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교내 근로 8시간씩, 주말에는 중국어 학원이랑 알바, 저녁에는 토익시험 공부…’

GettyImagesBank_57614518_M

당신과 가까운 지인이 이렇게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라, 아마 오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뭔가 열심히 사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살아도 괜찮나? 되게 힘들어 보인다…’ 라는 생각과, ‘나는 뭐하고 있지 ? 나도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 라는 생각이 뒤섞여 들 것이다. 친구에 대한 측은함과 불안감이 뒤섞인 오묘한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내 아는 선배는 11학번인데, 학점 4.1대로 학교 축제도 안 가고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에 로스쿨에 들어갔대!

 너 계절 안 들어도 괜찮아? 빨리 학점 채워야 하는 거 아냐 ?

 야, 그 교환학생 갔다 오는 게 진짜 도움 많이 된다더라.

등등의 말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면 으레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많이 혼란스럽다. 내가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동시에 무언가 열심히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뭐 나만이 아니라도 다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보인다. 막연히 학과 공부랑 간단한 활동 등을 병행하며 있으나 마나 한 ‘미래 설계에 대한 감’을 잡고 있다. “하고 싶은 걸 해라!” 따위의 말들에는 반감이 들기 시작한다. 세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22살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라는 생각을 하는 건 씁쓸함과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또 반대로, 술자리에서 이른바 ‘뒷담’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야, 그 새끼 군대도 3학년 끝나고 갈 거라던데, 대체 무슨 생각이지? 지금 딱히 하는 것도 없지 않냐? 뭐 로스쿨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와, 저 형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롤에 들어와 있을까? 슬슬 미래 걱정 될 거 같지 않냐?

 저 형 05학번인데 아직도 4학년이래… 와, 진짜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등의 뒷담이다.

GettyImagesBank_78520627_M

쑥덕쑥덕

모두, 우리 기준으로 보기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들’이다. 만날 때마다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중독’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왜 이런 뒷담을 까기만 하면 내 기분이 후련해지는지 모르겠다. 친한 친구 중 2명은 공군에 같은 부대로 가 있는데, 만날 때마다 첫마디가 이거라더라.

 지금 뭐 하는 거 없이 군대 안 온 애들 노답 아니냐?

거기에, 군대를 가지 않은 친구들은 난 사회에서 뭐라도 하고 있다고, 군대를 미룬 만큼 의미 있는 걸 준비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바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더 이상 뭐랄까, 난 열심히 살 자신이 없다. 이미 대학에 입학한 후 수차례의 시험을 통해, 나의 ‘수학 능력’이라는 것은 사라졌단 사실을 실감했다. ‘고 3처럼 공부하면 성공한다!’라는 명언이 이제야 제대로 내 삶에 안착한 기분이다.

친구들은 그런 와중에도 뭔가를 한다. 대외활동, 어학연수, 교환학생이나 공모전… 남자 놈들은 군대까지. 나도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만 한심하지 않아 보일 것 같다. 아마 최종으로는 ‘취직’이 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겠지, 하며 어느새 ‘스펙업’이라는 사이트에서 학생 인턴, 공모전 등의 정보를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GettyImagesBank_86543739_L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조금 절박한(?) 의문이었다. 내가 살아왔던 길을 다시금 쭉 따라가다 보면, 조금이라도 그 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인생이, 동시에 여러분의 인생이 ‘힘들어진 것’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에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려 한다.

 지금의 20대만 놓고 보면, 이들은 신자유주의란 동굴에 갇혀 공포에 떨고 있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는 미로에 던져진 것처럼. 경력과 스펙 관리라는 틀에 갇힌 대학생들은 그야말로 ‘공포’를 내면화한 존재들이다. 한마디로 지금 20대는 잔뜩 ‘쫄아 있고’, 겁에 질려서 자신의 바로 옆도 볼 수 없는 상태다. 이것은 어쩌면 지난 10년간 우리가 한 발만 옆으로 가도 죽을 수 있다고 교육한 결과인지 모른다.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생략)이십대 자기계발하기의 두 번째 특징은 그 결과가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데도 다른 대안이 없어 그저 ‘계속’ 해나가고만 있다는 데 있다. (…) 바로 여기에 이십대 자기계발하기의 세번째 특징이 있다. ‘자기계발에 열심이지 않은 게으른 자’와의 비교에서 자신의 현재에 대한 위안과 만족을 구한다는 점.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20대의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