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e – I Feel Pretty / Unpretty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방학이었다. 아니, 그런 방학인줄만 알았다.

 

엄마는 자주 다니는 피부과가 있다. 언니 동생하는 사이일 만큼 친하다. 방학 때 여유로운 하루, 엄마가 나를 피부과에 함께 데려갔다. 그래도 이제는 관리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말이다. 오, 엄마 곁에서 떡고물을 좀 주워먹으면서 피부 관리 받는거야? 세수를 하고 머리띠로 머리를 넘겼다. DSLR로 얼굴 앞, 왼 45도, 오른 45도로 사진을 찍혔다. 그리고 피부과 원장님은 나의 얼굴을 만져보며 성형수술 견적을 내 줬다.

눈은 가로가 기니 쌍커풀 수술을 한다면 예쁘겠고, 지금 있는 이 볼살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심부볼’이라는 거라서 입 안쪽을 째서 빼줘야 하는 거다. 그리고 두 개 시술을 한 다음 코가 너무 높아서 걱정이라니 눈썹 사이에 살짝 필러를 넣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순식간에 나의 얼굴은 허점투성이, 못난 것 투성이가 돼버렸다. 친구의 표현대로 ‘B급 인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견적이 파바박 나오는 것도 신기했거니와 대체 그렇게 하면 나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 ‘아는 동생’에게 곧 안과를 추천받더니 눈매교정 수술 견적을 뽑으러 상담날을 잡아놨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엄마와 아빠는 꽤 오래전부터 나의 성형에 대해 고민하고 계셨다. 이번 여름 방학에 내가 드물게 집에 자주 붙어있는 데다가, 취업이 다가오는 여대생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강남의_흔한_성형외과_상담기.txt

지난주 쯤 엄마가 추천을 받아 예약한 성형외과(안과라더니 가고 보니 성형외과였다)에 들렀다. 아침 11시에 예약하고 갔다. 요즘은 방학이라서 상담 자체도 성수기이기 때문에 그냥 가다가 들리면 상담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실장님’을 만났다.

의사선생님이 의느님으로 둔갑하는 데에는 이 실장님들의 존재도 참 큰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러울정도로 흰색과 쿠션으로 도배된 인테리어의 방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실장님은 말이 빨랐다. “쌍수? 매몰하러 왔어요, 절개하러 왔어요? 둘다 우리 원장님은 25년 무사고 수술 기록 가지고 계신 거 알죠? 비슷하게 하고 싶은 연예인 눈 사진 같은건 가져왔어요? 원장님이 또 라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으시잖아요. 근데 어머 자기는 눈 가로가 기니까 뒤트임 안해도 수술 하면 실패 안할 것 같은데?”

이거이거 따악

이거이거 따악 수술대박감인데~? / 사진 = 무한도전 캡쳐

두다다다 할말을 쏟은 실장님은 잠시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 그 잠깐의 찰나 동안에도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약간 멍한 상태에서 매몰은 뭐고, 절개는 뭐고, 연예인 사진은 가져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실장님은 빵!끗! 웃으면서 매몰과 절개에 대한 짧은 강의를 시작했다. 정확한 시술 방법까지는 아니고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줬다.

매몰은 눈 주변에 구멍을 뚫어서 이를테면 그 안에 있는 지방을 ‘매몰’시키는거래나. 그리고 절개는 아예 ‘스킨’과 지방을 도려내시는거에요~ 그렇게 ..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한다면 절개를, 자연스러운 변화를 원한다면 매몰을 고르는 게 나을 거라는 점도 덧붙였다.

 

실땅님을 만난 후에야, 얼굴 뵙는 의느님

그렇지만 하도 쌍커풀수술/눈매수술쯤은 수술도 아니라는 말을 들은 나는 일단 그것부터가 더한 충격과 공포였다. 아. 그냥 눈 위를 집는 것도 아니고 막 뭘 구멍을 뚫고 도려내고 해요? 그러면 이건 완전…. 그냥 수술 아니에요?

