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딱히 알 수 없어도, 힙스터의 n가지 필수 조건 목록에 스타트업이 추가된 지는 꽤 됐다. 얼마나 필수 조건인고 하니, 최근엔 딱히 사업 아이템도, 사업을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어도 ‘으헿헿 공모전 참여하는 기분으로 팀이나 굴려 보자!’하고 휴먼굴림을 자체시전하는 친구들이 대학에 (특히 경영대 주변에…?) 많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스타트업은 몇 개 없다. 그 중에서도 20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간지나는 로고와 더 간지가 철철 넘치는 팀 소개만을 남겨놓고 1년 안에 공중분해 되기가 십상이다. (자, 주변을 둘러 보자. 분명 볼 수 있을걸?)

자, 여기 사업상으로 훌륭하게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구현한 ‘앱’과 깔끔하게 정리된 뒷단, 그리고 이를 라이브 컨트롤 할 수 있느 개발자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 여기에 디자이너 , 스타트업 인재 영입 0순위 전천후 캐리머신형 실무자, 그리고 발로 뛰며 영업을 진행할 머리와 입담이 있는 친구까지 포함된 다섯 명이 팀을 꾸렸다.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 힙스터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구성이지만, 이들은 스스로에게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걸 거부했다. ‘힙’하기 보다는 ‘그냥 좋자고 하는 일’이고 싶어서다. 이들은, 작년 말 배달앱 업계에 소소한 반향을 일으킨 ‘샤달’ 을 만든 팀, 캠퍼스달이다.

그들을 지금 만나게 된 이유

작년 말에 한창 온갖 방송사와 신문사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샤달’팀은 서울대 구내에 배달이 가능한 서울대 주변의 식당들을 정리한 ‘샤달’ 앱을 2013년에 처음 개발했다. 그리고 다른 배달 앱과 달리 앱 입점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2014년 말에 부쩍 화제가 됐다.

“나온 지 거의 1년 쯤 됐을 때, 머나먼 땅에서 그 분이 비행기를 땅콩 한 봉지로 돌리면서 갑질 논란이 시작됐다. 그 후로  ‘어… 배달앱도 갑질 아니냐!’하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에 대항하는 ‘대항마’느낌으로 샤달이 갑자기 언론을 탔다. 마치 <배달의 민족>, <배달통> 같은 앱들은 갑질하는 나쁜 앱이고, 우리는 주변 음식점과의 상생을 꿈꾸는 착한 앱인 것처럼.”

-석원

 

절-대로 그분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돼!

그리고 그 후 세달 즈음 됐을까. 여전히 시장의 배달 앱들은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고, 음식점 사장님들은 ‘그렇다고 이걸 안 할 수도, 할 수도 없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는 한다. 하지만, 샤달의 시도가 인상 깊었던 다른 대학들에서 줄줄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면서 ‘적어도’ 대학가 주변에서는 소소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방학 때 전력투구를 하고, 학기 중에는 잘 모이는 일이 없다는 샤달 팀은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오랜만에 뒤돌아 봤다. 그리고 결론은… “우리 이제 송별회 해야 하나?(웃음)”(…).

프로젝트 팀원들이 입을 모아 ‘착한 앱’도 아니고, ‘기성 배달 앱의 대항마’도 아니고 그저 ‘친구들이 필요로 했고, 나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은 이제 거의 이룰 것은 이룬 상태. 갑질 논란이 조금은 사그러들고 샤달 프로젝트는 안정화된 지금, 캠퍼스달에게 ‘착한 앱’, ‘스타트업’말고,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다섯 명이 캠퍼스달로 얽힌 사연

랫사: 만나서 반갑다. 팀원들 소개를 부탁한다. 다들 어쩌다가 이 팀에 흘러 들어오게 됐나?

jisu

지수: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게 유일한 장점인 디자이너 최지수다. 어제 밤을 새서 다크서클이 충만한데, 사진은 포토샵 해 주나(웃음). 팀의 비주얼을 맡고 있다. 삽화 기자로 처음 대학신문을 들어갔다가, 판형 기자로도 일하고 6학기 째에는 결국 부집장까지 하고 나왔다. 캠퍼스달에서는 앱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고 있다. 캠퍼스달에는 석원이에게 말려서 들어 왔다. 방학 때 파이썬(주석으로 설명 처리)을 배우고 싶어서 건너 건너 지인에게 과외를 부탁했는데, 그 과외 선생님이 석원이었다.

