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 김승옥은 수많은 창작자들이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서울의 달빛 0章’ 등이 대표작입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야행’은 그가 60년대에 쓴 단편소설 중에서 특이하게 여성 화자가 등장하는 소설이며, 한 여성이 추행을 당한 뒤에 변한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얼마나 많은 상황을 겪어서 저럴지 안쓰러운 첫 문장

– 현주는 자기 몸에 늘어붙고 있는 사내의 시선을 느꼈다. 확인해 보나마나 알지 못하는 술 취한 어떤 사내겠지. 그 사내가 자기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는 것을 현주는 돌아보지 않고도 느낌으로써 알 수 있었다.

달콤한 문장

– 그 여자는 자기의 욕구가 지나치게 무모하고 비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이라는 걸 그 욕구의 싹이 자기의 내부를 자극하기 시작하던 처음부터 깨닫고 있기는 했다. …… 인간이 지니고 있는 욕구는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지 그 속에 한줄기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자각이 그 여자로 하여금 그 무모하고 비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이라고 생각되는 울타리를 감히 넌지시 넘도록 한 것이었다. …… 어느 입장에서 보면 그의 행위는 분명히 무모하고 비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욕구가 완전히 부정되어야 할 것인가

/ 이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어느 입장에서 보면’이라는 부분입니다. 어느 입장에서도 완전하고 고결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정상’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라도 비정상인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100가지 기준이 있다면 자신있게 ‘나는 100가지가 다 정상이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요. 모든 사람들은 입장에서 따라 비정상인 부분을 가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 분 역시 100가지를 충족할 정도로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그저 주변 사람을 오징어로 만드실 뿐..

이 분 역시 100가지를 충족할 정도로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그저 주변 사람을 오징어로 만드실 뿐..

고통스러운 문장

– 그 여자의 서성거림은 번번이 그런 식으로 끝나곤 하였다. 차츰 그 여자는 깨달았다. 사내들이 탈출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거의 모두가 조건부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사내들은 영원히 ‘이 곳’을 떠날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들은 잠깐 울타리를 뚫고 밖으로 나가본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니 미처 그것도 아니다. 울타리 안에서 울타리를 만지작거리며 생각만 한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 조건부의 삶, 혹은 망상만 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필자에게 고통스러운 문장이었습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많으면 새로운 것을 쥐고 있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는 문장

– 거짓과 욕구에 대한 돌직구

쉽게 말해 이런 것?

쉽게 말해 이런 것?

보태는 문장

– 김승옥의 다른 재미있는 소설들 중에서 제 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서울의 달빛 0장’을 추천 드립니다. 임성한 작가의 은퇴로 아쉬워하는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될법한 소설입니다. 결혼에 실패한 친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깊이 있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