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지난 5월 16일 서울역광장에서 있었던 ‘2015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문화제(이하 문화제)’에서 박궁그미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어머님이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 이 글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독자 여러분들께  필자 본인 소개를 먼저 하자면, 박궁그미는-

  • 지금껏 이성애만을 십여 회(…) 고집해온 + 스스로 이성애자라고 판단하는 스물 다섯 여대생으로
  • 이번 문화제와 같은 자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며
  •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 특별히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동성애자 커플의 항문 섹스가 에이즈의 주범이다’라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 정도는 아는 1인입니다.

올해 초부터 이런저런 볼일 때문에 시청 앞을 지날 일들이 있었다.

갈 때마다 시청 바로 앞에서 소-리소리를 지르시는, 어머님 아버님 뻘 되시는 분들을 뵀었는데 그분들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소돔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연설을 목이 터져라 (그것도 마이크를 들고!) 외치시곤 했다.

당시에는 바로 그분들 옆을 지나면서도 얼굴을 찌푸려버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반응이랄 것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모습 자체를 보기도, 듣기도 싫어서 자리를 금방 옮겨버렸다.

그렇게 외면만 해오던 그 분들을 며칠 전인 16일에 다시 만났다.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2015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문화제’자리에서였다.

16일 서울역 광장은 그 광경만으로도 많은 것을 보여줬다.

취재 차 방문한 문화제의 분위기는 대낮부터 후끈했다.

폴리스라인을 기준으로 서울역에 가까운 쪽에는 문화제가 마련돼있었고, 폴리스라인 너머에는 문화제의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동성애 반대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촬영은 폴리스라인 안 쪽. 그니까 문화제가 진행되는 쪽에서 이루어졌다.

‘항문 섹스도 인권이냐? 정말 잘났어’, ‘핏땀 흘려 세운 나라 동성애로 무너진다’라는 문구가 쓰인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한 남성에게 먼저 다가갔다.

“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동성애를 반대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먼저 물었다. 돌아온 답은 명확치 못했다. 남성 분은 ‘동성애를 하면 똥구멍으로 섹스하는데 그러면 에이즈에 걸리니까. 성경에 써있으니까’ 정도로 정리(?)되는 문장을 어눌하게 말씀하셨는데,‘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 순간 옆에 계시던 한 어머니 뻘로 보이는 여성분(이하 편의상 어머니)이 다가왔고, 촬영을 거부하신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눠볼 수 있었다. (박궁그미─, 어머니─)

어머님의 논리는 대략 이러했다.

“남자와 남자끼리 결혼하고 섹스하면 애를 못 낳잖아. 애를 못 낳으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나라가 망해요.”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동성애 때문만이 결코 아니잖아요. 이성애 커플이라고 하더라도 결혼과 출산, 육아 자체가 어려워서 애를 못 낳고 있는 건데 동성애 커플 탓 만은 할 수 없죠. 그리고 오히려 동성 커플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사례도 적지 않아요. 이성 간의 섹스로 태어났지만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동성 커플이 키우는 건 오히려 동성 커플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 아닌가요.’

…하는 생각이 누구보다 빠르게 뇌리를 스쳤지만, 이렇게 따지기 보다 다른 물음을 던져보자 싶어서 화제를 돌렸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동성애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사람들의 존재를 반대하고 계시는데, 극소수의 사람들의 존재조차 인정하시지 못하는 건가요?”

“문제는 이런 행사-공동행동-가 있으면 동성애가 확산이 되잖아. 확산이 되는 게 문제라는 거야.”

어머님을 포함한,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극한 우려(...)는 결국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졌다...

어머님을 포함한,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극한 우려(…)는 결국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졌다…

성경이 맞으니까 내 주장은 맞다. 성경이 맞으니까 ‘너네’는 틀렸다.

“그래도 성경은 맞잖아. 성경 창세기에 나오잖아. 남자는 여자랑 사랑해야 해.”

“성경이 ‘틀리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성경이 ‘무조건 옳으니까’ 저 사람들은 ‘틀렸다’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부모님이 차 조심하라고 그러면 차 조심해야 되지? 그거하고 똑같아. 하지 말라면 그냥 안 하면 돼. 하지마.”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지, 반대할 집단으로 동성애가 선택된 건지

“혹시… 저쪽 편 아니지?”

“편? 편 같은 건 없어요, 어머니. 저는 동성애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어머님의 주장도 존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같은 이유로 성소수자의 주장도 존중해요.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가 충분히 알아보고 나서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봐요.”

동성애 반대 측의 주장 속에는 계속해서 ‘네 편’과 ‘내 편’의 강려크한 구분이 있었다. 뒤에 이어진 동성애 반대 연설은 결국 기승전’종북’까지 이어졌다.

