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자냐?”

 

새벽 1시, 그룹채팅방에 이런 톡이 오면 손에서 폰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 다음 톡으로는 ‘나 헤어짐’, ‘아 존나 빡쳐’ 혹은 아주 가끔 ‘왜 생리를 안 하지?’ 같은 자극적인 톡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시간 대화모드를 알리는 저 미끼에 완전히 낚여버린 나는 폰을 두 손에 꽉 쥐고 ‘안 잠, 안 잠, 안 잠’을 연발했다.

헌데 위에 나열한 세 가지 경우가 아닌 뜻밖의 카톡이 왔다.

 

‘야, 너네는 할 때 몇 분 정도 하냐’

 

응? 물음표도 없는 진지한 친구의 카톡. 여기서 할 때는 잘 때(=관계할 때=붕가붕가 할 때)를 말하고, 몇 분은 관계의 지속시간을 말했다. 친구의 물음에 12분, 20분, 심지어는 30분 까지 다양한 시간대의 답이 나왔는데 친구의 답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하? 진짜? 그렇게 오래해?’

‘왜 넌 얼마나 하는데?’

‘3…분? 아 어쩔 땐 3분도 안 돼. 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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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주: 웃을 일이 아니다..)

 

한동안 대화방은 ‘ㅋ’로 도배 되었다. ‘3분 카레냐’부터 ‘모텔 갈 때, 컵라면 사가라. 컵라면에 물 붓고 붕가하면 알맞게 익겠네’까지 한참동안 친구를 놀려댔다.

 

‘나 진짜 심각해’

 

남자친구와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 중인 친구는, 이러다가 결혼해서 본인이 바람피우게 되면 어떡하냐는 하소연까지 했다. 3년 동안 남자친구만을 바라보던 순정녀인 친구에게서 ‘바람’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3분의 붕가 시간’은 문제적이었다.

우리는 남자친구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자친구는 애초에 ‘단타자’ 라는 결론이 나왔다. 잠시 몸이 안 좋아서, 피곤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짧은 것이었다. 벼랑 끝의 기대가 담긴 ‘짧고 강하냐’는 물음에 ‘느끼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보아 도루 능력으로 투수를 뒤흔드는 ‘임팩트 있는 단타자’가 아닌, 그냥 ‘임팩트 없는 단타자’였던 거다.

태초부터 단타자에, 임팩트도 없다니 ‘어쩌냐, 그냥 살아야지 뭐’ 라는 답변이 나올 정도로 친구의 안타까운 사정에 해답이 없었다. 심지어 나는 ‘아 그냥 헤어질까’라고 말하는 친구를 말릴 생각도 않고 ‘그래, 속궁합 안 맞는 건 헤어져야 해’ 라며 헤어짐을 부추기기까지 했었다.

우리 모두가 총체적 난국을 맞아 절망하고 있을 때, 침묵하고 있던 숨은 에이스가 잠을 깼다.

 

‘콘돔 안 끼냐’

 

에이스는 과도한 섹드립이 난무하는 채팅창을 보고도 ‘ㅋ’하나 보내지 않고 진지하게 물었다.

 

‘응…안 낌’

 

그 때부터였을까. 채팅창이 에이스가 내 뱉는 욕으로 도배가 됐다. 에이스의 설명을 욕을 거르고 적어보자면, 콘돔을 껴야 느낌이 둔해져 조금이라도 더 오래간다는 거다. 맞는 말이다. 콘돔을 끼면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이 둔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오래 할 수 있다. 특히나 늘 3분 안에 끝나는 남자라면, 둔해져서 좀 더 오래갈 필요가 있겠지.

여기에 나의 잡다한 지식을 얹어보자면, 콘돔 중에는 사정지연제를 내장한 롱타임 콘돔도 많으니 콘돔+사정지연제의 은혜로움으로 지속시간을 배로 늘릴 수도 있다. 벤조카인이라는 마취 성분으로 귀두 감각이 둔해져서 사정을 늦춘단다. (발기 후 끼워야 한단다. 발기되기 전에 끼우면 여자친구한테 발기부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콘돔 끼면 성병도 예방되고 임신 걱정도 없잖아!!!!!!!!!! 그럼 껴야지 당연히!!! (노콘노섹!!!!!!!!!!)

그런데 문제는 그 3분카..아니 남자친구가 콘돔을 안 낀다는 거다.

‘왜?’

‘느낌이 안 난다’가 이유란다.

