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steam에 뜬 도전장

4/24 steam에 뜬 도전장

지난 4월 24일 스팀에서 믿지 못할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Bethesda SOFTWORKS(이하 베데스다)의 인기 게임 스카이림의 모드(MOD.유저 창작 마당)에 유료 모드 칸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스카이림 하나로 유료화를 끝나내는 것이 아니라 유료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의 수를 늘릴 것을 고려해보기까지 한다고 하였다. 스팀의 으름장은 너무나도 급작스러웠으며 유저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스팀의 으름장은 4일 만에 철회되어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스팀의 노예라고 장난 반 진담 반 자처하던 유저들은 스팀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모드가 무엇이고, ‘유료 모드 개시’라는 꼭지가 왜 스팀의 노예였던 유저들이 반란을 일으킬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것인지 알아보며, 노예의 삶을 좀 청산하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자.

물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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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로맨틱. 실패적

들어가기에 앞서, 모드, 스팀, 스카이림의 연관성에 대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스카이림은 2011년도 GOTY (Game Of The Year) 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 히트한 게임이다.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그 속에서 성장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용과, 가까스로 위험 속을 헤쳐 나와서 세계를 지키려는 주인공의 대립과 성장이 스카이림의 주 내용이다.

그런데, 스카이림은 스토리를 보려고 하는 게임은 아니다. 이 게임은 오픈월드의 자유로움이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에, 온갖 게이머들 (a.k.a 변태들)이 자신의 성향을 뽐내기 바쁜 게임이다. 성향을 뽐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드다. 모드는 단순하게 캐릭터의 장비를 추가해주는 것부터 해서, 물이나 광원 등 게임의 그래픽적 요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버그와 그래픽 오류, 부자연스런 모션을 개선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모드가 단순하고 쉬운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스카이림은 아주 넓은 도화지이고, 그 위에 여러 황금 손들이 쓱싹쓱싹 때 빼고 광을 내어 ‘나’만의 스카이림을 만드는 것이다.

무료였기 때문에 모드를 만드는 모더들은 각자의 소스들을 공개하고, 서로의 소스를 참고하고, 버그가 나지 않는 지 검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드 유료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니 모더들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한 순간에 경계해야 할 적들로 변해버린 것이다.

“모드로 흥한 게임 유료 모드로 망하리라”

스팀제국의 일방적인 통지

4월 24일 스팀제국의 노예들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스팀제국의 왕 게이브 뉴웰을 바라봤다. 언제나 할인의 은혜를 베풀어 게임을 즐기게 해주고 우리 노예를 굽혀 살핀다고 생각됐던 게이브 뉴웰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이다. 알고보니 그도 사실 돈에 따라 움직였던 사람이었고, 유저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소리는 달콤한 거짓말이었을 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웠다. (편집자주: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고 싶은 분을 위해 관련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한줄요약하자면, 스카이림에 붙는 모드를 유료판매하고 수익의 25%를 모드 개발자가, 75%를 밸브와 베데스다가 나눠 가진다는 4월 24일자 발표입니다.)

스팀을 통해 유저들은 창작 마당을 이용했고, 유저들은 서로의 작품을 공유했으며 커뮤니티를 열어 서로 소통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했으며 스팀은 방송이라는 시스템까지 내놓으며 유저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고, 커뮤니티 내에서는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했다다. 서버 문제나 고객 서비스 문제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유저들이 보기에 충분히 스팀은 노력하고 있었고 개선점을 찾으려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모드 유료화 창구 개방이라는 큰 문제를 스팀은 아무런 사전논의 없이 하루아침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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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지원하고 싶은거 맞아?

