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챠는 게임 산업의 이름을 뒤집어쓴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4월 7일, 게임전문매거진 <디스이스게임(TIG)>에서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가챠’에 대한 특집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 후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에 돈을 쓸 의사와, 돈을 쓴 경험이 충만한 게이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tig

4월 7일 보도 이후에도, 다양한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TIG 메인 화면의 좌측 하단에 ‘확률형 아이템’ 꼭지도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보도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시면, 본 인터뷰에서는 생략한 규제 논란의 앞뒤 맥락을 손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TIG로 이동합니다.

네 명의 ‘현질러’들을 만나 봤습니다. 각자 다양한 게임 장르에 다양한 규모로 게임에 돈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동의했습니다. ‘가챠’는 규제되어야 한다고. 인터뷰 전문을 보내 드립니다. 인터뷰는 인터뷰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반말로 편집했습니다.


 대담자 소개

커피똑딱똑딱(아래 커피): 주로 PC MMORPG 정액제를 끊어 왔다. 최근엔 모바일 게임도 조금 한다. 즐기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한 달에 30~50만원 정도를 쓰는 미디엄 유저.

녹차뚱땅뚱땅(아래 녹차): 바람의 나라 폰빌 결제 하고 엄마한테 걸려도 내 아이디 아니라고 부정했던 이분 최소 지능범. 문상 받으려고 공부했다. 지금은 WoW 월정액을 꼬박꼬박 결제하는 와우저.

코-히뚱땅뚱땅(아래 코-히): 작년에 스팀에 입문해서, 1년만에 스팀에 1,400달러를 바쳤다. 하지만 안 아깝다. 무려 89개의 게임을 얻었다고! 그 외의 현질은 잘 안 하는 편이다.

카피뚱땅뚱땅(아래 카피): PC콘솔은 복돌이, 모바일은 라이트유저. 본래 어그로 담당으로 출현했으나 곧 진지한 논의를 이어감. 인생을 통틀어 게임에 쓴 돈은 50이 될까 말까인데, 그 중 20여만원은 닌텐도 DS와 R4(DS 게임 불법 복제 파일들을 읽어주는 어둠의 게임칩. 그렇지만 우리나라 닌텐도 DS 유저들은 익숙할 그것).


 Q. 먼저, 각자의 게임 이력을 소개해 달라.

이거요 이거

이거요 이거

코-히: 여섯 살 때 <워크래프트 2>를 처음 샀다. 그게 인생에서 최초로 돈 주고 산 게임인 것 같다. 나는 현질을 잘 안 한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에서 인앱 결제를 잘 안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로 <심시티 빌드잇>을 했었는데 이게 너무 결제 유도하는 것 같아서 걍 접고, 스팀에서 <시티즈>를 샀다. 시티즈 하세요. 두 번 하세요. 지난 1년간 스팀에 1400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라이브러리에 89개의 게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커피: 돌아보면, 살면서 게임에 500(만 원)정도 쓴 것 같다. 그런데 500을 (내 나이인) 25정도로 나누면 1년에 20정도 밖에 안 되니까, 사실 많은 건 아니지 않나? (웃음) 게임에는 초등학생 4학년 즈음부터 돈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때 처음 돈 써본 게임이 <데스티니>라는 PC RPG 게임이다.

코-히: 그 시기에 게임잡지를 항상 챙겨봤는데도 처음 들어본 게임이다. 대체 뭐야…

커피: 지금 인터넷 검색해도 잘 안 나오는 게임이다. 그거 월정액 끊었다.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그때는 월정액이란 게 의외로 되게 비쌌다. <데스티니>도 한 달에 3만원이었다. 3만원을 두 달치 결제했었다. 그런데 둘째 달에, 한 10일 했나? 그리고 나서 게임이 사라졌다.(…)

최근 모바일 게임들에는 한 140(만 원) 정도를 쓴 것 같다. 두 게임에 현질을 했는데, 둗 다 듣보 게임이다. 작년 12월인가, 11월 말부터 <마을을 지켜줘>라는 게임을 시작해서 1월 말까지 두어 달 했고, 거기에 110만원 정도를 썼다. 그리고 그거 접은 다음에 2월에 한 달 동안 <천하제일용병단>을 했다. 30만원 쓰고 한 달 정도 했다.