석원: 그 때 막, 누나가 7월달에 하도 가난하다고 해서 7월달 과외비도 좀 싸게 받았다. 물론, 나도 파이썬 공부한 건 그게 처음이라서 가르치기 일주일 전에 미리 공부해서 가르친 건 안 비밀이다. (웃음)

지수: 뭐?!

우섭: 파이썬 싸게 합니다!

석원: 그것보다 5만원 싸게 합니다! 그래도 그 때 제대로 가르쳐 줬잖아. 다이아몬드도 그리고, 하노이탑도 쌓고…

지수: 하노이 탑, 들어 봤나? 헬로 월드(Hello, World!)는? 개발자 버전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같은 거다. 모든 책의 첫 번째 예제. 거기부터 시작해서 하노이탑 옮겨 보기도 배우고, 배우긴 배웠다.

석원: 확실히 코딩하는 사람들이 긱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게, 처음에 배우면서 다이아몬드 그리고, 별 그리는 걸 다섯 시간 코딩 해 보고, 그 다이아몬드(…)가 나왔을 때의 쾌감을 느끼고 막 그러잖아. 원하는 게 떡하니 나오면 정말 행복하지 않아?

지수: 그거 포토샵으로 하면 금ㅅ…

석원: 여튼, 그렇게 7월을 나고 8월 달이 되니 자연스럽게 재능 교환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파이썬을 가르치고, 누나는 샤달 앱의 디자인을 도우면 어떻겠냐는. 그렇게 해서 스리슬쩍 우리 팀에 들어 오게 됐다.

seongo

성호: 스물 둘,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싱싱하고(!) 충북 단양군에서 올라와서 참신한(!) 사나이다. 자유전공학부에서 공부한다. 작년 8월에 샤달에서 신입 팀원을 모집할 때 들어 왔다. 이 팀에서 걷기와 뛰기, 전화하기를 맡고 있다. 앱에 들어가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업데이트한다. 사장님들과 만나는 일도 잦다.

팀원들: 팀의 뼈대라고.

성호: 좋았어!

팀원들: 뉴런? 축색돌기? 시냅스? (여기서 문돌이는 아득해졌다).

성호: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철학과 전공을 하고 있고. 하지만 이번 학기에 철학과는 부전공으로 내리고 경제학과를 전공할 거다. 원래는 작년 말까지만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군대를 못 가서(…) 계속 팀을 하고 있다.

랫사: 못 갔다고…?

성호: 2월 말 의경 시험을 접수하고 길을 못 찾아서 1분 늦었다. 그리고 공군도 넣었는데 주르륵 다 떨어졌다. (일동 숙연)

eunji

은지: (팀원 일동 입을 모아: 샤달의 에이스다 에이스. SS급 노예. 7성급 노예. 만능인간.) 성호와 동갑이고, 경제학이랑 정보문화학을 전공하고 있다. 성호와 함께 들어왔다. 처음에 마케팅 쪽으로 팀에 들어 왔다가, 요즘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샤달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석원: 차차 안드로이드랑 아이폰 개발도 배워 보는 게 어때(살짝 진지).

랫사: 팀에서 하고 있는 일이 완전 많다던데, 한번 쭉 리스트업 해달라. 

