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 두 가지 사안을 간단히 살피고 넘어가자.

위메프 채용 갑질 논란?

위메프는 2014년 12월 직원 채용과정에서 위메프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 MC 3차 현장테스트 참가자 11명에 대해 2주간 정직원과 다름없는 업무를 시켰지만 최종적으로 채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11명 전원을 탈락시켰다.

땡탈락!

땡 탈락!

이에 ‘채용 갑질’ 논란이 일자 위메프는 11명을 2015년 1월 8일 전원 합격시켰다. 이에 대해선 위메프의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더불어 채용 갑질 논란 와중에 2011년 한꺼번에 150여 명을 대량해고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허민 씨 면접 논란?

허민 씨는 위메프 창립자이자 최대주주다(2013년 7월 25일 위메프 대표직에서는 사퇴). 현재는 개발회사인 원더퍼플 대표로 있다. 인터넷신문 [미스핏츠]는 원더피플에 응시한 한 개발자(필명 ‘싱구라’)의 기고를 받아 발행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발행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원래 본문이 전부 삭제된 채 아래 문구로 대체되었다.

“글쓴이 싱구라입니다. 이 글은 제가 미스핏츠에 기고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미스핏츠 운영진들께 요청해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1. 기업의 위기관리: 위메프의 고소 드립

위메프는 ‘을의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에 대놓고 갑질 연속 콤보(채용 갑질 + 면접 갑질)를 벌였다.

그 뻘짓이 위메프의 연속 뻘짓인지 아니면 위메프 ‘오너’ 허민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별개 회사들(위메프, 원더피플)의 연속 뻘짓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두 개의 별개 법인을 별개 철학을 가진 별개 인격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허 씨 회사인 거지. 그리고 허민 = 위메프 = 원더퍼플인 거다.

여기에 (주)위메프는 가장 쌈마이스럽게 댓글로 고소드립을 시전한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 조직인지, 아니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조직인지 의문이다.

어쨌든 자신의 오너 엿먹이는 글을 내렸으니 성공했다? 필자가 보기엔, 아래 링크한 기사에서 오원석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반론권을 요청하고, 당당하게 자사의 입장을 개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메프가 선택한 방식은 ‘너 고소!’였다.너 고소

이로써 허민 씨는 해당 기사에서 (혹시라도) 잘못 기술된 사실이 있다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그저 풍문만 남았고, 처음 보는 면접자에게 반말이나 찍찍하는 건방진 졸부 이미지만 남았다. 그리고 위메프는 ‘채용 갑질’과 ‘면접 갑질’ 논란의 이미지를 ‘고소 드립’으로 이어가 확대 재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 공적 의제를 ‘해프닝’으로 만드는 방법

미스핏츠에 실린 ‘면접 갑질’ 기사는 해당 기사가 발행된 그날 밤 10시 이후,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블로터 오원석 기자도 왜 해당 기사가 사라졌는지를 궁금해하면서 이 문제를 다뤘다.

(원문보기)블로터 – 허민 대표의 ‘면접 논란’ 기사는 왜 사라졌을까 (오원석)

미스핏츠 기사 본문이 사라진 공간(같은 주소의 글)에 남은 건 필자의 요청으로 본문을 지웠다는 아주 짧은 설명뿐이다.

미스핏츠는 필자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그 필자 요청(글 본문을 삭제해달라)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매체는 당연히 필자를 존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그 필자의 요청은 매체와 독자와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어선 안 된다. 만약에 필자의 요청이 독자와의 신뢰를 보류(일시적으로 배반)하는 것일 때는 그 필자의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 그런 구체적인 사정을 발견할 수 있는가? 없다. 필자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그저 글을 내려달라고 했고, 미스핏츠는 순순히 글을 내렸다. 그뿐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위메프(허민)만 망한 게 아니라, 필자와 매체도 모두 다 실패했다. 무엇보다 독자들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초대받은’ 공론장이라는 잔치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났다. 이제 이 사안은 그저 ‘해프닝’이 되어버렸다.

해당 사안이 얼마나 큰 사회적 의제로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별론으로, 문제제기한 당사자도, 그 문제제기에 공론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발표한 언론사도 모두 그 공식적인 행위를 철회했다. 필자와 미스핏츠와 위메프는, 물론 그 사정은 각각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합심해서 이 사안을 그저 해프닝 혹은 가십으로 만들어 버렸다.

3. 매체의 딜레마: 필자냐? 독자냐? 그것이 문제로다!

위메프는 인터넷신문에 올라온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댓글로 고소드립을 쳤다. 논평할 가치도 없을만큼 어처구니 없는 폭력적 행태다. 필자는 자신이 언론매체에 공적으로 공개한 입장을 하룻만에 철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허언을 했다. 매체는 필자의 요청을 수용해, 독자와의 신뢰 관계에도 불구하고, 해당 본문을 삭제했다.

이제 남은 건 독자다.

독자는 어떤 ‘공적 가치가 담긴 글'(해당 글에 공적인 가치가 없다면 해당 글은 명예훼손이다)을 읽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적인 이야기가 있어야 할 곳에 남은 건 필자 요청으로 본문을 내렸다는 설명 아닌 설명뿐이다. 독자가 미스핏츠라는 ‘언론매체’ 사이트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댓글을 통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일이다.

매체를 운영하다보면, 필자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거나 혹은 한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가시적인 존재’다. 반면에 독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독자라고해봤자 댓글로 몇 줄 의견을 남기는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저히 눈에 보이는 필자가 ‘여러 가지 사정’을 이유로 본문 삭제를 요청해오면, 그 요청을 들어주는 게 매체 운영자로선 옳은 선택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일,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 어떤 면에선 불공평해 보이지만, 정말 그렇다. 대부분 그 존재를 댓글창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독자들. 변덕스럽고, 사소한 일들에 일희일비하며, 항상 건망증에 빠져 있는 독자와의 신뢰를 위해 눈에 보이는 가까운 친구, 지인과의 사사로운 이해를 용납하지 않는 것. 그게 매체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매체는 독자의 신뢰를 당당히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