편견 깼...?

편견 깼…?

녹차: 특별히 이르진 않았고, 초3때 남들이랑 비슷하게 <바람의 나라> 폰빌결제로 현질에 입문했다(웃음) 그 때 당시 생각해보면 유료 결제도 엄청 허술했다. 특히 폰빌이라는 게, 그냥 전화가 오면 받아서 ‘어 맞아요, 전데요, 결제할게요’ 하면 그냥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나서 한동안 현질 안 하다가, <갯앰프드>에서 초등학교 4학년때 다시 현질을 시작했다. 그 때 매주 용돈을 5천원 받았었다. 그걸 고스란히 문상으로 환전했지. 그 당시 <갯엠프드>에서는 일주일에 5천원짜리 악세사리가 하나씩 출시됐다. 그러니까 그거 하나 딱 사면 되는 거다. 그렇게 20만원정도 썼던 것 같다.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일주일에 5천원만 쓰니까 감칠맛이 나서, 돈을 더 쓰고 싶으니까 막 엄마한테 ‘전교 1등 하면 3만원 문상 사달라’ 등의 딜을 걸고는 했다. 그런 식으로 초, 중딩 때 문상을 통한 우회 현질을 즐겼다. 그러다가 대학교 와서 <마비노기>가 키트 뿌리기 시작했을 때, 현질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마비노기>가 한국형 가챠의 시초 아닌가. 키트가 나오기 전에는 한정펫을 한정백 지르듯이 지르고는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키트도 샀는데, 그건 하나 지르고 나서 ‘내가 하는 게 도박이다. 명백한 도박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이성이 돌아와서 지름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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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현질을 잠시 쉬다가, 한 달에 치킨 딱 한 마리만 양보하면 얼마든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WoW(Wolrd of Warcraft,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칭 와우)>를 즐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스팀에도 입문해서 연쇄할인마의 맛을 느끼고 있다. 그타(GTA 시리즈의 애칭) 컴플리트 팩을 샀다. 개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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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리스의 절정 주제에 이름은 ‘Revolution’…

카피: 라이트유저다. 태어나서 평생 게임에 쓴 돈이 게임기 포함해서 4~50만원 정도다. 닌텐도 DS랑 R4, 롤 스킨 5만원정도 쓰고, 모바일 게임에는 돈 쓴 적 한 번 없다. WoW 정액은 몇 달 해봤지만, 몇 달 하고 끊은 걸 인생의 가장 이성적인 결정으로 여긴다. 나는 이런 라이트 복돌이 유저다. 게임에 돈을 안 쓰려고 하는 건 아닌데, 돈을 쓸 곳이 많아서. (커피: 어디다? 여친도 없는데?) 다른 덕질에 쓴다. 음악 만화 영화 등등. (코-히: 게임은 왜 그들보다 못하냐? 난 음악도 쓰고 만화도 쓰고 영화도 쓰고 게임도 쓰는데…) …난 그냥 복돌이로 해달라.(한숨)

Q. 이번에 가챠 규제 법안, 어떻게 생각하나?

커피: 나는 돈 쓰는 만큼 세지는 게 더 좋아서 현질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확률형뽑기 같은 경우에는 돈 쓴 값을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 했던 <천하제일용병단>의 경우에도 30만원 딱 질러 보고, 그냥 접었다. 답이 없다. 난 30(만원을) 썼는데, 5만원 쓴 애가 나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원래 섭외하려던 인터뷰이 중 한 분은 퍼즐 앤 드래곤(속칭 퍼드)에 가챠로 200만원 정도를 썼다. 그러나 아쉽게 오지 못했다. 가챠의 모태와 같은 퍼드의 가챠 장면. 

