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이었다. 웹페이지를 배회하다 문득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에 영어는 필수라는데, 할 줄 아는 언어가 한국어와 사투리밖에 없다면 좋게 보이진 않을 것만 같았다. 으으 뻑킹 잉글리시. 그러고보니 서울말도 잘 못한다는 게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어쨌거나, 그렇게 들어간 어느 미국 일간지의 페이지에서 그만

‘Searching for Sex’

라는 제목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The Fall” by Parra, on view in his solo exhibition Yer So Bad at Jonathan LeVine Gallery in New York. from New York Times column “Searching for sex” by Seth Stephens-Davidowitz

밤 10시가 넘어가면 대형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할인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해 줄 과일이 반값으로 나올 때면 뇌가 의사결정을 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상품을 집어 들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었을까, 붕가붕가를 논하는 제목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기사가 페이지에 띄워져있었다.

심오한 제목에 걸맞게도, 붕가붕가에 대해 구글에 축적된 검색어 데이터를 토대로 사람들이 갖는 생각을 분석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하다. 역시 국제화보다는 데이터가 여러모로 괜찮은 단어다.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시작은, 시작은, 시작은 왈츠로.

라고 대한민국의 인디밴드 스웨터는 노래했다. 쿵짝짝 쿵짝짝. 조사에 임하는 미국의 어르신은 물론 이런 노래를 알지 못할 테다. 알면 뭐, 어쩔 수 없지만. 강약약 강약약 왈츠 리듬의 미학은 무시한 채 저자는 처음부터 질문을 던진다.

‘이전 조사들은 영 시원찮던데, 그래서 사람들은 얼마나 할까요?’

이성애자 남성은 1년에 64번, 여성은 55번의 횟수를 갖는다. 기존에 있었던 조사의 결과다. 또한 각각이 대답한 콘돔 사용률은 23%와 16%에 예상되는 연간 콘돔 사용량은 무려 16억개 혹은 11억개! 더욱 어마어마하다. 아메리카에 품어오던 환상이 눈앞에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콘돔의 양은 6억 개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

콘돔 사용률이 답변했던 것에 비해 낮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문 내에 있는 다른 통계에서는 총 임신 횟수와 관련지어 봤을 때 미국인은 콘돔을 잘 사용하지 않음을 과장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등교할 때 부모님이 콘돔을 챙겨 주신다더라.’ 남고를 다닐 적, 풍문으로 떠돌던 얘기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물론 지금도 확인할 바가 없다. 그렇지만 소문이 퍼지는 것은 사람이 원하는 상상을 그만큼 자극시켜 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개방된 그곳 아메리카를 꿈꾼다. 아아 그러나, 그들 역시 허장성세로 버텨내는 안타까운 개인일 뿐이었다.

글이 흐를수록 그들은 점점 가련해진다.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신체 부위는, 짐작한 바대로 그들의 스머프다. 손이나 발 혹은 너의 눈, 코, 입 모두 다 스머프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뇌의 경우에는 스머프에 비해 5% 수준의 검색 횟수만을 가진다. 뇌에게 괜시리 미안해지는 밤이다.

검색의 목적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머프를 어떻게 앞뒤좌우로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의 크기는 평균과 비교해서 어느 수준인지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정작 여성은 그러한 내용을 거의 검색하지 않는다. 여성이 사이즈에 대해 한 번 검색을 할 때, 남성은 무려 170번의 검색을 한다. 지속 시간 역시, 남성이 생각하는-길고 강한- 것과 여성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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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찾는다… 키울… 방법을…!

여성도 자신의 신체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검색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기가 갖고 있는 냄새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성 역시 정작 여성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남성이 냄새에 대해 검색하는 횟수와 여성이 크기에 대해 검색하는 횟수에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말하는 것처럼 많이 붕가붕가를 하지 않을까. 과도한 걱정이 원인들 중 하나라 글쓴이는 말한다. 사람은 스스로의 몸을 평가하기 바빠서 타인을 평가할 에너지가 없다. 조금만 걱정을 덜 한다면,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글은 끝을 맺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결국 그게 평범한 여자들의 삶인거야. 남자도 마찬가지야.
–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中

2003년, 가수 박지윤은 복귀와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할 줄 알어?’라는 곡의 제목 때문이었다. 물론, 대차게 욕을 먹었다. 이미 오래 전 얘기다. 흔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성에 보수적이고 이에 대한 얘기는 터부시된다고 얘기를 한다. 예전에 성생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본적이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반응은 기억에 남아 있다. 많은 사람은 보수적인 통념을 경계해 실제 생활을 은폐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과장된 경험담 아래서 살았던 것은 아닐까. 뭇 남성/여성지 여러분은 끊임없이 새로운 붕가붕가 판타지를 생성해낸다. 남성지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통계 혹은 경험담을 제공한다면 여성지에서는 새로운 간접체험의 경험을 준다. 이들의 얘기는 술집 혹은 이곳저곳에서 퍼져나갈 터이다.

스머프의 크기에 대한 얘기도 물론이다. 자랑하거나 자조한다. 언급했던 기사에서, “구글은 사람들이 잘 모르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문장이 있다. 성처럼 자극적인 소재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용기를 갖자. 그리고 더 나은 성생활을 위해 나아가자. 붕가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