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above=”여행의 불편한 진실” h1=”false” center=”true”]당신은 평생 여행을 갈 수 없다?[/title]

 

40대 초반의 막내삼촌뻘 되시는 분께 여행에 관하여 우스갯소리로 들은 말이 있었다. “젊었을 때는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못 갔고, 지금은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가고, 나중에 나이 들면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데 힘이 없어서 못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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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와라스, Laguna 69를 찾아가는 길

 

약간 과장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젊었을 때…’ 부분은 20대 중반의 대학생인 나도 공감한다. 생활비 벌기에도 빠듯하고 비싼 등록금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 결혼, 양육, 부모님 부양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지고 당연히 시간적 여유는 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 동안 가려고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여행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만치 멀어져 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여행을 어렵게 생각한다. 여행을 일상의 반대말처럼 사용하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대단하게 여긴다. 내가 세계일주를 할 때,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과도 많이 만났다. 그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단기간동안 여행을 나오신 분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 분들과 함께 대화를 하다 내가 세계일주 중인 것을 알게 되면 ‘부럽다’, ‘멋지다’, ‘준비하기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다’ 등의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계일주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내가 세계일주를 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평범하다. 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땅 ,유럽에 환상을 갖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방학이 되니 유럽에 다녀오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자극 받으면서 유럽에 대한 꿈을 점점 키워갔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2012년,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나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 영선이에게 연락을 받았다. 유럽까지 가는 가장 싼 방법을 알아냈다는 영선이. 그 경로는 속초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가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것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방법에 귀가 솔깃해졌고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유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육로로 유럽까지 간 김에 돌아올 때는 유라시아 대륙 아래쪽인 아시아 국가들을 육로로 돌아오기로 했다. 유라시아 장기여행을 결정한 것이다. 20대 초반의 패기였는지 다른 현실적인 문제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유라시아 일주를 목표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유라시아 외의 다른 곳들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나 아프리카나 남미 등은 좀처럼 가기 쉽지 않은 곳이니, 지금처럼 오래 여행을 할 때가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정복한다는 로망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새 내가 가고 싶은 곳 목록에는 아프리카나 남미 등이 추가되기 시작했고, 어느 새 나는 세계일주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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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바다

세계일주를 목표로 정한 이후부터 끊임없이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경로도 어떻게 짜는지 모르겠고 항공권, 비자, 가져갈 짐 등 공부해야 할 것들은 끝없이 나왔다. 너무나 많아진 조사량에 지치기도 했고 세계일주에 대한 열정이 식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많은 여행지들에 대한 조사를 한국에서 미리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으로 검색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담이 다시 줄어들었고 세계일주 전날까지 두근거리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세계일주에 가장 필요한 것, 결심과 용기

해외든 국내든 여행을 직접 준비해서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준비 내용이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여행 갈 결심을 하고서 준비하는 것이 전부이다. 세계일주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지탐험을 수년씩 하는 것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혀 조사를 하지 않고서 무작정 그 여행지에 찾아가도 어떻게든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겪음으로써 알게 되었다. 세상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동네’이고, 치안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곳에 가도 도와주려는 손길은 반드시 있다. 여행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행 자체보다는 처음에 언급한 돈, 시간, 체력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행을 어렵고 낯설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에 앞서 여행을 떠나야하겠다고 확실하게 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당연히 여행을 떠나겠다는 결심이 돈을 벌어주고 시간을 만들어주고 체력을 향상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동기부여는 해줄 수 있다. 나 역시 세계일주를 간다는 결심 아래에서 돈 문제, 시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 그런 문제들 때문에 미리 세계일주에 대한 꿈을 접지는 않았다.

세계일주에는 용기도 필요하다. 특히 오랫동안 비일상으로 살아가다가 다시 일상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도 고민이 될 수 있다.

 

 세계일주 가려면 휴학하고 가야하는데 취직이 늦어지지는 않을까?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고 싶은데 다시 돌아오면 뭐 먹고 살지?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 읽었던 책 중에서 한 여행자가 올린 수식과 그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았다.

 1+(-1)=0

양변의 결과는 모두 0이다. 그러나 우변의 0은 평범한 0이고 좌변의 0은 좀 더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0이다. -1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1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만들어 준다.

세계일주, 아니 더 나아가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주저하는 많은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가지 못할 이유가 더 생기기 전에, 여행을 결심하고 용기를 가져라!”

나는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에게 세계일주 중인 나의 안부를 알리고, 더불어 생생한 기록도 남기기 위해 페이스북에 거의 매일 여행기를 남겨 놓았다. 그 342일의 기록을 지금부터 여러분과 공유하여 본격적인 ‘세계일주 뽐뿌’를 넣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