그 게임이, 최근에 흔히 있는 그 시스템이다. 보석을 질러서 용병을 뽑는. 한 30만 원 쓰니까 게임이 질린다. 나는 보통 온라인 PC 게임을 즐기면서, 정액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쓰는 편이다. 사람들이 게임을 투자해서 만들었는데, 그 만큼의 보상이 있어야지. 캐시 아이템은 (게임의 밸런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약간 안 좋아하긴 하는데, 정액제는 거부감이 없거든. 그렇게 RPG 게임에 정액제로 140만원 정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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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게임 하다가 처음으로 정액제 말고 아이템에도 돈을 썼던 게임은 <데카론>이다. 30만원 정도를 썼는데, 그 당시 옵션이 별로 좋지 않은 8강 짜리 검을 30만원을 주고 샀다. 서버엔 아직 9강이 없었다. 그렇게 사 놓고 보다가, 걔를 강화하는 재료 아이템들이 사냥 중에 드랍 된 거다. 제련 성공률은 5~10%였다. 뭐, 무기 강화 실패하면 그거 날아가니까, 질러 보고 안 되면 게임 접자고 생각했다. 그 때 고3이었거든. 그런데 떡하니 성공했다(…).

서버 최초 9강의 탄생이었다. 그 이후 검의 시세는 70만원 가량으로 뛰었다. 그것도 처음에 9강 무기 뜬 기념으로 PK하고 다니느라 늦게 팔아서 그렇지, 뜨자 마자 팔았으면 100만원 정도였다더라. 그 게임이 <디아블로>같이 큰 현질 시장은 아니었고, 무기 하나가 아이템 세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아서 그 정도다. 여튼, 그 검 덕분에 서버 20위권까지 들면서 네임드가 됐다. 그게 계기였다. 아, 돈을 좀 쓰면 굉장히 세 지는구나. 남들을 바르고 다닐 수 있구나. 그래서 <RF온라인>과 <리니지2>등에도 각각 120만 원 정도씩 쓴 것 같다. <아이온>도 한 30만 원 쓰고. 그런데, 요즘 확률형 아이템 뽑기는 막 100만 원, 200만 원 쓰면 그 돈의 가치랑 비슷하게 아이템이 좋아지긴 하는데, 그 이전 구간까지는 가성비가 구려졌다.

난 차라리, 내가 돈이 여유가 있다면 천만 원도 게임에 쓸 수 있는데, 그 아이템이 천만 원의 가치를 했으면 한다.

그런데 <몬스터 길들이기> 같은 게임도, 천 만원 그 만큼 쓴 만큼 강하지는 않다더라. 사행성이 너무 심해서. 그러니까, 이건(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맞다. 이건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도박이니까. 일반적인 현질은 불법이고 말고를 떠나서 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돈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그 게임회사에 정당한 이용권을 구매하는 건데, 확률성 아이템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느냐는 문제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론 도박 아니냐. 요즘은 그게 너무 심해져서 게임이란 탈을 쓴 도박 같다.

얘도 확률이 어느 정도 있(...)

얘도 확률이 어느 정도 있(…)

카피: 하다 못해 <바다이야기>같은 사행성 도박게임도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서 대략의 ‘당첨 확률’이 밝혀지고, 기준 확률도 변동이 크게 없었다는데 요즘 게임사에서 나온 게임들은 확률을 알려주지 않고서 ‘이건 (가챠 확률이) 몇 퍼센트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오니까 해봐라’라고 한다. 그건 그냥 사행성 게임을 조장하는 거다.

녹차: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게임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논란이 될 수 있겠다.확률형 아이템이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데, 그걸 당장 공개하면 갑자기 무너지는 게 있으니까.

카피: 그런데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당첨’ 확률 자체가 낮다. 그러니까 불법에 한없이 가까운 행위지. 그걸 무조건 사정 봐주는 식으로 가야 하나.

