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취재 이틀 차였던 2월 2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미스핏츠 대만/홍콩팀은 東湖(Donghu)역 인근 Chang, Ken-Wei의 집을 찾았다.

Ken-Wei의 집으로 가는 길. 타이베이 지하철 노선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東湖(Donghu)역. 지금껏 취재원을 만나러 가기까지 2-30분 이상을 써본 적이 없었건만, 이날, Ken-Wei를 만나러 가는 데까지는 45분 가까이의 시간이 걸렸다.

東湖(Donghu)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어느 공동주택. 이곳의 5층에 위치한 Ken-Wei의 집은 우리의 상상보다는 좀 더 큰 모양새였다. 90제곱 미터. 방 세 칸에 거실이 딸린 작지 않은 집. Ken-Wei와 어머니, 여동생과 여동생의 아들 이렇게 네 식구는 이 곳에서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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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Wei 집의 내부 모습. 안쪽에서는 인터뷰가 진행중이다.

Ken-Wei의 집 한 달 임대료는 13,000TWD (한화 약 45만 4,740원)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집과 비교하면 거의 반 값으로 저렴한 편이다. Ken-Wei의 어머니 친구 분이 소유한 집이라, Ken-Wei 가족을 위해 특별히 원래 임대료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깎아준 것이다.

“보통 2-30평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 집 임대료의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 시설이나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 살아야 하죠.”

Ken-Wei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덟 번에 걸친 이사 경험에 대해 “계속해서 변두리에서 변두리로” 이사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Ken-Wei와 가족들이 이 집에 살게 된 지는 약 5년. 평생의 여덟 번의 이사 경험 중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이번 집이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자, Ken-Wei는 망설임 없이 ‘임대료’를 택했다.

그가 가족과 함께 이 집에 살 수 있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임대료 때문이었다. 지금 내고 있는 임대료로는 현재 집의 절반 크기인 15평 짜리 집-4인 가구가 살기에는 작은 크기의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지인을 통해 싸게 구한 이 집’은 큰 행운이었다.

“(타이페이의) 경계선 바로 안쪽에 위치한 집에 살고 있어요. 이런 곳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요. 특히 신베이(新北) 지역에서 많이 살죠.”

20대 사회 초년생이 대만에서 집을 구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Ken-Wei는 마찬가지로 ‘임대료’를 꼽았다. 그는 타이베이 지도에 그려진 외곽 지역을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가며, 타이베이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임대료가 적은 방을 구하기 위해 외곽 지역으로 나간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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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Wei의 집에서. 인터뷰 진행 도중. 좌측부터 박궁그미, 노서영, 랫사팬더, Ken-Wei.

Ken-Wei가 봐온 타이베이의 20대 모습은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 타이베이에 부모님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타이베이에서 혼자 사는 경우.

Ken-Wei는 후자를 문제로 꼽았다. 혼자 사는 집을 위한 상품도 없는데 모아 놓은 돈도 비싼 임대료에 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한 이들, 타이베이에 직업이 있지만 함께 살 가족이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친구들은 집을 살 수 없다”고 전했다.이런 영향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어지는 데까지 미친다고.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1.1명.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22위의 출산률 순위. Ken-Wei는 사회초년생이 집을 마련할 수 없는 구조에서 대만의 출산률이 낮은 이유를 찾았다.

“친구들 중에 이미 결혼한 친구 중에 본인들이 직접 집을 사거나 임대해서 가정을 꾸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보다는 부모님이 소유한 집 두 채 중 하나를 받는 등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주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죠.”

그럼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청년들, 거기에 아직 돈도 벌지 못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어디로 가는 건데?

물어보니, 우리에게도 익숙한 ‘셰어하우스’, 그리고 ‘대학 기숙사’에 설명이 답으로 돌아왔다.

“대만 대학생들 대부분이 임대해서 사는데, 이런 방- Ken-Wei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집과 같은 크기의 집-을 임대해서 5~6명이 살아요.”

원룸이라 부를 만 한 집의 가격은 월세 6,000TWD. 같은 값으로 기숙사에서는 한 ‘학기’를 살 수 있다. 값싼 기숙사가 그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최선이라지만, 문제는 역시 공급량-기회-이 부족하다는 데 있었다.

기숙사 같은 경우에는 1학년만 또는 여자만 가능하다는 등의 조건이 달리기 때문에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으며, 조건을 만족시킨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또 제비뽑기를 통해 입주자를 정해야 할 정도로 기숙사가 굉장히 부족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부족한 기숙사와 비싼 민간임대주택. 대만, 타이베이 지역에서 거주하는 대학생들의 상황은 한국, 서울에 홀로 나와 살고 있는 대학생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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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은 ‘컵’입니다.”

Ken-Wei를 만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그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대만을 취재다니는 내내, 만나는 취재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물었던 질문 “당신에게 집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Ken-Wei는 “잠시 시간을 달라”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이런 답을 내놓았다.

“나에게 집은 ‘컵’입니다. 결국에, 이 컵이 좋은 컵이든 나쁜 컵이든,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중요한 거니까. 가족을 그 안의 내용물이라고 비유를 하면 컵은 그 안의 것을 위해 만들어진 거죠.” “그래서 내용물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이 컵을 사야지만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 생각에 그 사람들은 고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컵은 사지 않아도, 컵은 빌려도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요. 내 생각에 컵은 살 필요 없이 사든 빌리든 중요치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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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집은 컵이예요.”

살고 있는 그 집이 내가 소유한 집이던, 남이 소유한 집을 빌려사는 것이던, 신축한 새 집이던, 낡은 공공주택이던, 큰 집이던, 작은 집이던. 그 안에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 있고, 나와 가족을 함께 담아주는 존재로 집이 있다는 것.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 세상, “집은 사려고(buy) 있는 게 아니라 살려고 (live) 있는 거다”라는 당연한 말이 당연하지 않은 말이 되어버린 지금, Ken-Wei가 전한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소소한 설명은 머릿속에 내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