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야기 – 김소진의 ‘쥐잡기’

선정의 변

– 성완종 게이트로 인해서 세상이 시끌시끌합니다. 이 일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세월호 1주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제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는 그 사실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소설로 ‘쥐잡기’를 소개합니다.

– 이 소설은 교과서에 실린 ‘자전거 도둑’으로 유명한 김소진 작가의 등단작입니다. 아버지에 이어서 2대째 같은 집에 살면서 쥐를 잡으려고 애쓰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곧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이들이 느낄 기분을 묘사한 첫 문장

– 입동 무렵이었다. 저녁 여섯시가 되기도 전이었지만 주위에서는 벌써 어둑어둑한 소리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민홍은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꼭뒤를 지르듯 자신을 압박해오는 벽시계의 초침 소리에 신경이 몹시 쓰이는 터였다.

달콤한 문장

– 민홍은 요즘 쥐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린 성싶었다. 회색빛을 띤 물체가 눈에 어른거리기만 하면 그것은 여지없이 쥐의 형상으로 변했다가 사라지기 일쑤였다. …… 그깟 쥐 한 마리 상대하는 것을 가지고 추악한 전쟁 운운하는데는 어폐가 있을는지도 모른다. …… 이 세상 어느 집구석이 쥐새끼 한 마리에 이토록 유린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아버지도 아버지였지만 자기 자신의 무기력함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 쥐를 잡기 위해서 애쓰다가 유린당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은 무기력함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뛰어난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이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을까요?

catchmouse

씁쓸한 문장

– 녀석의 굼뜬 동작은 괜히 상대방을 자만하게 만들기 위한 위장술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것은 등허리의 털이 벗겨질 만큼 오랫동안 목숨을 부지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새끼를 밴 암컷의 빈틈없고 대담한 산술이었으리라. 녀석은 문턱에 오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람쥐보다 더 민첩한 동작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 결국 이 게이트의 결말은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습니다. 앞서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이 그렇게 결말지어져 버렸으니까요. 봉감독님의 ‘살인의 추억’이나 다시 봐야겠습니다.

sarin

정리하는 문장

– 2대째 쥐잡는 일의 고단함

보태는 문장

– 곧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옵니다. 세월호 추모곡인 폰부스의 ‘파도에 꽃들’을 추천 드립니다. 우리가 눈 뜨지 않으면 눈 감지 못할 아이들이 아직 바다 속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