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응자, 찌질이를 뜻하는 미스핏츠(Misfits)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전하는 비정기 연재, ‘이 사회의 미스핏츠를 찾아서’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으스으가 만난 ‘이 사회의 미스핏츠’ 다섯번째 주인공은 학교를 나온 선생님, 브라이언이다.

인터뷰는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낮에 맥주 한 잔 하기 좋아 최근 즐겨 찾는 이곳. 약간 외진 골목 쪽에 있는지라 ‘찾는데 안 어려웠어?’ 물으니 오늘의 주인공 브라이언은 ‘응. 나 여기 옛날에… 학교 안 다니고 맨날 홍대 와서’ 하고 답한다.

범상치 않은 그의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본다.


교대 입학 = 재수 없는 인생의 시작

으스으(이하 으): 브라이언은 교대를 나와 선생님을 하다가 그만 두고 놀고 있다고…

브라이언(이하 B):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이 된 적은 없어. 교대를 나왔지만 임용을 안 봤고, 일했던 건 계약직으로였지. 학교를 그만둔 건 그 계약기간이 끝나서 저절로 그렇게 된 거였어.

으: 애초에 교대에 가게 된 이유는 뭐였어?

B: 무지 클리셰 같은 얘기긴 한데… IMF가 터지고 엄마아빠가 불안감을 느껴서 철밥통인 교대를 가라, 이런 권유를 했어.

또 고3 때 담임은 진학률에 신경을 무지 쓰던 사람이라, 내가 수도권 교대 갈 성적이 안 나오니까 진학상담 때 엄마한테 지방교대에 원서를 넣으라고 얘기한 거야. 근데 나는 집에서 먼 곳으로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수도권 교대를 그냥 썼지.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면접을 마음 편하게 봤다? (으: 근데 너무 잘 봤나보다.) 응. 점수는 떨어질 점수였는데… 그렇게 재수 없는 인생이 시작되었어.

으: 재수 없는 인생(ㅋㅋㅋ) 어땠는데?

B: 수업을 안 듣고 밖으로 나돌았지. 친구랑 출석하고 몰래 나와서 놀고… ‘진로 와인’이라는 게 있어. 그땐 돈이 없으니까 그거를 들고 학교 벤치에서 앉아서 둘이 마시고 그랬어.

2000원대에 즐길 수 있다는 그 와인(!)

으: 그 친구 분도 그럼 임용을 안 봤어?

B: 아니, 걘 봤어. 배신감 느꼈던 게, 관심 없다고 엄청 같이 놀고 했는데 말로만 놀았던 거야. 다 임용 보거나 잘됐어.

미스핏-한 눈으로 본 ‘교대’와 ‘임용’

으: 그래도 브라이언은 교대에서 받은 교육이 선생님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B: 아니. (절레절레) 내가 공부를 안 하긴 했지만… 배운 거랑 실전은 완전 달라. 솔직히 책에 있는 거랑 실무랑 어떻게 같아. 왜 있는지 모르겠는 과목도 있어.

으: 어떤 것들?

B: 임용 관련해서인데, 나는 임용을 아예 처음부터 볼 생각이 없었어. 그래도 궁금은 하잖아. 시험 본 친구한테 들은 건데, ‘실과교육’인가? 그 쪽에서 나온 문제가 뭔지 알아?

배낭에 짐을 싸고 있어. 가벼운 물건을 먼저 넣어야 할까? (으: 무거운거?) 보통 그렇게 생각하잖아. 근데 가벼운 거 넣고 무거운 거 넣어야 하중이 덜 나가서 좋대. 그게 답이야. 근데 사실 그런 거 전혀 안 중요하잖아. 어쨌든 그 가방을 메고 다닐 건 나잖아. 내가 마음대로 싸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 물론 가볍게 다니면 좋겠지. 그래도 원칙은 내 가방 내 마음대로 싸야 되는 거야.

내 가방은 내 마음대로 쌀 수 있는 정도의 자유는 필요하다.

으: 그런 거 외워서 쓸 시간에 선생님은 더 나은 걸 배워야 한다?

B: 선생님이 된다는 게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초등은 더더욱. 교대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엔 일정 비율의 이상한 사람이 있잖아. 그게 안 걸러지고, 실과교육과 같은 그런 문제나 풀고 붙는 거야…

으: 임용 과정에서 인성 시험은 전혀 안 봐?

