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14학번 그룹

 

연세대학교 신입생 OT 현장에서 일베에서 만들어진 ‘노알라’ 사진이 사용되었다고 난리다. 일베 논란은 마치 봄만 되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황사처럼, 잊을 법하면 또 튀어나온다.

비단 일베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차별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그리고 이 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리 안의 일베> 라는 표현은 다시 등장한다. “남 욕하지 말고 너희 안의 차별과 혐오를 보라. 우리 안에도 일베가 있다.”라는 식이다. 차별과 혐오의 표출이 ‘일베적 사고’이며, 그렇기에 문제라고들 한다. 누구나 차별을 한다. 이걸 가지고 <우리 안의 일베>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반감이 있는 사람과, 수긍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표현은 써도 괜찮을까? 쓰는 게 효과는 있을까?

들어가기 전에 : 일베도 다양한 층위가 있다? 글쎄

우선 ‘일베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깨끗하게 드립만 치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일베를 싸잡는 것은 이해의 부족이다.’ 라는 말은 고려의 여지가 없이 이상하다.

굳이 막장인 글만 모을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들어가서 유저들의 ㅇㅂ를 양껏 먹고 메인에 올라오는 글을 보라. 적어도 사회의 보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글들이 천지다. 얼마 전, 네이버 웹툰 <용이 산다>의 초 작가는 디씨의 웹툰갤러리에서 본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을 보고 “20%가 흙이고 80%가 물이면 그 물은 흙탕물이다.” 라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구체적인 퍼센트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무척 적절한 비유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한 사이트에서 유저들의 추천을 받고 대문에 걸린 글들로 사이트의 성격을 이야기하는 것에 딱히 문제는 없다.

욕하면서 반성을 촉구하는 실패한 말 걸기

그라데이션

그럼에도 <우리 안의 일베>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채도가 같은 색도 밝기의 차이가 크면 구분할 수 있다. 비슷한 의미에서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를 곧 일베와 동일 선상으로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사회에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그 수준과 정도가 다양하며 여성 혐오나 전라도 혐오 같은 유사 인종주의를 대놓고 용인하는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보편은 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선’을 설정한다. 물론 항상 부족하고 더 개선되어야 하는 ‘선’이다. 그게 있다고 해서 어디까지는 괜찮은 차별이고 어디서부터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지도 못한다. 부족하기 짝이 없지만, 보편은 낮은 단계라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간다. 일베는 이 낮은 단계에서 형성된 가장 기본적인 동의를 무시한다. 그래서 일베가 차별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 안의 일베>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차별에 찬성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일베는 보편을 무시하고 이 사회에서 이뤄낸 여러 가지 업적들(?)로 인해 ‘인간 취급을 바라면 안 되는 개 쓰레기집단’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일베나 다름없어? 뭐라고? 나보고 일베라고?’ 이런 식으로 말이 두 번만 섞이면 감정이 상해서 더 이상의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신경질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결과다. 누가 욕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감정은 종종 이성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우리 안의 일베>는 감정이 이성을 가리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말 중 하나다.

대화가 안 된다

심지어 <우리 안의 일베>는 욕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대부분 반성을 촉구하므로 듣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당한다는 느낌을 준다. ‘누구나 차별은 한다, 근본적으로는 일베와 다를 바 없다. 남 욕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식이다. 가르침은 위계를 상정하고, 소통과 대화는 ‘인정하지 않았던 위계’와 함께 있을 수 없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욕과 경청의 공존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안의 일베>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다. 반성을 촉구하지만, 반성을 유도하지 못한다. 반성은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지 외부의 강제로 얻을 수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반성의 강제는 반발을 가져오고, 반성에서 멀어지게 한다. <우리 안의 일베> 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글은 대부분 스스로의 차별을 돌아보자는 굉장히 바람직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의도가 표현으로 가려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형식은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