그것도 가증스럽게 유저들을 위한다는 말로 말이다. 유저들은 4살 배기 어린 아이가 아니었고 스팀과 베데스다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커뮤니티에서 유료 모드에 대해 이야기한 몇 사람이 정지를 먹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스팀에 대해 유저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몇 년 동안 쌓아 올린,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스팀의 선량한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모드 유료화 그리고 스카이림

사실, 모더에게 감사의 의미로 무언가를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은 있었다. 큰 스카이림 모드 커뮤니티들은 자체적으로 그들의 자료를 모으고 유저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물론 그 중에는 광고 수익으로 오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모더들은 그에 앞서 자신들만의 게임을 만들어 가는 데에 집중하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통지가 모더와 모드들의 생태계를 망치게 되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바닐라 스카이림, 즉 모드가 없는 순정 상태의 스카이림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바닐라 스카이림 자체만으로도 섬세한 스토리와 장대한 오픈월드, 그리고 높은 자유도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되는 게 바닐라 스카이림 안에서는 별에 별 버그를 다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를 쳤는데 하늘 끝까지 날아간다는 식의 귀여운 버그부터 용이 무적이 되거나 하는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큰 버그까지.. 버그 만물상이다. 이것을 유저들이 직접 고쳐서 플레이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유료 모드 창구를 열려면 적어도 스팀,  베데스다 자체적으로 버그를 고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싶다.

또한 유료 모드의 수익 구조 역시 어이가 없었다. 최소한의 검수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모드 유료화 창구를 내줬다는 구실로 떼먹는 돈은 매우 컸다. 모더가 수익의 25%를 먹고, 나머지를 스팀과 베데스다가 떼어먹는다니, 이거 뭐 손 안 대고 코를 풀려고 해도 너무 많이 푸는게 아닌가 싶다. 봉이 김선달이 살아있었다면 ‘역시 세상에는 눈 먼 돈이 많아!’ 했을 것이다.

대동강물 팔아잡수신 이분.  200년만 늦게 태어나셨다면 모드 장사 나서셨을 텐데

대동강 물 팔아잡수신 이 분. 200년만 늦게 태어나셨다면 전세계에 모드 팔아 잡수셨을텐데. 시대를 잘못 타고나셨다.

모드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각각 호환성 문제가 있고, 같은 컨텐츠를게임을 담당하는 모드끼리의 충돌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세이브가 날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드를 설치하는 데에만 유저들은 하루 이틀을 투자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스팀의 모드 유료화는 이런 기본적인 호환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돈만 벌려는 꼼수처럼 보였다. 우리 집 앞 사기꾼도 이렇게 사기를 치진 않겠다 싶었다.

- 화난 유저들의 유료 모드 난장판 만들기 프로젝트. 다행히도 내 승질 머리가 정상인 듯하다.

– 화난 유저들의 유료 모드 난장판 만들기 프로젝트.
다행히도 내 승질 머리가 정상인 듯하다

PAID MODS: 에필로그

어느 영화든 큰 전쟁이나 큰 위기를 겪은 주인공들은 각성한다.

유료 모드 창구 개방은 4일 만에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느 영화의 주인공들 마냥 유저들은 스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마냥 착한 줄만 알았던 스팀의 배신에 대해 유저들은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스팀 또한 마찬가지다. 유료 모드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큰 저항이었다.  큰 홍역을 치룬 스팀, 베데스다, 유저들은 이 사건을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좀 더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게임 방향을 잡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divider]용어설명 – 편집자주[/divider]

모드(MOD)
Game Modification의 준말로, 기존 게임을 유저 마음대로 변형시켜 만든 2차 창작 컨텐츠를 말한다. 원본 게임이 있어야 구동이 가능하며 대부분이 무료이지만 간혹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스팀
‘밸브’라는 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장르별로 다양한 게임들을 관리 및 배급하며 밸브 외에도 다양한 게임 개발사들이 스팀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사의 게임을 판매하고 있다.

GOTY
‘Game Of The Year’. 즉 ‘올해의 게임’상이다.
권위있는 단체에서 주는 상이 아니라, 전세계의 여러 게임웹진들이 각자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GOTY가 있는 한편 영향력이 미미한 GOTY도 있다. AIAS, GDC 같은 권위있는 게임 행사의 GOTY는 게임게의 오스카라고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