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탄광 – 다섯 번째 이야기

다섯 번째 이야기 – 이효석의 ‘마작철학’마작철학

선정의 변

– 이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 우리 모두가 아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이효석은 순수한 미의식을 묘사하는 작가로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제정된 작가가 현실과 격리된 작품만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는 도시 빈민의 처절한 삶을 그린 ‘도시와 유령’, 창부들의 단결권과 저항을 그린 ‘깨트려진 홍등’, 매 맞는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인문학도의 이야기를 그린 ‘인간 산문’, 애인에게 배신당한 여인과 애인에게 배신당한 남자가 만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성화’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나쓰메 소세키를 연상하게 하는 담담한 서술과 치밀한 묘사를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 이번에 집중적으로 소개할 ‘마작철학’은 정어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공장주와의 투쟁을 치밀하게 그린 단편입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실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첫 문장

– 내려 찌는 복더위에 거리는 풀잎같이 시들었다. 시들은 거리 가로수 그늘에는 실업한 노동자의 얼굴이 노랗게 여위어가고 나흘 동안 ……

달콤한 문장

– 대재벌의 힘, 무도한 것은 이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노동자에게서 미움을 산 그는 실상인즉 대재벌의 손에 매어 있고 꿀려 있는 셈이었다. 위에서는 대재벌, 밑에서는 노동자의 대군, 이 두 힘 사이에서 부대끼는 그의 갈 길은 어딘가. 위 아니면 밑, 이 두 길 중의 한 길을 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삼스럽게 윗길을 못 밟을 바에야 그의 길은 뻔한 길이 아닌가…….

/ 이 소설은 1930년 8월에 <조선일보>에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75년 전에 예민하고 날이 선 소설가의 눈에 포착된 이 현실은 2015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혜리의 알바몬 광고에 반발했던 점주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프랜차이즈와 알바생들 사이에 낀 점주들과 대재벌과 공장 노동자 사이에 낀 공장주인이 묘하게 겹쳐지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그럼에도 달콤한 문장으로 꼽은 이유는 그의 좌절과 낙담이 안쓰럽고 공감이 가기 때문입니다.

씁쓸한 문장

– 강 선생의 명령이라면 절대로 복종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어디서 들어왔는지 고향조차 모를 강 선생을 퍽도 존경하고 사모하였다. 눈이 매섭고 영악한 한편에 강 선생은 학생들에게는 극히 순하고 친절하고 의리가 밝았다. 어디로부터서인지 돌연히 이 포구에 나타난 벌써 일 년이 넘도록 그는 한 푼의 이해관계도 없는 수많은 그들을 모아 놓고 충실히 글을 가르쳐 주어왔다.

/ 강 선생은 정어리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조직하고 단결하게 만들어 파업을 이끕니다. 영웅적으로 그려진 강 선생 때문에 현실적으로 파업을 행하며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정체도 밝혀지지 않은 이에게 글을 가르쳐준다고 하여 순수하게 노동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게 만드는 문제적 인물입니다.

정리하는 문장

– 이효석 소설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에서 빨간 부분.

보태는 문장

– 이 소설에서는 대재벌과 노동자 사이에 끼인 소상공인들이 마작을 합니다. 그러나 마작에 대한 디테일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문득 마작을 매력적으로 다룬 영화 박찬욱의 ‘박쥐’가 떠올랐습니다.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고, 보신 분들은 두 번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