“동성애법의 배후에는 공산주의 사상이 있습니다. 동성애법이 통과되면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국가를 흔듭니다.”
지켜본다야, 네가 필요해.

지켜본다야, 네가 필요해.

극단, 극단, 또 극단

“동물이랑 섹스하는 영상 봤지?”

“아니요ㅋㅋㅋㅋㅋ 그런 건 본 적이 없는데요.”

“동물이랑 섹스하고 동물이랑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어. 동성애를 인정하면 동물 섹스까지 인정하게 될 수 있어.”

뒤에 이어진 ‘동성애 규탄 집회’ 연설에서 비슷한 상황은 또 한 번 이어졌다.

“동성애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면 남자가 남자하고 섹스하는 거 인정해야 하고, 남자가 남자하고 섹스하는 거 인정하면 나중에 아동성범죄자들도 인정해야 합니다. 애들하고 섹스하는 거 어떻냐고 하면 그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성애법이 통과 되면 애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항문 섹스’를 배웁니다. 남자아이들은 다른 남자 아이들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걸 배웁니다. (…) 아이들이 나중에 집에 와서 ‘엄마 저 학교에서 항문 섹스 배우고 왔어요. 저 항문 섹스하고 싶어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동성애에 대한 인정이 세상 모든 ‘행위’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신 걸까. 지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은 어디 말아드셨는지. 학교에서 콘돔 사용법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있는 상황에서 항문 섹스를 권장하는 교육을 상상하시다니…★

기승전’사랑한다?’

동성애 반대 집회 현장에서는사랑한다는 말도 참 많이 들렸다. 혐오로 가득한 말들이 잔뜩 쏟아지고 난 뒤에도 발언의 마무리는 ‘결국 사랑한다’ 였다. 문화제 주최 측에서는 ‘혐오를 멈추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았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회 측에서는 “동성애자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혐오가 아니고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한껏 혐오를 온 몸으로 뿜어내주시고는 이내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데, 혼란도 이런 혼란이 없었다.

“이렇게 이쁜 딸이 (…) 동성애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어.”

대화를 나눈 어머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뭐, 나의 부모님 얘기를 하신다면, 나의 부모님은 내가 동성애를 한다고 해서 저를 버릴 분들은 아니시니까. 분명히 이야기를 나눠보았고, 설령 내가 동성애를 하더라도 저를 사랑해주실 분들이 저희 부모님이니까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이런게 내 생각이었다만…

폴리스라인 건너편에 사랑은 없었다.

“저 분들이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으면, 저도 저 분들-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혐오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요.”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한 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혐오가 싫지만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자기 안에도 혐오가 차오를 것만 같아 두렵다고.

이 분들의 입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튀어나왔다. 그러나 쉽게 나온 ‘사랑한다’는 말만큼, 증오와 혐오의 말도 쉽게 흘려 나왔다.

이 분들의 입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튀어나왔다. 그러나 쉽게 나온 ‘사랑한다’는 말만큼, 증오와 혐오의 말도 쉽게 흘려 나왔다.

그냥 그런 거다. 내가 적극적으로 ‘여러분 동성애를 하세요! 항문 섹스!!!’라고 외치고 다니지는 않지만,  동성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을 향해 ‘그건 죄악이다! 없어져라!’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요만~큼도 없다. 되려 그렇게 열성적으로 동성애 혐오,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에너지가 남아도시는 건가’ 싶다.

다만 (동성애를 반대하시는 분들의 말을 인용하자면)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곳에서, ‘저 사람들이 꼴도 보기 싫다’는 이유로, 저 사람들을 향해 ‘죽어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진짜 ‘해서는 안 되는 짓’은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행위’다.

세상에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극혐하는 사람들 이렇게 두 집단만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세상에 ‘내 편'과 ‘네 편’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극혐하는 사람들 이렇게 두 집단만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세상에 ‘내 편’과 ‘네 편’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내 편이 아닌 너’의 주장에 대한 극단적인 반대. 그 안에서 내가 본 것은 결국 혐오였다.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주장,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혐오’라는 감정 뿐이구나 싶었다. 그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이 날 내가 들은 것은 혐오 뿐이었다.


※1. 기독교 측에서는 ‘소돔시장’이라 불리며 천하의 죽일 놈 마냥 까이는 박원순 서울 시장. 동성애에 대한 그의 태도는 이미 미스핏츠를 통해 신랄하게 까ㅇ… 아니, 충분히 이야기 된 적이 있는 바(…) 굳이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2.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말하면 입 아ㅍ…아니, 이미 지난 2013년에 ㅍㅍㅅㅅ에서 잘 정리해놓은 기사가 있으므로 이를 첨부해 대체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