은지:(잠시 고민하다가) 수작업이 필요한 일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갈 각종 게시물 만들기, 우리 웹사이트 만들기, 메일 답장하기, 사장님 만나기, 새로 들어오겠다는 분들 만나러 다니기, 그 분들 만나서 커피 마시기, 사장님들한테 약팔기, 언론 인터뷰하기… 디자인은 한창 디자인을 바꿀 시기에, 지수 언니가 리소스를 남겨 놓고 여행을 가서 (지수: “마치 다잉메시지처럼!”) 그걸 받아서 마무리하기도 하고, 그렇다.

woosub

석원: 우섭이는 올해 1월에 들어왔다. 그 전까지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때려 치고 나가는 바람에, 새로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구하게 됐다.

우섭: 안드로이드 개발을 맡고 있다. 학교 개발 동아리 애비로드(Appy Road)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전공은 불어교육과다. 안드로이드 개발은 동아리에 들어가서 처음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한 반 년 자바하다가, 놀다가, 씨샵 유니티 하다가…곧 군대로 튈 예정이다. (석원: 군대 가도 놓아주지 않을 게야. 카투사는 주말에 나와서 코딩하면 돼.) 1월 달에 들어 왔을 때, 기존 안드로이드 버전의 코드에 문제가 너무 많아서 그냥 엎고 다 새로 썼다(…).

2015-04-02 12;00;49제가 감히 머태복음 중 일부를 캡쳐해 봤습니다

은지: 저 쪽(석원)은 앱등이고, 얘는 구글충이다. 팀의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는다. 얘가 얼마나 구글충이냐면, 구글에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내 놓은 게 있다. 머티리얼 가이드라인디벨로퍼 가이드라인. 두 개인데, 이 두개를 복음처럼 줄줄 외우고 다닌다. 머태복음이다 머태복음. 아마 구글 사람들도 누가 구글 가이드라인을 외우고 다닐 거라고는 생각도 안할 걸.

석원: 진짜 쟤는 그걸 성경처럼 외우고 다닌다. 우섭이가 들어오기 전의 팀원들은 전부 아이폰 유저였다. 안드로이드 개발을 맡던 친구는 ‘그냥 만들어는 줄게’ 수준이었고. 그래서 샤달 안드로이드 버전은 우섭이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냥 iOS를 그대로 옮긴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seokwon

석원: 아이폰 개발, 서버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기타 등등, 팀이 굴러가는 다른 일에도 참견하고 있다. (일동: “우리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샤달 1.0, 그리고 2.0

랫사: 샤달 팀에 대해 다룬 타 미디어의 기사를 정독했다. (일동 박수) 그런데 국민일보 사진은 왜 그래(…)?

seok_gul

문제의 사진이 국민일보에도 나가고, 그 후로 구글에 ‘최석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

석원: 엌ㅋㅋㅋ 기자 분이 인터뷰를 하시고, 팀원들이 다 들어가 있는 사진을 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아무리 찾아 봐도 없더라(…).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기자 분이 두 시간 뒤가 기사 마감이니 그 때까지 무슨 사진이라도 보내달라고 했다. 정 없으면 본인 사진도 괜찮다면서. 그래서 급히 원본이 있는 사진 중에서 내 모습만 따로 잘라서 보냈는데, 그 자른 사진에서 내 얼굴을 더 클로즈업한 사진이 나왔다. 그게 이 굴욕짤의 탄생이다.

랫사: 축하한다. 아마 평생 ‘최석원’ 치면 따라 다닐 인생짤 중에 하나가 될 거다. 여튼, 샤달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석원: 처음에 시작한 건 세 명이었다. 그 중 둘은 지금 국방의 의무를 다 하러 사라졌다. 이장원이라는 친구가 나에게 이 프로젝트 제안을 했었다. 본인이 전단지 정리나 마케팅을 담당할 테니, 너는 앱을 만들어라, 이렇게. 뭐, 나야 처음엔 아이폰 개발만 하면 되니까 하자고 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을 도와줄 형을 한 명 구했다. 그게 2013년 말이었다. 그 때는 그냥 DB만 정리한, 디자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버전으로 앱을 처음 출시했었다.