나는 하도 주변에서 ‘쌍수 정도는 수술도 아니라’길래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거든. 회복 기간을 물어봤더니 역시 생각한 것보다 훨씬 길다. 나는 막 그 다음날부터 그냥 아무렇지않게~ 수술 안했던듯이~ 돌아다닐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붓기가 빠지는 데에만 약 일주일이 걸리고 선글라스 없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약 3주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술 후 눈 모양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경과를 보는 수술이란다.

그리고 “수술 하고 난 직후에는 눈이 약간 뿌옇게 보일 수 있어요~그래도 버스 지하철 정도는 탈 수 있죠 뭐!”라고 실장님은 덧붙였다. 와. 눈이 뿌옇게 보일 거라는 수술 후 증상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상큼하게 말하다니. (그렇지만 그 말을 들은 엄마도 ‘그럼 얘 아침에 혼자 보내고 오후에도 혼자 와도 되죠?’라고 말하며 수술날 혼자 가라고 했다.)

그렇게 ‘실땅님’이 이것저것 상담을 하고 끄적끄적 받아적은 후, 드디어 의사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여전히 묘한 향수 냄새와 삐까번쩍한 쿠션쿠션 인테리어로 부담백배를 안겨주는 복도를 지나서 조금 차분해 보이는 원장실에 들어섰다. 원장님은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피곤해보이셨다.

엄마와 자리에 앉자 마자 “그래서 매몰이야, 절개야?”라고 물으시더라. 그렇지만 실장님에게 만족할 만한 설명을 얻어내지 못한 나는 “그 둘의 수술 방법과 차이점, 장점, 단점을 조금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의사선생님은 “그런 것 쯤은 요즘 다 공부하고 오던데”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며 강의모드를 시전하셨다.

물론 그 의사 선생님이야 하도 다 알고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걸수도 있지만 내가 내 돈을 수백을 쓰는데도 그 설명 하나를 제대로 들을 권리가 없나 싶어서 약간 착잡하기도 했다. 마치 등록금 기백을 내고도 수강신청 하나 맘대로 못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데자뷰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설명을 해달라니 해주기는 하더라고. 의사 선생님은 샤프 팬슬로 슥슥 이마와 눈, 코 등을 옆에서 본 모습을 그리면서 각각의 수술이 어느 부위를 만지는 지 설명했다.

 

그래서 쌍수랑 눈매교정이 뭐냐면요

보통 쌍커풀을 하는 이유는 눈 위의 살과 지방이 많아서 눈자위를 많이 가리기 때문이란다. (아하. 그래서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쌍수한 것 같다는 말도 동시에 듣는 거군요?)

그렇지만 이게 보통 다이어트를 한다고 쏙쏙 빠지는 건 아니고 특히 얼굴살이기 때문에 변동이 별로 없단다. 그래서 일단 눈 위의 피부 및 지방을 절개해서 도려내는 방법이 절개다. 이에 비해 매몰법은 눈에 라인이 생길 부위에 맞추어 아주 미세한 구멍을 뚫어서 눈 위의 지방을 조절하는 식이다(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말이다).

그리고 절개, 매몰과는 별도로 눈매교정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근육에 관한 수술이다. 눈 위의 피부와 지방이 많아도 눈이 작아보이지만, 애초에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근육 자체가 늘어져 있어서 눈자위를 전부 드러낼 만큼 눈꺼풀이 안 들리는 경우가 있단다. 그리고 나의 눈은 바로 그 경우 중 하나였다.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내 눈은 일단 근육이 늘어져 있어 검은 눈자위가 덮여 있기 때문에 눈매교정은 의학적으로 꼭 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더라고. 여튼 그 눈매교정이란 것은 그래서 그렇게 늘어져 있는 근육을 일부 잘라내서 눈꺼풀이 더 힘차고 강하게(ㅋㅋㅋ…) 들어올려지게 만드는 수술이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은 단호하게 나에게 눈매교정 + 쌍수 콤보를 권유했다. 매몰이냐 절개냐는 알아서 선택하되 나 같은 눈은 특히 윗 피부조직이 두툼하기 때문에 절개가 나을 거라는 사실상의 추천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린다. 그림. 만든다. 얼굴. / 사진=naturalhealingtoday

그린다. 그림. 만든다. 얼굴.