커피: 나도 그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유를 하자면 이런 거다. 도박 업주들이 불법 도박을 하다가 걸렸는데, ‘이거 안 좋은 줄은 알지만 시스템을 바꾸거나, 변경할 테니 몇 달만 기다려 달라’ 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니냐. 그걸 소비자랑 정부가 왜 기다려줘.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으면 먼저 시스템을 고민하고 바꾸었어야 하는 게 맞는 거지.

코-히: 자율규제는 2008년에 처음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6, 7년 지나고도 자율규제가 거의 전무한 상황 아닌가. 자율규제 자체도 특정 회원사들(K-IDEA의 회원사)끼리만 규제를 하게 되어 있고, 대부분 회사들은 그 규제에 묶이지 않고 있고. 그 때는 게이머들도 게임사 입장을 이해했었고 자율규제에 찬성했지만, 지금 몇 년 지났는데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어야 하나. 이제는 때려잡아서라도 고쳐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녹차: 게임사가 오래 살아 남고, 이 판에서 밥을 벌어 먹고 싶으면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든지 방법을 바꿔야 한다. 유저들을 호갱이 아니라 소비자로 좀 대해 달라고.

Q. 그런데, 가챠 규제라는 게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가챠 모델이 들어간 게임들은 외국에도 많지 않나.

코-히: 처음에 부분유료화 모델이란 걸 게임에 도입한 게 넥슨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퀴즈퀴즈>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걸 외국 게임 개발사에서 보고 무척이나 ‘신박’한 모델이라고 생각해서 가져가서 발전 시킨 거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부분유료화가 된 게임을 free to play라고 표기한다. 게임 플레이 하는 건 공짜지만 시작하면 스테이지나, 아이템 등을 유료 결제 하는 거지. 앱스토어가 등장한 이후엔 IAP(In App Payment)라고도 부르고. 부분 유료화 모델이 모바일로는 외국에서 처음 이식되고, 그게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에도 역수입이 됐다.

부분유료화의 아버지!!!

부분유료화의 아버지!!!

커피: 부분유료화랑 가챠는 좀 구분이 되어야 하지 않나? 부분유료화는 정액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각종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아이템이나 닉네임 변경권 등을 통칭해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가챠는 그중에서도 도박성 짙은 뽑기를 뜻하는 거고. 나는 부분유료화 반대가 아니라 가챠에 반대한다. 물론, 모든 확률에 반대할 수는 없지만. 어떤 면에서 확률은 게임 내의 재미 요소이기도 하니까.

코-히: 부분유료화가 IAP(인앱 결제)로 변형이 되면서, 인앱 결제에도 여러 가지 모델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모바일 수익률이 제일 높은 게 가챠였던 거지. 대표적으로 <퍼즐 앤 드래곤>, <확산성 밀리언 아서> 등 TCG에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카피: 그러니까 수익률이 높은 게, 이게 본질적으로는 도박이라서 그런 거라니까.

가챠 돌리는 유저 심정.jpg

가챠 돌리는 유저 심정.jpg

커피: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에서 가챠를 개나 소나 정말 흔하게 도입하잖아. 그게 솔직히 이해는 된다. 나는 취미활동이나 여가에 돈을 쓰는 걸 안 아끼는 성격이다. 영화를 봐도 표 주고 보는 거 선호하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법 루트가 아무거나 너무 발달돼 있고. 게임도 마찬가지야. 그냥 무료만 찾는 거야. 동시에 돈을 써서 유료플레이어와 격차가 나면 그 격차가 왜 나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가챠가 이렇게 정착할 수 박에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이니까. 그래도, 나는 가장 좋은 건 정액제라고 생각해.