사실 샤달이 내 이름을 걸고 나가는 첫 앱이어서, 처음에는 이 앱을 나름 완벽하게 만들어서 출시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장원이가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면서, 당시 스누라이프가 유지보수 문제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던 그 때에 맞추어 앱을 빨리 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잠깐 짬을 내서 세 시간 정도 코딩을 했다. 그걸 가지고 다음 날 만나서 친구에게 앱을 보여주니, ‘그냥 이대로 빨리 내자’고 하더라. 뭐… 그래서 그냥 그렇게 내게 됐다. 그렇게 내고, 초기 홍보를 통해서 500여명이 앱을 다운 받았었다.

지수: 그 때 진짜. 그 초기버전은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first_app

지수: 디자인이라고도 말하지마.

석원: 애플은 그냥 기본이 이쁘기라도 하지, 안드로이드는 더 개판이었다. 뭐… 그래도 개발은 뚝딱 금세 했고, 진짜로 정보 모아서 타이핑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전단지 줍는 것도 힘들고. 중국집들 메뉴가 막 150개다. 개중에 아무도 안 시킬 법한 그런 메뉴도 있는데, 진짜 어휴(…). 그걸 넣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다.

랫사: 음…? 국민일보에서 이야기했던 ‘짜장면 사장님 700원 훌쩍훌쩍’은 어디로 갔지?

석원: (단호박) 그런 거 없다. 사실 그게 우리 앱에 관한 최초 보도였는데, 좀 과장이 많았다. 학교 주변 음식점들에 엄청난 배려심이 있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냥 주변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기 시작했다.

랫사: 초기에 만든 버전이랑 지금의 라이브 서비스 버전은 완전 다른 모습인데, 언제 그런 대격변이 있었나?

screen568x568

석원: 음… 2013년 말에 그렇게 프로토타입을 출시한 후, 친구 한 명은 카투사로, 한 명은 공군으로 튀었다(…). 그리고 나도 2014년 1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팀원 모두가 샤달에서 손을 놓게 됐다. 그런데, 교환을 갔다 오니 그 상태(…)에서도 알음알음 사람들이 앱을 다운 받아서 약 3천 명이 앱을 쓰고 있더라. 그래서 여름 방학에 다시 팀을 꾸리려고 리크루팅을 했다. 그 때 은지와 팀원 몇몇이 들어오고, 그 때 쯔음에 지수 누나도 들어 왔다. 2014년 여름에 그렇게 샤달 2.0을 출시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이 앱을 만들었다고 주변에 이야기도 안 하고 다녔다. 빨리 ‘내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어서 판올림을 진행했다.

은지: 어쩌어찌 2학기 시작 직전으로 맞춰서 포스터도 붙이고, 페이스북에서도 열심히 홍보를 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고난도 한 번 겪었다.

석원: 기존 앱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2.0을 새로 설치하면 앱끼리 충돌이 되가지고, 실행이 안 되더라. 그래서 2,300명이 앱을 지웠는데, 그게 다 앱의 액티브 멤버들이라는 게 좀 타격이 컸다. 그걸 회복하는 데 2학기를 다 쓴 것 같다. 원래는 2.0 올리고 유저 수가 쫙 치고 올라갈 줄 알았건만(…)

그 팀이 일하는 방식

랫사: 프로젝트를 꾸리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없나?

석원: 초기 비용은 100만원 쯤 들었던 것 같은데, 반쯤 내가 부담하고 반쯤은 아빠한테 빌렸다(웃음). 워낙 한참 전 일이라서, 그냥 없던 돈 같이 생각될 정도다. 그리고 나서 지금은 1년에 앱스토어 비용을 포함해서 20만원 정도가 유지비가 드니까, 크게 돈이 드는 편이 아니라서 괜찮다. 원래도 수익을 내려고 시작했다기보다는, 사회에 조그만 충격을 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그다지 돈 벌 생각은 없다.

수익을 벌자고 마음을 먹었으면,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 입점할 때 입점비를 받거나, 배달 수수료를 받거나…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버는 월 비용보다 내가 개발 외주를 뛰는 게 더 빠르다(웃음).