매몰과 절개가 뭔지도 몰랐던 무식한 나는 의사선생님이 핀셋으로 내 눈두덩이에 가상 라인을 잡아보는 의식을 마지막으로 원장실에서 벗어났다. 단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상식을 주입받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실장님, 엄마와 함께 접수 데스크 근처의 상담실로 안내받았다.

실장님이 그랬다. “어머~ 원장님이 평소보다 진짜 세배는 길게 설명해주시네. 아는 분한테 부탁받았다고, 잘해달라고 저한테도 끝나고 따로 얘기하시더라고요. 어우, 잘해드릴게요~”

수술 가격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었다. 맨날 페이스북과 버스에서 쌍수 몇 십만원, 이런 정도의 정보만을 접했던 성형세계의 존나 허접인 나에게 기백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수술가격은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여기에 엄마가 ‘아는 사람 들먹이기’를 시전하자 순식간에 백만원 (세금 제하는 것 까지 하면 약 백 오십여만원)의 가격이 거품 꺼지듯 훅 꺼졌다. 저렇게 훅 날라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혹은 애초에 정가가 이 정도인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정도로 말이다.

오늘 방문하신 김에 예약하고 가라고 실장님은 강하게 권유했다. 요즘이 방학이고, 방학이 저희는 피크이기 때문에 (그렇다. 역시 방학인 것이다) 원장님 되시는 시간도 얼마 안되세요~ 하면서 말이다. 개강하기 전 얼추 회복하고 가려면 다음 주쯤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했다. 그리고 의느님이 비신 시간은 월화수목금토 아침부터 저녁 중에 화요일 오전 10시밖에 없었다. 엄마와 나는 냉큼 그 시간에 수술을 하겠다고 했고, 그 날짜는 어느 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술 하루 전: 나는 무엇을 원했던가, 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수술 하루 전이 됐다. 점심때 쯤, 성형외과에서 마치 치과진료 예약한 느낌의 예약 확인문자가 왔다. 확인 전화도 왔다. 이것저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챙겨와야 할 것을 설명해 줬다. 내일 혼자 가야 하기 때문에 약간 긴장하면서 들었다.

선글라스, 모자 등 얼굴 가릴만한 것과 매우 편한 옷을 입고 오란다. 거기까지는 끄덕끄덕했다. 그렇지만 손, 발을 포함해 매니큐어는 모두 지우고 오란 지시에는 ‘오?’하는 의문이 들어서 되물었다. 네, 지우고 오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렇구나. 음. 그래. 지우고 가야지 뭐.

일련의 연극처럼 매끄럽게 흘러가는 수술의 과정에서 의문을 표하면 내가 바보취급을 당한다는 걸 상담실 세션에서 확실히 습득한 나는 마치 여러 번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인 양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일 그 시간에 맞추어 잘 가겠다고 장담 아닌 장담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극단적인 두 입장에게 말하고 싶었다.

눈매교정/쌍수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들에게,

혹은 성형을 왜 하냐고,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사람들에게

내일이면 바뀔 얼굴을 요리 조리 뜯어보며 생각했다. 되돌이킬 수 없는 (물론 현대의학이 못할 건 없다지만 재수술은 그냥 수술보다 훠어어어ㅓ어얼씬 힘들다. 한번 망친 머리는 복구하기 매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다) 변화를 내 얼굴에 주려 하는 스스로의 결정이 맞는지도 자문해 봤다.

그 수술이 주는 의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사실 크지도 않았다. 몇몇 친구들에게 이런 ‘성형’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들은 ‘그 정도는 뭐 (성형도 아니지)’ 혹은 ‘응! 그래 뭐 할만 하지’ ‘잘하고 와~’등의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워낙 주변에 쌍커풀 수술 ‘정도’는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걸까.

여튼 주변 사람들은 나의 생각보다 훨씬 쉽게 성형을 용인했다. 나는 이 결정을 하기 위해 이러한 설명을 들었고, 사실 쌍커풀이나 눈매교정 수술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만만하고 회복이 빠른 수술도 아니라고 설명한 후에야 친구들은 ‘어 정말?’ 등등의 반응을 보였다.

