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노동일까, 아니면 어떤 불법적이고 반인륜적인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일까. 수많은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나는 논의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너무나 어렵다. 여러 사람의 삶에 깊게 관련된 일이 ‘반인륜’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은 쉬운 발화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렵게 느껴져서 참여하지 않는 그 이야기가, 문득 악마의 속삭임처럼 귓가로 내려왔다. 나는 성을 구매 혹은 판매할 의지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나에게서 그것이 사고 싶었나보다.

단순히 인터넷에 올려놓은 비밀 메일주소 하나. 어느 날 도착한 메시지가, 하룻밤 15만원을 제시했다. 나는 대체 내 몸 어디에 15만원의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순간 15만원이라는 가격에 혹하긴 했지만 – 나는 일반적인 시세 따위 모른다. 이게 싼지 비싼지 시세(?) 같은 것과 무관하게 내가 들었던 생각은 꽤 비싸다는 것이었다 – 진지하게 팔 생각은 없었다. 아무 대답 없이 넘기자, 적당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메일이 하나 왔다. SM도 하면 25만원.

이십오만원!

크리스천 그레이가 온 세상을 달구고 있는 타이밍에, 적당히 묶이고 맞다 보면 10만원 더. 15만원도 혹했는데, 세상에. 없던 흥미가 살짝 생겼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나가 볼 것을 아주 약간 고민하기 시작했다. SM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했을 것이다.

결국 나가지는 않았다

아마 이쯤 읽으면 내가 갔는지 안 갔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더 많을 것 같아서 소제목으로 미리 밝혀둡니다. 나는 내 몸을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을 거에요. 아마 성매매를 통해서 바뀌는 건 내 생각, 심리, 이런 것들일 뿐 어떤 유형(有形)의 것들은 아니겠지만, 나는 적어도 내 자존심이나 생각, 아니면 태도 등이 돈과 교환되지 않는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나는 이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궁금하다. 여러분이라면 15만원, 혹은 내가 저 금액을 듣고 받은 충격을 여러분한테 줄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을 받고, 여러분의 몸을 팔 수 있나요? 25만원이면 SM도 할 수 있나요? 다시 말해두지만 15만원이라는 절대적인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전까진 내 성을 주는 것이 금전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제시받은 금액이라 (매우 큰지 아닌지는 모르고) 그냥 매우 크게 느껴진다.

나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걸 나가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상대방은 안전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우선 들었다. 그렇지만 당신의 25만원을 제가 가져갈건데요, 그 전에 혹시라도 모르니까 HIV 검사 결과 진단서 좀 보여주실래요? 라고 물어볼 수 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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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내가 이 돈을 이런 방식으로 벌면 지금 당장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내일 정말 가고 싶었던 가게에 가서 평소에 주문할 엄두도 못 내던 상품을 자신만만하게 구매해 올 수 있을 것이고, 새 봄 코트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 돈들이 다 떨어졌을 경우를 상상했다. 그렇다면 난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나갈 것인가?

여러 번 침대 위에서 돈을 벌면, 내가 이전까지 결코 돈과는 교환하지 않으려 결심한 정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신문 기사에서 봤던,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몸을 판다는 극단적인 케이스가, 내 이야기는 되지 않을까. 나름 자존심 있던 척하려던 내가 다 꺾여버리진 않을까.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해 돈을 주고 성을 사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령, 멀쩡히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왜 굳이 원나잇을 구하지 않고 돈을 써서라도 성을 사려고 할까. 300만원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하룻밤 SM에 월급의 1/12을 쓰는 것 아닌가. 그 정도의 돈이 한 번의 섹스와 맞먹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 특히, 게이 사회는 자신이 그럴 마음만 있다면 하룻밤 같이 보낼 사람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굳이 돈을 써서라도 구하고 싶어하는 걸까.

…라고 논리적인 척하며 내 뇌는 열심히 일했지만, 시간이 꽤 지난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가지 않기로 결정한, 혹은 결정과 미결 사이에서 줄타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멘탈적인 문제였다. 앞서 말했듯 나는 나의 몸과 돈은 교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잃어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확실하게 거절하지는 않았다. 내가 어떤 내 안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라는 인간 자체에 어떤 치명적인 변화를 주는 것일까 하는 망설임, 금전적으로 쪼달리던 불안감 등은 내게 무언가의 여지를 남겨두라고 계속 속삭였다. 그래서 더더욱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게 만든다.

어떤 정신적인 가치 말고는 내가 잃어버리는 것은 확실히 없었다. 정말 그가 HIV 감염 환자라고 하더라도 콘돔만 잘 쓰면 아무런 나쁜 일이 일어날 여지는 없다. 그러면 그 정신적 가치라는 것만이 중요한데, 그 가치란 25만원보다 큰 걸까, 아니면 작은 걸까.

예전에 정말 인상깊게 보았던 사례가 하나 있었다. 알고 있던 남자아이가, 자신이 원래 사귀던 남자아이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그를 위해 몸을 팔아 그 돈을 전부 보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 때 수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같은 경우에, 만일 그 구남친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몸 팔아 돈 보낼 생각을 하게 될까.

지금 나는 절박함이나 괴로움이 당시 그 남자아이보다 훨씬 부족해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일까.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전부 다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곤 몸뚱아리밖에 없을 때, 그렇게 된다면, 난 거기로 흘러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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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 않은 일에 결과를 매길 순 없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상상이 된다. 언제 나는 이 이성의 끈을 놓는 날이 찾아오게 될까. 7년 전 나라면, 절대로 단박에 거부했을 것이다. 당시는 지금보다도 금전적으로 쪼들렸지만, 그리고 어리니까 더 많은 돈을 제의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의 나는 그랬다. 왜 나는 이번에 흔들렸을까. 7년 전보다 약간은 더 절박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