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사를 꿈꾼다. 현재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멋있는 미래를 꿈꾼다. 공부를 하고 기술을 배워 취직을 하는 여느 대한민국의 청년과 다를 바 없는 꿈 많은 대학생이다. 하지만 요리를 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신기한 눈빛을 보낸다.

뭐랄까, 다들 요리를 한다고 하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 부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요리가 취미일 때의 이야기이다.

공부를 업으로 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만큼, 요리를 업으로 하려는 사람은 요리를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머릿속으로 재료를 나누고 시간을 배분하며 플레이팅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는 음식은 본인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만드냐에 따라 맛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역시 지금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을 대표해 이런 이야기를 꺼내 놓기에는 부끄럽다).

나는 내가 글을 쓸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요리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파스타’의 쉐프?  댓츠 노노

처음 대학을 들어가고, 조리과 전공을 받았을 때 나는 정말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이제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피드백이다.

음식을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피드백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조리실습 시간에는 당연히 피드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결과는? ‘That’s no no’thatsnono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을 하려면 교수님께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그냥 넘어가신다. 여기서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왜일까?

나는 이것은 자존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습같은 경우에는 같은 학년끼리 듣는 수업이 아니라 한 과목을 전 학년이 같이 듣는 수업이다. 수업 분위기는 마치 올리브채널에서 해주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같은 느낌이랄까… 정해진 시간 내에 완성된 음식들은 교수님 자리로 가서 검사를 기다린다. 잘된 음식들은 뽑혀서 가산점을 받고, 그렇지 않은 음식들은 아무것도 없다.

food_feedback

오늘의 일등은…!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뽑히지 않은 음식들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는 것. 그렇다고 손을 들고 왜 자신의 음식을 뽑아주지 않냐고 물어보는 대단한 사람은 없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후배 앞에서, 동기 앞에서 혹은 자기 자신 때문에 자존심이 상할까 봐 손을 들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1234교시에 한식 수업을 듣는다. 그렇지만 그 뒤 5교시에 바로 수업이 있기 때문에 내 음식이 뭐가 틀렸으며 왜 뽑히지 않았냐고 물어볼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남아서 물어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교수님이 없다. 어디를 가셨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지신다.

여기가 군대는 아니잖아요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요리라는 것은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음식을 다 만들었다고 맛있게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상황으로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설거지와 청소를 하다보면 어느덧 다음 수업시간 10분 전. 그렇다. 열심히 달려야한다. 정리가 끝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 보지만, 이미 다음 강의는 시작되었고 출석을 부르고 계시는 교수님은 우리에게 늘 말씀하신다.

“제 수업시간에 늦는 것은 굉장히 불쾌합니다. 다음부터는 늦지 말고 빨리 오도록 하세요.”

whatshouldido

어쩌라고!!! 으아아아아아!!!!!!

강의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얘기가 있다. 다들 멋지다고 생각하는 호텔 요리사를 포함해서, 어디를 가든지 간에 요리사라는 직업은 군대를 2번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말이다. 군대에서 텃세를 심하게 부리는 선임들을 생각하면 된다. 언제부턴가 요리는 텃세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텃세가 심한 곳은 정말 군대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는 우리의 교수님들. 정말 감사함을 느낄 정도로 이해가 잘 된다고 할까나?

pasta

여기서도 공효진은 엄청 털렸었지. 이 드라마에서 로맨스를 싹 빼서 조금 더 하드코어하게 돌린다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려나

사실 이런 말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지방대에 다니고 있다. 유명하거나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과에 진학해 공부한다는 사실에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처음에는 요리사라는 직업 그 자체보다는 심리 상담을 요리와 접목시킨 상담사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대입 수시를 준비했지만 정말 잔인하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아버지는 집안의 늦둥이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인 내게 큰 기대를 하셨다. 그 기대의 기준 중하나가 ‘공부’를 해서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거리가 멀었던 아버지의 희망과 내 희망 진로 사이는, 수시전형 탈락으로 은핫물을 사이에 둔 견우와 직녀처럼 멀어져버렸다. 삼남매 중 마지막 희망이었던 나마저 그렇게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는 바람에 아버지는 분노하셨다. 나도 속상한 마음에 아버지께 언성을 높였고, 이는 한 달간 끊임없는 언쟁으로 이어졌다. 매일 밤 혼자 방에서 흘린 눈물은 덤이다.

모든 눈물을 쏟아낸 후 입학한 학교. 여기서 나는 처음부터 조리를 배울 수 있을 줄 알고 호텔과에 입학을 했으나 학부제라는 시스템 덕분에 1학년 1년동안 실습은 해보지도 못했다. 이론 위주의 수업은 나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의문점을 만들어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내가 왜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교수님께 상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 냉정했다.

‘네 인생은 네가 살아가는 것이기에, 본인이 알아서 찾아서 행동해라’.

자신이 도와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배신감과 절망을 느꼈다.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일까?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난 그저 걷기만 했다.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배우고 있다. 사실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하기도 좀 애매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여기서 내 상황이 조리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대학 졸업장의 유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교수님 말마따나, 정말로 본인이 직접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냉정하게 나와 지금 내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가 아닐까. 요리도 그렇다. 언제부턴가 요리를 포함한 많은 직업군에서 성공하려면 유학이 필수가 되어 버렸다. 물론 시야를 넓히고, 다른 방식에서 요리에 접근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학은 요리사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누가 그게 좋은 걸 몰라서 유학을 안 가겠는가. 금전적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금 나에겐 이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oliver

여러분은 이 남자를 아는가? 그렇다, 이 남자는 “제이미 올리버”. 요새 굉장히 핫한 영국 사람이다. 우연히 어렸을 때 올리브채널을 보다가 이 핫한 영국 사람의 요리 프로그램을 봤다. 프로그램 속 그의 엄청난 열정과 즐거움을 보면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 때부터 이 영국남자는 나의 우상이 되었다. 그 사람처럼 훌륭하고 재미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때문에 나도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사가 되기 위한 길을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 장래희망 칸에다 ‘요리사’라고 단호하게 적어 놓기가 망설여진다. 내가 지금 이 길을 가고 있으면서도 끝이 명확히 보이는 길이 아니기에, 가끔은 내가 정말 이 길 위에 서 있기는 한 건지 불안해진다.

 

road

내가가는이길이어디로가는지…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잘 돌아보면 나에게 적합한 직업은 아마도 내가 원하는 직업인 요리사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다들 말리는 길, 내 발 밑도 보이지 않아 매번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는 길이지만 일단 가 보련다. 왜냐구? 난 아직 젋으니까.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답을 찾을 것이다. 마치 인터스텔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