(개발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는 변두리형 인간은 부러움에 목이 메였다.)

whie_interview

인터뷰_중임미다.jpg

석원: 샤달은 친구들의 편의를 가장 많이 고려한 서비스인 점도 크다. 만약 입점비를 받는 등의 형태로 수익을 냈다면, 주변에 앱을 사용하는 친구가 ‘야, 내가 가마솥 도시락에서 밥 시켜먹고 싶은데, 왜 너네 앱에는 그게 없지?’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랫사: 보통 샤달 팀은 어떻게 일하나?

석원: 팀원 전부가 학생이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일정을 거의 올-스탑한다고 보면 된다. 학기 중엔 코드를 열 줄 이상 쓰지 않지.(웃음) 크. 가끔 밥이나 먹자! 하면서 만나서 이야기하고, 방학 때 하고 싶은 메이저 업데이트와 확장 이야기를 다 쌓아 놓는다. 방학이 시작되면 메인 작업에 착수하고. 따로 일하는 공간은 없고, 그냥 카페에서 만난다.

은지: 방학이 땅! 하고 시작되면 모여서 기획 회의를 한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이런 사람은 영입하고 싶다 등등… 팀원이 조금 바뀌기도 하고, 기획도 정리가 된다. 그리고 석원 오빠는 언론에 얼굴을 팔면서(…) 이메일 답장도 하고, 나와 성호는 대학들을 만나서 협업 이야기도 진행하고, 그 다음에 디자인과 개발이 시작된다. 그게 합쳐지면 앱을 낸다.

랫사: 그럼 저번 방학 때도 그렇게 일했나. 다른 기사들을 읽어 보니, 그 때는 완전히 석원에게 지옥같은 나날었이던데. die

 

당시 이 분 심정.jpg

석원: 그 때 처럼 인생이 피폐했던 적이 없었다. 교환학생을 갔다 오자 마자, 한국에 도착한 지 3일만에 계절학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원도 모집하기 시작했고. 그런데, 계절학기가 끝나기 전 우연히 아는 분 회사를 갔다가 ‘회사’ 자체에 뽐뿌를 받은 거다. 회사에 출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절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캠퍼스달에서 기획회의를 하고, 디자인회의도 하고, 개발도 진행하고. 심지어 그 때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을 부탁한 사람들이 출시 예정일 일주일을 남겨 놓고 ‘나 못하겠다. 하기 싫다’고 연락이 왔었다.돈을 주고 부탁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미 그 전에도 밤샘 코딩을 하고 있었는데, 출시 직전엔 안드로이드 개발까지 하겠다고 아등바등 난리를 쳤다. 회사에서 여덟 시간 코딩하고, 집에와서 또 코딩하고, 욕이란 욕은 진짜 다 한 것 같다. 그 이후로 안드로이드는 보기만 해도 싫다. 

랫사: 생고생하긴 했지만, 대규모 판올림 이후로 크게 할 일은 이제 없지 않나?

석원: 그렇다. 일단 사용자들이 필요한 기능은 어느 정도 지원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캠퍼스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도 이미 CMS 구축 작업 역시 지난 여름에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계정을 발급해 주고,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게 하는 정도다.

스타트업 아닙니다

랫사: 지겹겠지만, 한 번 만 더 묻겠다. 정말 캠퍼스달은 스타트업이 아닌가?

석원: 아니다. 사업화 계획도 없다. 팀원들끼리는 이미 확실하게 선을 그은 상태다.

은지: 캠퍼스달 팀의 아이템은 사실 딱히 사업화를 한다고 해도 미래가 창창한 아이템은 아니다. 특색을 보일 수 있는 앱도 아니고, 이미 배달앱 계통은 레드오션이다. 거기에 뛰어들어서 무언가를 해 보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석원: 그래도, 당장 다른 프로젝트를 생각해둔 건 없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이 팀을 가장 먼저 찾지 않을까? 일단 나는 대학원도 고민하고 있고, 학교도 다니고 있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은지: 만약 다른 콘텐츠를 기획해서 한다면, 이 팀으로 시행착오를 덜 거치고 할 수 있을 거다. 사실은 뭐든지, 사람 모으는 게 제일 힘들잖아. 그런데 이미 팀이 구성돼 있고, 콘텐츠의 기획 뿐만 아니라 실행, AS까지 다 밀어 붙인 팀이라는 점에는 다른 일 역시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발판이 있는 거나 다름없다.

