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우리 아버지는 여성운동가야.
어머니는 뭐하시는데?
아버지가 여성운동가 활동하는 걸 반대해서 집에 계셔.

이야기 둘

나른한 토요일 오전 티비를 틀어놓았다. 한 부부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50-70대 어르신들이 그 고민에 각자 답을 내려주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그 부부의 고민의 내용은 둘째아이를 낳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어르신들의 대답은 예상범위 안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역시 결혼하면 저런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던 중 여자 진행자의 질문이 결정적이다. “일주일에 하루 자유시간을 주시면 낳을 생각이 있으세요?” 그러자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남편은 대답했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엄마를 많이 찾지만 나중에 아이가 덜 찾게 되면 그렇게 할게.” 둘 다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티비 프로그램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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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아서 우연히 커플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이런 설명을 한다. “윤미래랑 타이거 JK가 합동 공연을 하는데, JK가 남자니까 공연비를 더 많이 정산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상식이 있는 사람은 모두 다 페미니스트라고.” 그건 공연과 예술의 문제이고 남성과 여성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이중 잣대다.

누구나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합리화이기도 하고 인지부조화이기도 하고 고집이기도 하다. 아들과 딸 그리고 엄마가 돼 버리면 여성과 남성이 차별 받고 있다는 인식이 사라져 버린다.

이야기 둘에서 프로그램 상 구도는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소극적인 저항하는 아내와 그 아내를 설득하려는 구도였다. 아내에게 내민 조건은 고작 하루는 남편이 온전히 아이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아내는 반사적인 함박웃음을 지었다. 뜻하지 않은 치킨을 본 사람처럼.

일주일에 하루..! 자유..!!!

아내가 티비 출연에 보람이 있다는 듯한 결말은 떨떠름했다. 현실에서 양육의 불평등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 다 일을 하건 하지 않건 결과적으로 양육에서 책임자는 어머니고 보조자로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어머니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각 가정마다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양육에서의 책임이 저 가정에서는 어머니에게 쏠려있다고 이해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쏠려있음에 특별한 까닭 없이 오로지 어머니이기 때문이라면 그것이 차별이다. 운전하는 것은 아버지가 자주 하고, 밥은 어머니가 자주 하고. 뭐,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함께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부담이 쏠려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 문제는 아들과 딸 이야기에서 반복된다. 몇몇 어머니들은 딸에게는 태연하게 통금을 정하고, 옷차림을 단속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콘돔과 휴지를 챙겨주며 열린 어머니 역할까지도 훌륭하게 소화하신다. 그 아들이 집과 자기 방에서 사용하는 휴지와 콘돔은 모니터를 통해서 혹은 직접적으로, 다른 집안의 딸인 여성을 향한다.

인간이 자유를 가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자유를 가진 인간이 아들, 딸, 며느리가 되었을 때, 이중 잣대와 함께 누군가의 고통은 시작된다. 우리는 10대 시절에 보고 싶은 만화, 보고 싶은 사람을 희생해가며 코피 터지게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교 수업에 성적에 피해가 끼치지 않는 선에서 결석하려고 애쓰는 대학생들과 야근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장만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가장들로 가득 찬 나라에 살고 있다. 가정과 가족을 피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우리 안의 이중잣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야기 셋

최근에 무슨 모임에 가서 자유주의자 한 분을 만나뵙게 되었다. 그 분은 정부가 시장에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정부가 법과 정책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분과 술자리에 앉자 남자가 술도 못 마시고 재미가 없다는 둥,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바뀌어야 한다는 둥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저 분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 자유주의자가 하는 강요행위에는 어떻게 저항하여야 하는지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