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세르세이한테 휘둘휘둘해도 멋진 호구 제이미? 멍청한 것 같으면서 똑똑한 것 같으면서 무모한 것 같은 세르세이? 왕좌의 게임 내에서 언더독의 대표주자를 달리고 있는 티리온? 지금은 죽었지만 압도적인 위엄을 보여주던 타이윈?

game-of-thrones-lannister-wallpaper왕좌의 게임에서 그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든, 혹은 어떤 진영을 응원하든 자꾸만 눈에 밟히고 자꾸만 등장하는 가문이 있다. 라니스터. 분명 처음 책을 쓸 때도, 그리고 드라마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작가는 인터뷰에서 ‘스타크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 밝혔지만 어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작가의 말을 점점 믿을 수 없다. 1분이라도 등장하지 않으면 섭섭할 지경이 된 라니스터 가문 때문이다.

오늘은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를 넘어서서 주인공의 자리까지 획득하는 데 성공한 라니스터 가문에 대해서 살짝 알아보기로 한다.

티리온찡 죽지마...☆

티리온찡 죽지마…☆

1. 라니스터 가문의 본진, 캐스털리 록

라니스터 가문의 본진은 캐스털리 록으로, 웨스테로스의 서부를 다스리는 서부의 수호자에게 주어지는 영지다. (즉 라니스터는 서부의 수호자 가문이다. 지금 라니스터 편인지 뭔지 모르겠는 피터 베일리쉬가 동부의 수호자이고, 라니스터랑 한 편을 먹은지 오래인 볼튼이 북부의 수호자니까 사실상 왕국의 반 이상을 먹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세르세이가 로버트 바라테온과 혼인하고 나서  라니스터 가문의 상당수가 킹스랜딩에 정착했으며, 특히 타윈 경이 직접 킹스랜딩에서 핸드로 봉직했을 때는 가문의 심장이 킹스랜딩에 옮겨 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종종 라니스터의 본진을 킹스랜딩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걔네는 원래 캐스털리 록 출신이다.

본진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캐스털리 록이 그들의 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영지 이름에서도 확 느껴지듯이, 사실 캐스털리 록은 한낱 돌덩이가 가득한 산지 지역으로 취급받을 뻔 했으나 (…) 웨스테로스 전역에서 가장 채산성이 좋은 황금 광산이 발견됨으로서 그 가치가 수직상승했다. 이 광산이 유명해 지면서, “라니스터 사람들은 똥도 황금똥을 싼다(Lanisters shit gold)”, “라니스터는 언제나 빚을 갚는다(Lanister always pays its debts)” 등 다수의 명언(…)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참고로, “라니스터는 언제나 빚을 갚는다”는 말과 함께 항상 나오는 웨스테로스의 민요 중 하나가 ‘카스타미어에 내리는 비’다. 피의 결혼식(red wedding) 때 브금으로 등장함으로서 처음 이야기의 전면에 등장했던 이 민요는 아시다시피 라니스터 가문이 정말로 ‘빚을 갚’느라 그 당시 서부의 2인자 가문이었던 레인(Reynes)가문의 씨를 말려버린 일화를 가지고 만들어진 노래다. (Rain -> reyne, 실제로 그 당시 레인 가문 사람들의 피가 빗방울처럼 뿌려졌다고 해서 덧붙여진 언어 유희이기도 함) 라니스터의 무자비함을 알리는 테마곡이다.  

2. 역사와 전통+자금력+외모 = 하늘을 찌르는 콧대

라니스터 가문은 타르게리엔 가문이 웨스테로스에 쳐들어와서 대륙 통일을 단행하기 전까지 서부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스타크 가문이 북부의 왕으로 군림했듯이. 당연히 콧대도 높고 자존심도 센데, 거기에 자금력까지 받쳐 준다. 콧대가 하늘을 찌를 급이다. 게다가 티리온이라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미모도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금발에 키가 크고 준수한 외모에 녹색 눈동자’를 갖추고 있다고 묘사된다.

그래도 티리온 나름 잘생김<

그래도 티리온 나름 잘생김<

가언은 “나의 포효를 들어라(Hear me roar!)”이지만 아무도 그거 가언이라고 생각 안한다. 보통은 “라니스터는 언제나 빚을 갚는다”가 가언으로 여겨지고는 한다. 그리고 본인들도 종종 그렇게 착각하는 듯(…) 가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가문의 마스코트는 황금빛 갈기를 가진 숫사자.

그리고 전통, 자금력, 외모의 삼위일체로 중앙 정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온갖 지역과 온갖 영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 하지만 가문의 위상은 수직하락중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라니스터의 체면은 수직하락중이다. 그야말로 곤두박질.
가장 먼저, 그들의 힘에 언제나 귀중한 기반이 되어 주던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다른 가문의 영주들과 귀족들에게는 라니스터가 돈 많은 척을 할 수 있지만, 지난 3회에서 소개한 브라보스의 강철 은행은 수상한 냄새를 맡았다. 더불어 킹스랜딩에 라니스터가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과 각종 물자가 떨어지고, 이 기회를 틈타 남부의 또 다른 부자 가문인 티렐 가문이 득세중이다. 티렐 가문도 라니스터가 망하는 냄새를 맡은 것 같다(…).