마음이 복잡해요. 허그허그ㅓ거겅거극ㅇ겅

마음이 복잡해요. 허그허그ㅓ거겅거극ㅇ겅

‘나는 너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성형은 절대 반대’라는 의견을 밝혔던 유일한 친구는 성형을 하기 전이든, 하기 후이든 너를 외모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고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 부위를 고친다고 해도 후에 그 사람들은 ‘아, 이제 그만 평가해야지’가 아니라 ‘성형이 잘됐네, 망했네’ 등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할 거라고. 그냥 살라고, 말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이 조금이나마 정리되고 넓어졌다. 나에게 엄마의 성형 권유는 내 안에 있었던 자의식에 불을 붙인 불씨나 다름없었다. “너는 살을 빼도 왜 이렇게 얼굴은 살쪄보여?”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눈 좀 뜨고 다니라’는 말, ‘볼에 뭐 사탕물고 다니니?’ ‘화나 보이네?’ ‘무슨 일 있어?’ ‘뚱해 보인다’ 등 22년을 살면서 쌓이고 쌓인 작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

못생겼다고 뭘 못했던 적은 대놓고 없었지만, 그 평가의 시선과 동정의 시선이 나도 모르는 새에 내면화가 돼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런 시선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마음에 병이 생겨서 성형을 하겠지만 성형을 하고 나면 “와, 쟤 성형했다”고 또 다시 할 것이 분명했기에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속이 쓰려왔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써도 내가 손해, 신경을 안 써도 내가 손해라니.

 

무엇이 나를 성형하게 하는가

혹자는 ‘너쯤 여성학을 (대충이라도) 알고 몸의 권력에 대해 공부를 한 사람’이 성형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냐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조건적인 뜯어말림은 이 쪽에서 사양이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한 자존감의 근거를 얼굴에서 찾을 수 없는데 그럼 어쩌라는 건가. 비단 그것이 내가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나’란 사람에 대한 인식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재구성되고 호명되서 만들어지는데 ‘나는!흥칫뿡! 내가! 최고지!’라고 시선을 무력화시키며 살기엔 나란 사람의 그릇이 너무 작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나를 맞추어 간다는 것, 그것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어떻게든 남에게 잘 맞추어 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는 참으로 역설적이었다. 결국 어떻게 해도 욕을 먹고 평가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결국엔 최선이라는 게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었다.

 

수술은 수술입니다

‘겨우’ 쌍커풀 수술하면서 이렇게 고민하냐고 말한다면 이젠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쌍수는 수술도 아니’라길래 정말로 수술 축에도 못 드는 간단한 시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것도 피가 흐르고 나의 살이 도려내지고 회복에 3~6개월이 걸리는 엄연한 수술이었다.

아니, 수술하고 나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서요. 네. 일상생활 가능합니다. 선글라스 끼구요. 시야가 좀 흐려보일 수도 있는데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으세요. 아, 정말 그 설명을 듣는데도 무서웠다. 피가. 내 몸이. 몸의 일부가. 이 정도의 수술이 수술이 아니라고 취급받는 분위기가 진심으로 의아했다.

앞으로는 다시는 성형을 고려하고 있거나 성형을 한 사람들을 욕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 정도의 무서움, 이 정도의 두려움을 다들 마음 속으로 얼마나 혼자 끙끙 앓고 있었을까.

‘성형해서 좋겠다’ ‘그럼 예뻐지겠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뒤에서는 “어머 쟤 성형했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할 지 생각을 하면서 두렵고 속상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스스로가 얼마나 싫었을지도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서도 “그래도 해 봐야겠다”고 생각을 내린 나와 나 말고 다른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갈수록 속상해서 우울해졌다.

저는 지금 수술대 위입니다. 으헝헝...

저는 지금 수술대 위입니다. 으헝헝… / 사진 = MBC 미스코리아 캡쳐

나는 아마 수술대 위겠지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을 다시는 비웃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사회를 비웃어야 한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나는 수술대에 올라서서 마취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수술대에 올린 사람은 비단 그 결정을 내린 나,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용인한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사회 자체라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 줬으면 한다.

그렇게 나 같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오고 있으니 당신들이 사람을 평가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에 대해서 평가하는 폭력을 사회적으로 개선하기 전에는 여기, 신사동의 성형외과들은 아마 망할 날이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