카피: 그니까, 내 시간이나 돈을 투자해서 그만큼만 강해지면 상관없지. 그런데 내가 100시간, 100만원을 들였어도 1시간 게임 한 애보다 약할 수 있는 상황이지 않나.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커피: 정치에 비교하면 소수의 개미 당원들이 당 후원금을 내서 정당이 돌아가야 맞는 건데, 소수의 후원자들만 돈을 내니까 그들을 위해 돌아가는 정당제 같은 거야. 쓰는 애들은 그냥 막 써. 이기는 맛에.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그런 거에 돈을 쓰냐고 하지. 마음에 에 안 들면 안 하면 되잖아. 그런데 돈 내기는 싫은데 해놓고 비난하는 게 엄청 많다고. 그 사이에서 게임 업계가 비틀린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코-히: 그런데, 게임제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게임은 비용이 적게 드는 산업이다. 공장을 세우거나 기타 시설을 그렇게 구비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단 하나 돈이 많이 드는 데가 있다면 바로 인건비지. 신입 한 명을 연봉 이천 만 원 주고 고용한다고 생각하면, 3인팀만 있어도 6천이다. 그럼, 게임이 나오든 말든 6천 만원이 해마다 사라지는데, 그 고정 비용을 감당하려고 하는 거지. 원래는 게임 타이틀을 팔아서 돈을 벌면 되는데, 방금 말했듯이 사람들이 그 게임을 안 사잖아. 부분유료화가 신의 한 수였던 건 인정한다.

카피: 경영학에서도 정말 완벽한 모델이라고 인정하고, 연구하기도 하고.

커피: 사람들에게 ‘너무한데’라는 선을 안 벗어나면서 돈을 뽑아 먹을 수 있는 선.

카피: 그 선을 명확히 보여주는 게 넥슨(…).

커피: 수익모델을 특허 신청할 수 있었다면 넥슨은 진짜 마이크로소프트급 회사가 됐을 텐데(…).

카피: 노벨에 경영학상이 있었다면 넥슨이 받았겠지.

이거 모르면 간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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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스킨(게임 캐릭터의 외형에만 변화를 주고, 캐릭터의 스테이터스에는 변화가 없는 간지용 아이템)도 따져보면 <메이플 스토리>가 최초잖아. 그런데 솔직히 공급자와 수요자의 중간적인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딱 기형적인 유료화 모델을 제고해보고 고쳐나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지금을 놓치면 이 이후로는 그냥 유저와 개발사 반목으로만 치달을 듯하다.

코-히: 그러니까 우리 모두 스팀을 해서 게임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Q. 그렇다면, 아까 대담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게임사들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닌가.(…). 어떤 수익모델이 가챠 말고, 좀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카피: 대부분의 무료게임들은 그래서 광고를 달지. 요즘엔 광고를 보고 ‘시간’을 쓰게 하면 이에 대한 대가를 게임이 지불하기도 하잖아. 대표적인 사례가 <길건너 친구들>이고.

이거 안사고 배길 수 있어여?

어멋 이건 꼭 사야 해

코-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도 대단하지.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신봉해 마지 않는(…) 포브스에 얼마 전 발매된 ‘DJ소나’ 스킨 판매를 가지고 글도 썼다. ‘부분유료화의 모나리자와 같은 존재’라고. 그 스킨 같은 경우엔, 외향도 바뀌지, 음악 들을 수 있지, 음성 바뀌지.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셧업 앤 테이크 마이 머니!’가 된다고. 라이엇은 유저들이 돈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쓰게 하는 방법을 안다. 우리는 가챠할 때 X발X발하면서 가챠 돌리잖아. 디제이소나는 사는 순간 그냥 즐겁고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녹차: 솔직히 <메이플 스토리>나 <마비노기>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으니까 부분유료화 모델이 가능했는데, 과욕을 부려서 캐시 아이템이 없으면 게임 진행 자체가 어렵도록 만든 점은 아쉽다. 황금거위의 배를 짼 것 같아.

코-히: 그런데 앞서 언급한 ‘DJ소나’ 같은 사례도 그렇고, 그 스킨과 같은 고퀄리티 상품을 만들려면 인력과 시간이 들잖아. 추가요소를 무한정으로 풀 수 있다면 좋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뽑는 시점도 찾아야 해. 영세한 개발사일수록 그런 면까지 고려하기는 힘들지.