나니?? 난다꼬래????????????????? 혼또니??????????

나니?? 난다꼬래??혼또니???????

나는 ‘섹스’를 그 남자의 본심을 확인할 수 있는 스킨십이라고 생각한다. 관계 시에 보이는 남자의 행동은 나에 대한 사랑이 여과없이 드러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과정 없이 (그…..기로) 직행하거나, 무리한 자세를 요구 한다거나 하는 것은 상대방의 욕구에 대한 ‘배려’, ‘존중’ 보다는 지 ‘욕구’만 중요한 게다.

앞서 친구에게 ‘속궁합이 안 맞으면 헤어져야지’라고 말 한 게 이 때문이다. ‘신이 너와 나를 만들 때, 서로에게 꼭 맞게 빚어 줬나봐..’와 같이 속궁합이 처음부터 잘 맞는 커플은 드물다. 대게 연애를 하면서 서로 맞춰 나가다 보면 어느 날부터 ‘속궁합’이라는 게 맞게 되는 게다.

그런데 친구 남자친구는 속궁합을 맞춰나갈 의지가 없는 거였다. ‘본인이 못 느낀다’는 이유로 콘돔을 끼지 않는다? 내 친구는 느끼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는데 지는 살갗을 부비는 느낌을 뼛속까지 느끼고 싶어서 콘돔을 ‘못’ 낀다니??????? (못 끼는 게 맞긴 해? 끼우는 법을 모르는 건……뭐…짐승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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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느끼는 게 뭐냐자냐??????????오르가즘??응? 그게 뭐냐자냐자냐..ㅠㅠ…

(그냥 뭐가 들어 왔나…..?….??...)graph

위의 그림처럼 남자친구의 욕구 충족도가 한 7쯤 된다면 내 친구의 충족도는 1~2? 정도 된다. 친구 남자친구가 느끼고 있는 7이라는 충족도는 콘돔을 안 낌으로써 얻어지는 ‘살갗의 접촉’이 적어도 3~4는 되겠지? 만약 친구 남자친구가 이 3~4를 포기하고 콘돔을 낀다면 시간이 늘어나서 내 친구의 충족도도 2~3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양 쪽 저울에 균형이 맞겠지? 3분이라는 시간 때문에 내 친구는 바람을 고민할 정도로 1도 못 느끼고 있는데 그 남자친구는 콘돔 없이 ‘못’ 한다는 핑계를 대며 ‘3분 붕가’에 문제점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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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인 친구에게 끝까지 (욕이란 욕을과 함께) 콘돔을 끼라 외치고 있지만 돌아오는 친구의 답변이라곤, 여러번 얘기해봤지만 헛수고란다. (슬퍼ㅠㅠ)

zzz

짤로나마 응징하고싶다

여자는 다시 자신이 모래밭의 두꺼비집인 것처럼 생각됐다. 속의 공동(空洞)을 넓히느라 손을 넣어 모래를 파내고 속을 비우는 찰나 무너져 내리는 모래집. 남자는 갈퀴손처럼 여자를 한없이 비우고, 여자는 부서져 내리고. 남자는 더 깊어지는 허기로 결국엔 나가떨어질 것이다. (…) 여자는 자신을 좀더 비워내기 위해 남자를 몸 속 끝까지 받아들인다.

-권지예, 뱀장어 스튜 中-

나는 섹스가 ‘비워내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것’ 이라는 일방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만 성욕을 충족하고 말 것이면 자위나 할 것이지 뭐 하러 타인에게 쓸모없는 육체노동을 시키는가 말이다. 내가 만족하는 만큼 타인도 만족을 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여자 친구가 성욕을 푸는 대상은 아니잖아?

3분 카레라는 말을 써서 미안한데, 조루 남성을 비하하려는 마음은 1도 없다. 짧을 수도 있지. 본인에게 그런 컴플렉스가 있을 때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무엇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그 작은 노력, ‘콘돔’ 하나 끼는 것조차 안 하는 건 정말 사이야끄다!!!!!(さいあく- 최악이다)

 

네 성욕만 성욕이 아냐, 넌 적어도 사정은 하잖니.

근데 내 친구는……………………….하………………………………..

 

 

그래서 결론은, 최악이 되지 않으려면 끼라고……. 껴!.

 

[divider]뱀발[/divider]

편집자: 미스핏츠 ‘홍콩.. 어디까지 가 봤니?‘ 편에 3분 카레들을 위한 사정지연 크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