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문화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네이버에 ‘디스’라고 쳐보았다. 디스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치자 자동 완성창에 뜨는 건 디스커버리 스포츠, 디스커버리같은 랜드로버 관련 단어들이다. 그 아래로는 베x디스크, 토x디스크 같은 밤꽃 냄새 물씬 나는 단어들이 널려있다. 우황청심환도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콧구멍의 흑형을 떠오르게 하는 ‘Diss’라는 단어는 없었다.

검색을 해 보았다. 맨 위에 ‘디스가 뭔가요?’라는 지식인 답변이 나온다. 눌러보지만 답변은 ‘disrespect의 준말로 상대방의 허점을 공격하는 것입니다’로 끝났다. 놀라울 정도로 간결했다.

허점을 공격하는 게 디스라면 김성모 화백은 디스만화의 대가이실 것이다

허점을 공격하는 게 디스라면 김성모 화백은 디스만화의 대가이실 것이다

네이버여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구글에 ‘디스’를 검색해 보았다. 검색결과에 나온 위키피디아 링크를 들어간다. ‘디스 또는 디스 곡은 respect의 반대인 disrespect의 줄임말로…’ 라는 정의로 시작되는 위키피디아의 젠-틀한 설명이 보인다. 이어서 나오는 ‘배경’, ‘폭력’, ‘홍보전략’이라는 대제목. 3개의 대제목 중 2개가 부정적 어감이라니, 순수하고 맑은 여리여리착하던 그런내가 졸라 나쁜 단어를 검색하고 있었던 건가 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이렇게 짐승같은 놈일리가 없어...

내가 이렇게 짐승같은 놈일리가 없어…

동아리에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후배 ‘똘똘이’(가명)가 있다. 똘똘이와 어느 날 음악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직 별로 안 친해서 필자가 힙덕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똘똘이는 내게 “형, 저는 힙합은 안들어요. 힙합은 맨날 싸우고 자랑이나 하는 음악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스물 다섯 이지만 나이의 절반정도는 뒷구멍으로 먹은 나는 그 즉시 똘똘이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힙합의 디스문화와 스웩 문화는 단순한 쌈박질이나 자랑이 아닌 흑인 게토사회의 사회,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사연 있는 문화다 이놈 쉑키야”라는 꼰대소리를 지껄였다. (그 이후로 똘똘이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필자처럼 폭력적이냐면서 필자를 갈구고 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라. 필자는 하얀 비둘기와 올리브 줄기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다.)

사족이 길어졌다. 하여튼, 위키피디아의 부정적인 언급과 똘똘이와의 일화를 통해서 얘기하고 싶던 점은 이렇다. 사람들은 힙합을 ‘맨날 싸우기나 하는 음악‘이라 생각 하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혹은 그들은 아예 디스문화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이해할 의사가 별로 없다는 것.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디스곡이란 특정 대상에 대한 랩퍼의 사상과 감성을 독하게 담아낸 ‘예술’이고 디스전은 스포츠 경기처럼 흥미진진한 ‘이벤트’다. 그러나 힙합이란 울타리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디스곡은 앙칼진 목소리로 내뱉는 ‘저주와 폭언’이고, 디스전은 진흙탕 개싸움과 다를 바 없다.

2013 컨트롤 대란 당시 자우림 드러머 구태훈의 트윗. 힙합 문화에 큰 관심이 없다면 이처럼 디스전은 치기어린 싸움질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2013 컨트롤 대란 당시 자우림 드러머 구태훈의 트윗. 힙합 문화에 큰 관심이 없다면 이처럼 디스전은 치기어린 싸움질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자우림을 좋아하고, 올해나 내년 즈음 나올 ☆자우림 10집☆ 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쪽이 참으면 되는데~’ 같은 입에 발린 말을 중심으로 ‘경쟁을 통한 발전이면 ㅇㅋ’으로 끝맺음 하는 드러머 구태훈의 발언은 힙덕의 입장에서 힙합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으며, 큰 형님 마냥 “서로 화해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태도는 힙합문화를 열등한 문화로 치부하는 듯 했다.

(이 발언이 어째서 힙합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차차 설명해나가도록 하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태훈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힙합음악이 멜론 차트에서 1위를 석권할 정도로 대중화 되었지만 스웩, 디스, 허슬 같은 힙합의 문화적 요소에 대한 지식은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힙덕이라고 자칭하는 힙부심 넘치는 친구에게 가서 물어보라. “왜 도끼랑 더콰이엇은 가사랑 인스타에 돈 자랑을 해? 그냥 조용히 쓰면 되지?”, “왜 타이미랑 졸리브이랑 싸운 거야? 걍 무시하면 되는 건데?”. 안타깝게도 리스너들의 대부분은 근본적인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정도로 힙합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  당신의 친구는 이 질문 앞에서 벙어리 + 쭈구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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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하지마 할말 없으니까 – 반도의 흔한 힙합리스너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이런 질문들 앞에서 수도 없이 쭈구리로 변신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형이 듣던 드렁큰 타이거 2집 카세트테이프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15년간 힙합음악을 들어왔으나, 그 세월동안 쭈구리 변신 횟수는 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다 보니 힙합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그래 이 글엔 힙합 쭈구리의 슬픈전설이 있어

앞으로 연재를 통해  한국 힙합의 역대 디스전과 그 상황, 맥락을 정리할 예정이다. 한국의 힙합판에 일어났던 ‘디스’와 만들어진 디스곡에 대해 정리하는 한편, 힙합 문화에 대한 각종 지식을 필요한 만큼씩 첨가하여 힙합 문화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사람들이 힙합 문화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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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봐줘잉 ㅠ_ㅠ

독자느님 들의 호응을 구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