Q. 그러면, 아예 게임을 다운 받을 때 돈을 내게 하는 건 어때?

녹차: 그렇게 게임 자체를 사게 하면, 앱스토어에서 1위 하지 않는 이상 수익 내기가 힘들다고 들었어.

코-히: 국내 인디에서 100만 다운로드 한 게임이 딱 하나 있는데(<용사는 진행중>), 그거 가격이 천원이다.

녹차: 그건 좀 힘들 것 같고,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하다는 건 게이머들도, 개발사들도 공감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방금 코-히가 말했듯이, 영세한 개발사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면서 버틸 힘이 없을 수 있어. 하지만 큰 회사들은 여력이 있다고. 그들이 선두로 모델을 만들어 나가면서 매출 감소를 감내하고, 영세한 개발사가 뒤따르는 게 맞지 않나 싶어.

코-히: 게임 수익 모델에 있어서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시장 참여자들끼리 옥신각신하는 건 의미 없어. 혁신적인 모델이 나와서 기존 패러다임과 다른 걸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궁극적인 해결 방안인데.

커피: 그거 할 수 있으면, 나 당장 내일부터 학교 휴학하고 바로 들고 수익 모델 들고 넥슨 간다.

코-히: 그런 측면에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아까 이야기 나온 <길건너 친구들>의 경우, 기존의 광고-리워드 모델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서 수익화에 성공했으니까.

카피: 스팀의 경우, 게임 상시 할인을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기도 해. 관련 논문도 있다니까.

Q. 과연 그렇다. 새로운 수익모델이 난제인 건 틀림없지. 나도 생각나면 들고 넥슨 달려가야겠다.(웃음) 그럼, 대담의 마지막 질문이다.

게임에 돈을 쓰면서, 한 푼도 그게 아깝지 않았던 경험들을 이야기해달라. 제작사들이 부디 참고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카피: 예전에 WoW 잠깐 했을 때 있잖아, 한 달에 3만원 쓰고 정말 그 3만원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어. 나는 대부분의 게임에 돈을 안 내는 이유가 돈을 안 내는 만큼만 즐기기 때문인데, WoW는 이틀 하고 있으면 PC방비가 막 3만원 나오고 그래서(…). 그냥 정액제를 결제했고, 완전 이득이었지.

커피: 나는 <블레이드&소울> 정액제. 나는 <블레이드&소울>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세 달 했는데, 그때까지 그 게임이 정액제 말고 따로 회사에서 수익모델을 내 놨던게 하나도 없었고 유저 아이템거래도 아예 막았어. 유일하게 현금이 오고 갔던 부분이, 진짜 완전 난이도가 어려워서 초고위랭커들 아니면 깨지도 못하는 던전을 버스 태워주는 장사 정도? 그렇게 출시 후 반 년정도는 현금이 거의 오가지 않는 청정구역이었지.

카피: 그거 캐릭터 스샷 찍어주는 애들도 있었잖아. 배경 이쁜 데 데려가서 찍어 주는거야. 스튜디오지 스튜디오.

커피: 난 어쨌건 정액비랑 PC방비. 그만큼 재밌게 했으니까.

녹차: 난 <갯엠프드>. 항상 내가 ‘무엇’을 산다는 확실한 자각이 있었거든. 내가 뭘 사는 지 알고, 그에 대해 정확히 대가를 받으니까 과자 한 봉지 사는 거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

코-히: 스팀 라이브러리 켠 다음에 플레이 시간 많은 순으로 정렬해서 나열해야 하나?(웃음) 그 89개중에서도 제일 안 아까운 사례를 찾아야 하니까. 돈 주고 게임 샀는데 나에게 감동 주는 게임들은 정말 한 푼도 안 아까워. <모뉴맨트 밸리>나, <차일드 오브 라이트> 등등. 대표적으로 이 두 게임들은 플레이타임을 고려하면 비싸기는 하지만, 워낙 고퀄리티라서 경험을 얻었다는 거 자체가 만족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