아타카마에서 수도인 산티아고까지는 버스로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물론 비행기로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지만 ‘지갑 거지, 시간 부자’인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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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내가 정한다. 넌 따라오기만 해.

두 번째 걱정은 ‘고산병’이었다.

남미는 대체로 고산지대다. ‘마추픽추’의 입구 격인 페루의 도시 ‘쿠스코’는 해발고도가 3400m이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은 해발고도가 4400m까지 올라간다. ‘쇠도 씹어먹는’ 20대 청춘이라지만 고산병은 무섭다. <꽃보다 청춘>의 윤상처럼 고산병이 우리를 덮칠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스케줄을 여유롭게 짰다.

세 번째 고비는 ‘비행기 티켓’이었다.

2014년 9월 기준으로 인천과 페루 리마 간의 직항은 없었다. 최소 1회 경유가 껴들어갔다. 알다시피 가격과 경유 및 웨이팅은 반비례한다. 가격이 높을 수록 경유 횟수는 줄어들고 웨이팅 시간도 짧다. 최대한 뽕을 뽑기 위해 정말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스카이 스캐너, 익스피디아, 인터파크 등등을 봤다. 결국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다가 우리가 산 티켓은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미국의 달라스를 경유해 가는 코스였다. 여행 4개월 전에 산 티켓의 가격은 1명당 약 200만 원. 소요 시간은 총 21시간 5분. 돌아올 때는 28시간 30분 가량이 든다고 나왔다.

네 번째 고비는 ‘옷’이었다.

남미와 한국은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덥지는 않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고, 밤에는 쌀쌀하기도 하다. 고도가 높고 구름이 없어서 그런지 대낮의 햇살은 따갑고 뜨겁다. 우기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옷은 ‘바람막이’ + ‘막 입을 수 있는 찢어지고 버려져도 상관 없는 바지’+’여벌의 반팔티’+ ‘라이트 패딩’ 이었다. 기타 필요했던 물품은 멀티탭과 황열병예방접종문서 그리고 드라이기였다.

이런거여;; ㄹㅇ;;

이런거여;; ㄹㅇ;;

마지막 고비는 ‘환전’이었다.

유럽과 달리 남미는 각국의 화폐가 전부 다르다. 페루는 ‘솔’, 볼리비아는 ‘볼리비아노’, 칠레 같은 경우는 ‘페소’를 썼다. 한국에서 남미 돈으로 환전하는 것보다 ‘달러’로 환전 후 현지에서 환전하는 게 이득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체크카드’는 비상금을 넣어서 가져갔다. 카드에서 현지 화폐를 뽑는 것보다 달러로 환전하는 게 이득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수료가 얼마인지도 몰랐고, 카드 복사 범죄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카드는 비상용으로 들고 갔다.

남은 건 ‘얼마를 환전해가느냐’였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1달러는 약 2.95솔, 약 7볼, 약 6.25페소였다. 한국으로 치면 1솔은 약 400원, 1볼은 약 160원, 1 페소는 약 2원 정도로 계산했다. 나는 1080달러를 환전했고 씨티은행체크카드와 하나비바체크카드에 각각 30만 원씩을 넣어갔다. 결과적으로 페루와 볼리비아 물가는 싼 편이었지만 우리가 간 곳은 대체로 관광지였기에 크게 싸다고 느끼진 못했다. 칠레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고 느꼈다.

안녕하세요 베어그릴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베어그릴스입니다.

기말고사를 마친 후 9일 뒤인 12월 26일 날 우리는 출국했다. 내 고등학교 동창 ‘빠블로’와 대학교 동기 ‘김샤카’는 인천에서 만나 가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교환학생 중인 친구인 ‘왕멘’은 페루 현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리마에 도착하는 시각은 새벽이었기에 예약한 한인 민박에 미리 픽업을 예약했다. 그 전날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과음을 해서 컨디션에 무리가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람막이와 찢어진 청바지로 견디기에는 추운 날이었지만 신문물인 셀카봉과 핸드폰 카메라 렌즈를 탐닉하면서 추위를 잊었다. 그리고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 게이트가 헬게이트였다는 걸 난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