석원: 맞아. 나는 개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는데, 개발 동아리는 개발만 한다. 하나의 서비스라는 게 굉장히 큰 프로세스가 있지 않나. 그런데 개발 동아리는 개발만 하고, 창업 동아리는 대부분 기획만 하고, 디자인 동아리는 디자인만 한다. 그래서 작은 서비스기는 해도, 그 전 과정을 겪을 수 있었다는 게 이 프로젝트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우섭: 나도 동아리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팀 프로젝트는 이게 처음이었다.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해도 되는 거지

team pic

샤달 팀.

캠퍼스달의 다섯 명을 만난 이야기를 정리하며, 문득 썸머와 예전에 스치며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른바 ‘만물스펙설’. 미스핏츠를 처음 창간했을 때, 최씨 아저씨에게 대자보를 붙였을 때, 다음 뉴스펀딩을 시작했을 때, 미스핏츠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등등, 미스핏츠를 하며 겪었던 모든 프로젝트와 경험의 순간들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너네, 이거 다 스펙 쌓으려고 하는 거지?’라고 묻고는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황망함이 생생하다. 청춘이 하는 일들은 ‘미래를 위한 계획적인 일’이고 번듯한 대기업 로고가 박힌 정규직 명함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면 이해받을 수도 없는 걸까?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은 지 7개월 차, 이제는 나는 스펙이라는 말에 달관(‘달관’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거다. 보고 있나, C일보?)했다.

샤달의 친구들도 그렇다.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필요해서’라고 털어놓는 그들에게 때로는 ‘스타트업’이란 꼬리표가, ‘착한 앱’이라는 꼬리표가, 또는 ‘참 좋은 스펙’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샤달 친구들에게 그 꼬리표를 붙인 사람들도 알아 줬으면 한다. ‘그냥’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그냥’이란 말에서 때로는 소소한 변화가 찾아 오기도 한다고.

[divider]사족[/divider]

랫사: 미스핏츠 용 질문. 각자의 덕후 분야가 있나?

우섭: 나는 그렇게 하나에 집중하고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일동: 하나가 아니지. 하나로는 부족하겠지. 지덕체. )
우섭: 나니? 난데스까? 소까? (…) 공대생으로 다시 태어나서 공대생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다.
은지: 난 차덕이다. 차 만드는 동아리도 한다. 용산 가서 부품도 사고. 또, 힙찔이다.
석원: 앱등이다. 난 뭐… 특별히 없는데? (일동: 과고의 승리자다.) 아, 연애를 하고 있네. (웃음) 다니던 고등학교가 144명 정원에 여자가 9명이었는데, 그 중에 한 친구를 만나서 6년째 연애를 하고 있다.
성호: 나는… 김훈덕후? 김훈은 그냥 천재인 것 같다. 어떻게 그 렇게 글을 쓰지? 아, 그리고 09넥팬이다.
지수: (일동: 사이퍼즈.) 내가 덕은 아닌데, 랭크도 실버밖에 안되고. 휴식점수가 쌓여서 원래 실버인데 지금 브론즈긴 하지만… 그냥 실버라고 해 달라. 나는 브론즈가 진짜 아니다. 브론즈는 진짜 노답이란 말이야(…). 사이퍼즈는 전투력을 길러주고, 되게 좋은 것 같아. 막 화이팅하게 살 수 있어.

[divider]사족 2[/divider]

두어 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뒤풀이로 이어졌고, 뒤풀이는 또 뒤풀이로 이어졌고, 끝끝내 첫차를 기다리며 롤까지 두어 판 하고서야 해어졌다고 합니다.  주어는 없습니다.

사진/ 강단

글/ 랫사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