타이윈이 죽었을 당시 모습을 가져오려다 너무 비참해서 포기함(...) 캐릭터의 존엄을 지켜주(...)

타이윈이 죽었을 당시 모습을 가져오려다 너무 비참해서 포기함(…) 캐릭터의 존엄을 지켜주(…)

게다가 타이윈 라니스터도 티리온 손에 꼴까닥했다. 시즌 4 내용이지만 요즘 시즌 5가 한창 방영중인 때에 설마 시즌 4를 보지 않은 덕후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스포알람을 때리지 않는다. < 타이윈 라니스터가 비록 자식들한테는 진짜 못되게 굴긴 했지만, 워낙 그 강인한 성격과 철두철미한 품성, 그리고 가문을 향한 집착급의 사랑까지 가주로는 엄청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맥없이 티리온의 손에 죽게 되면서 라니스터 가주의 자리는 타이윈의 사촌인 케반 라니스터가 덜컥 맡게 되었다.

이로 인해 드라마의 주요 등장 인물인 제이미, 세르세이 그리고 티리온 모두가 가주 자리에서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캐스털리 록의 실권을 휘어잡을 기회도 상실해 사실상 라니스터 가문은 킹스랜딩에 잔류한 제이미, 세르세이 그리고 세르세이의 자식들과 캐스털리 록의 세력으로 두 조각 난 거나 다름없게 되었다. 게다가 케반 라니스터는 신중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매우 느린 일처리와 굼뜬 행동 때문에 비난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즉 타이윈 급의 가주는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게다가 세르세이를 좀 싫어한다. 가문에서 충분히 내분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물론 도르네식 두건 따위가 제이미의 꽃미모를 감추지는 모태

물론 도르네식 두건 따위가 제이미의 꽃미모를 감추지는 모태

셋째로, 그렇게 갈라져서 킹스랜딩에 잔류하고 있는 세르세이 쪽의 상황이 그렇게 밝지 않다. 티렐 가문에 영향력을 위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꾸 무리하게 티렐 가문을 몰아내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중이다. 게다가 그나마 잔존 세력의 한 기둥뿌리를 담당하고 있던 제이미(…)는 세르세이가 도르네로 보내 버렸고.

즉, 라니스터 가문의 황금기는 이미 지났고 앞으로 남은 시즌에서 천천히 몰락하는 광경을 구경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드라마 제작자들이 시즌을 시작하면서 언급하길 ‘책에 없는 죽음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데 (물론 이것이 4화 막바지에 명을 달리한 셀미 바리스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죽음이 제이미 라니스터일 수 있다는 데에 팬들은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 워낙 제이미가 굴려질 떡밥은 충만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말로 유서 깊은 가문 중 하나인 라니스터가 몰락하는 건 시간문제. 당장 다음 대를 이을 적통의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얄밉지만 자꾸 눈이 가는 사람들

결국 한때 리즈시절이 지나고 몰락하고 있는 가문의 사람들이지만 라니스터 사람들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겉으로만 보면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하나 이상의 고민 덩어리를 안고 사는 불쌍한 인간들이기 때문.

제이미는 쌍둥이인 세르세이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가 그를 충분히 파멸로 이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세르세이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실제로 파멸의 루트로…ㅠㅠ) 세르세이는 로버트 바라테온을 좋아했지만, 로버트가 리안나 스타크를 잊지 못하고 세르세이를 냉대하는 바람에 남은 마음의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을 광적으로 사랑하는데 자꾸 아이들이 죽어나가거나 다른 지역에 신붓감으로 차출된다. 티리온은 두말할 것도 없고, 라니스터 줄기 중에서 좀 찌끄레기(…)에 해당하던 란셀 라니스터는 세르세이와 바람이 났다가 일곱 신 신앙에 자신의 온 몸을 던지고 개 무서운 광전사로 부활했다(…).

세르세이랑 바람날 시절의 미소년 란셀(...) 그리고 성하의 군대로 거듭난 광전사 란셀(...)

세르세이랑 바람날 시절의 미소년 란셀(…) 그리고 성하의 군대로 거듭난 광전사 란셀(…)

각자의 고민과 죄의식, 방황과 분노를 품에 안고 살지만 ‘라니스터’라는 이름이 주는 강제 품위 유지의 의무 때문에 그들은 늘 힘들어한다. 현대판 재벌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앞으로 그들에게 열린 드라마의 남은 줄거리는 고생의 가시밭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들의 몰락을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은 마냥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 시즌에 이르는 여정을 함께 하면서 오만 미운 정이 쌓인 것 때문에. 부디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