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어느덧 열 번째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알게 모르게 독자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평도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산문집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영하의 퀴즈쇼를 소개하겠습니다.

 ‘퀴즈쇼’는 2007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한 20대 백수 청년이 사회를 떠돌다가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집회라고 불리는 퀴즈대회에 참가한 뒤에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은 장편소설입니다. 나온지 꽤 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감성이 하나도 낡지 않았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티비가 없거나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친구가 없는 건 아닌지 의심되는 첫 문장

초등학교 입학식 날, 나는 궁금했다. 다른 애들 옆에 서 있는 저 젊은 여자들은 도대체 누구지? 가만히 지켜보니 애들은 그 분냄새 나는 어린 여자들을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주인공도 가정요새 구축이 유년시절 취미였는 듯 하다

주인공도 가정요새 구축이 유년시절 취미였는 듯 하다

달콤한 문장

사람들은 책 한권을 들고 나갈 때도 많은 생각을 한다.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셈이니까. 데이트라면 더 할 것이다. …… 철면피가 아니라면 『소녀경』이나 『아무도 몰랐던 성의 비밀』 같은 책은 좀 곤란할 것이다. 고전은 고루해 보일 수 있으니 패스. …… 한편 너무 실용적인 책은 신비감을 주지 못한다. …… 『바둑의 정석』이나 『월간 낚시』 같은 류도 대략 난감하고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는 아무리 고전이라도 사람을 좀 어려뵈게 만들고 약간 현실에서 동떨어진 몽상가처럼 보이게 한다. …… 세상에 그토록 많은 책이 있건만 데이트할 때 들고 나가기 적당한 책은 별로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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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소설의 재미있는 부분은 소심한 상상을 그럴듯하고 유머 있게 서술하는 부분입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책을 보고 사람을 추측해보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둑의 정석이나 월간 낚시 같은 사소한 옵션을 추가함으로써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런 소소한 재미들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고통스러운 문장

하나 같이 화려한 과거를 가지고 있던 그들을 나는 속으로 ‘깨나’족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모두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 속 ‘깨나’ 썩이던 깡패였지만 마음잡고 사회에 나와서는 돈푼 ‘깨나’ 만진 적이 반드시 한번은 있었고 한창때는 여자 ‘깨나’ 울렸다. …… 깨나족은 술에 취하면 호기로워지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의 팔십 퍼센트는 깎아서 들어야 한다. …… 그러면서도 별것 아닌 것에는 되게 인색하다.

/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타인에게 말 걸고 지적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는 문장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퀴즈의 답은 자신에게 있다

보태는 문장

‘퀴즈쇼’ 안에서 영국밴드 뮤즈의 음악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엮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뮤즈의 노래 중에서 영화 ‘월드워 Z’의 엔딩곡이었던 ‘Follow Me’를 추천 드립니다. 묘하게 여운이 많은 남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