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전 그 날, 세월호의 침몰, 이어진 전원 구조 오보, 그리고 야차같은 언론들의 모습은 살아 있는 지옥도를 연출해 냈습니다. 국가적인 무능이 낳고 언론이 칼춤을 추며 덩치를 불린 묵직한 상처가 우리들 가슴 속에 길다랗게 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295명의 목숨을 차가운 바닷속에 묻고 돌아선 지, 1년입니다.

 

아직도, 아픕니다.

아직도 세월호에 관련된 소식을 듣고, 기사와 영상, 사진,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부터 차오릅니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 중립은 없는데, 없어야 하는데, 그들에게 돈다발을 흔드는 정부와 끊임없이 날아드는 모욕, 의심, 경멸은 사회를 깊게 아로지르고 간 상처를 더욱 시뻘겋게 벌리기만 합니다. 켜켜히 쌓인 무능과 악의로 인해 벌어진 참사는 사회 갈등을 봉합해야 할 사람들의 입에서 교통사고로 포장됩니다. 유족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 갈길을 가지 못하는 언론을 거쳐 배, 보상에 눈이 멀어 이것 저것 요구하는 공허한 외침이 됩니다. 그렇게 상처를 보듬지 못하고 서로를 헤집었기에 저는 아직도 아픕니다.

 

저도, 지겹습니다.

세월호 소식을 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이 지겹고,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겹고, 진심을 헐뜯는 날카로운 말들이 지겹습니다. 그렇지만 그 ‘지겹다’고 말하는 1년 새에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직도 바닷속에 무겁게 가라 앉은 진실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무엇이 295명의 목숨을 앗아 갔는지 1년이 지나서도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빛을 보지 못하는 진실 위에 추측과 성토만이 난무합니다. 희생자 모두가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했습니다. 어떠한 무능과 악의가, 어떠한 구조와 사고가 이러한 참사를 낳았는지, 그리고 다시는 이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알지 못한 채로 보낸 하루하루,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흘러버린 1년이 지겹습니다. 너무나 거대한 참사 앞에서 우리 모두는 할 말을 잊고는 합니다. 차분하게 추모도 해야 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 무엇이 이 결과를 낳았는지 제대로 헤집어 분석해야만 상처를 봉합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에 우리는 1년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그 대신에, 대체 무엇을 했기에 세월호 참사를 보고 듣는 것이 지겹습니까.

 

부끄럽습니다.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고를 추모하는 자리에, 국민의 대표자가 없고, 그에게 추모식에 참여하라고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부끄럽습니다. 유족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공직자가 부끄럽습니다. 탐욕의 껍질을 자꾸만 유족에게 씌우려는 못난 언론이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1년을 흘려 보내면서 벌어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방관했던 스스로가 제일 부끄럽습니다.

 

안, 괜찮습니다.

참사 후 1년 동안, 변한 것 하나 없이 무능과 무관심, 기본적인 예의가 생략된 정부의 태도 때문에 괜찮지 못합니다. 세월호를 ‘사고’로 낮추고, 유족을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분들인데 선동당했다’고 포장하거나 ‘애초에 순수한 적이 없는, 이상한 것들’ 쯤으로 치부하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괜찮지 못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보듬어야 할 상처를, 마음에 짐을 한 덩어리씩 진 다른 국민들이 나서서 보듬고 있기에 괜찮지 못합니다. 사고의 재구성부터 희생자 기억 저장,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과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나라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진실에 근접한 기록을 보고 듣기 위해서 언론도, 정부도 아니고 유가족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촘촘히 얽힌 무능의 그물이 바닷속으로 295명을 끌고 들어가버린 후, 그 그물 하나를 풀지 못한 채로 1년을 흘려 보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를 기록하다>에도 인용됐듯이, 평화학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제가 느낀 깊숙한 무력감은 여전합니다. 사고 후, ‘차라리 이민을 가는 게 낫겠다’ 싶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 무력감을 저에게 지운, 저의, 우리의 사회는 지금 민주주의입니까. 참사 당시 끝까지 친구, 학생, 일면식도 없었지만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겠지 싶어서 다른 이들을 구하고 맹골수도에서 살아온 이들은 떨칠 수 없는 트라우마 때문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진상을 밝혀내고 이들을 보듬어야 할 사람들은 왜, 편해 보이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프고 싶지 않고, 부끄럽고 싶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괜찮고 싶습니다. 당당하고 싶습니다. 또 다시 돌아올 내년의 잔인한 4월엔 부디 그렇고 싶습니다. 그리고, 합동분향소에서 향 하나를 피우며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편히 잠드시지 않았냐고. 우리는, 당신의 기억과 흔적을 이렇게 품은 채, 서서히 나아 가고 있다고.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