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남미 순방을 마치고 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전지현의 개인 트레이너를 행정관으로 고용할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쓰셨지만 고산병을 목으로 맞으신 나머지 너무 아프셔서 홍보수석이 대신 발표했다. 패션으로 언론 플레이 하시더니 이제는 건강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셨다.

이때는 쌩쌩하셨는데... CC by 청와대

이때는 쌩쌩하셨는데… CC by 청와대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국무총리에 관해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라며 딱 1줄만 언급했다. 이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과거로부터 내려온 부정과 부패” 라며 무려 3문단을 언급했다. 공백 포함 1,880자의 담화문에서 775자가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됐다. 그러나 고작 45자만 국무총리와 관련됐다. 언급된 8인(김기춘, 허태열, 홍문종, 서병수, 유정복, 홍준표, 이완구, 이병기) 중 4명이 청와대(이완구,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와 관련됐고, 3명(서병수, 유정복, 홍문종)이 대선캠프와 관련된 사실을 고려하면 너무나 뻔뻔한 담화였다. 자신의 심복들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사실을 대통령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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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 잘못은 없는 것 같고 일단 노무현부터 조지고 문재인도 조지고 야당도 조지자. 그니까 너네 같은 종북이 잘못됐고 난 민생밖에 몰라 힝힝” 으로 귀결되는 특유의 물타기화법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작년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 있으니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 고 언급한 부분을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부분만 딱 잘라서 “모욕이 도를 넘어섰다” 고 말했다. 자기가 찔리는 뒷부분은 자르고 앞부분만 갖고 모욕으로 해석했다.

작년 12월 11일에 일어난 ‘신은미 황산 테러’에 대해서는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 며 테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가해자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 ‘피해자가 당할 만하니까 당한 거야’식의 이야기를 한 셈이다. “분노보다 관용”을 외치며 “더 넓은 민주주의를 보여야 한다”던 노르웨이 총리와 격이 다름을 스스로 증명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작년으로 돌아가보자. 작년 5월 우리는 대통령의 눈망울만 바라봤다. 대통령이 눈물 흘릴지 말지가 뉴스가 됐다. 결국 대통령은 모든 사고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물론 채 1달이 되지 않은 6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유병언 일가가 회생절차의 허점을 악용을 해서 2천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탕감을 받고 다시 회사를 인수해서 탐욕스럽게 사익을 추구하다가 결국 참사를 낸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라며 모든 책임을 유병언에게 돌렸다. 세월호 당일은 유가족이 없는 팽목항을 찾았다. 언론 플레이의 정석이다.

"우리가 승리를 거두었을때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이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패배했을때 그것은 오직 나만이 패배한 것이다."

“우리가 승리를 거두었을때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이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패배했을때 그것은 오직 나만이 패배한 것이다.” By 무리뉴

리더의 가장 좋은 덕목은 무엇일까. 이렇다 할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명장들은 대체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공을 남들에게 돌린다. ‘혀리뉴’ 무리뉴도 그렇고, ‘야신’ 김성근도 그렇다. 모든 책임을 외재화하는 누구와는 달리 말이다(비용을 외재화하고 이익을 내재화하는 신자유주의의 자본과 매우 닮았다).

흔히들 박근혜 대통령을 선조에 비유한다. 하지만 선조도 이순신의 목을 베라는 상소문을 받았을 때 잘못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사신을 파견했다. 최소한 소통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듯 박근혜 대통령을 ‘불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잘못은 보지도 않으려 하고, 무작정 전전정권에 모든 잘못을 떠넘기려는 행위는 분명 ‘불의’다. 이 사실을 세상 한 명 빼고 모두 알고 있다. 다만, 그 한 명이 잘못의 총책임자라는 점이 너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