B: 면접에서 어느 정도 보긴 하지. 근데 그거 몇 분 본다고 사람을 어떻게 알아. 일코(일반인 코스프레)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일베 교사 있었잖아. 애들한테 로리니 어쩌니 했던. 원래 일하던 데에서 짤리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서 또 합격을 했잖아. 그런 사람도 2번이나 합격을 한 거지. 그만큼 어쩔 수 없는 거야. 걸러질 수가 없어. 개인적 경험으로도 생각해봐. ‘우리 선생님 너무 좋다’ 이랬던 선생님이 12년 동안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지 않았어?

건강 팔아 돈 벌었던 학교 생활

으: 그럼 계약직 선생님으로 일했을 때는 어땠어?

B: 계약직 생활? (깊은 한숨) 다른 거 다 떠나서 내가 그 직업이랑 성격이 안 맞는 것 같아. 성격만 맞으면 엄청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해.

나한테는 되게 답답했어.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내가 지적으로 만족하는 것도 중요한데 애들 가르치는 건 지식적인 면에서 한정됐잖아. 일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모았던 지식들을 한 번에 소비해버리고 마는 그런 느낌이었어. 그 무력감에 퇴근시간이 아무리 빨라도 이후 시간에 뭘 할 수 없었어. 나를 채우는 것도 중요한데 그게 전혀 안되고 소진하기만 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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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만 되고,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

으: 정확하게 일을 관두게 된 계기가 있었어?

B: 어느 날 퇴근하다가 갑자기 엄청 술을 먹고 통곡을 했어. 나 이제 출근 안 한다고 집에다 난리를 친 거야. 부모님이 내가 대학시절부터 너무 힘들어하고, 출퇴근도 너무 힘들어하니까 포기를 하시더라고.

이걸 정규직으로 하면 나는 5년 내에 당뇨나 암으로 사망할 것 같은 거야, 스트레스 때문에. 내가 건강을 팔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 번 돈을 지금 다 병원비로 쓰고 있거든. 진짜 바보 같은 짓이지. 그런 걸 느끼는 순간 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가르칠 뿐 아니라 책임도 져야 했던 시간

으: 브라이언은 학교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많았나봐.

B: 업무뿐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민원이 들어온다! 신경 쓰는 일도 스트레스야. 특히 애들 다치는 거에 엄청 민감해지거든. 작년에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애들도 물론 걱정이지만, 저 선생님들 이제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만큼 책임감이 많이 드는 직업이라서. (으: 그때 교감선생님이 자살했었잖아. 크게 와 닿았겠네) 이해가 가는 거야. 왜 그랬는지.

으: 학교에서 일이 생기면 담당 선생님의 책임이 돼?

B: 교장, 교감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확 달라지는데 약간 그런 게 있어. 나는 그래서 안전에 대해 학기 초에 미리 얘기를 해. 위험한 장난 하지 마라, 공지를 충분히 하는 거지.

으: 애들이 그렇다고 장난을 안치지는 않을 텐데…

B: 당연하지. 내가 ‘뛰지 마라’를 진짜 몇 번을 말했는지 몰라. 한, 뭐. 우리 은하에서 다른 은하로 가기까지만큼의 공간? 그런 정도로 말을 한 것 같아. 진짜 미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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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지 마, 천 번을 말해도 아이들은 뛰었다…☆

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아이들 생활 전반에 대한 책임도 있는 거구나.

B: 선생님의 위치가 되게 애매해. 학원은 서비스직이라고 칠 수 있잖아. 근데 학교는 지식을 제공하는 곳이면서도 흔히 말하는 ‘스승’, 정말 좋은 ‘선생님’ 이런 걸 바라거든. 옛날처럼 대우는 안 하면서… 또 요즘 애들은 선생님들 누가 잘 가르친다 비교도 잘 하잖아. 그럴 때면 나도 ‘지식팔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러기엔 미약하긴 하지. 학원이란 존재가 있으니까…

노는 아이는 없고 배우는 아이들만 있었다

으: 애들이 학원 엄청 다니지?

B: 학원을 진짜, 엄청 다녀. 안 다니는 애는 거의 없어. 그런 경우는 부모가 자기 소신이 있는 경우야. 안 다녀도 된다! 이런 소신이 있고 자신감이 있는 학부모의 경우. 근데 주변 애들이 다 다니면 내 애만 안 다니면 사실 불안하잖아. 그래서 대부분이 다니는데, 수영, 태권도 이런 것도 있긴 하지만 영어수학은 요즘 기본인 것 같아. 논술, 과학, 영재학원… 책 읽는 학원도 있어 요즘은. 거기서 마인드맵 이런 거 하나봐. 논술 대비 한다고.

으: 초딩 때부터 논술 대비? (ㅠㅠ)

B: 학원 끝나면 열시, 열한시인 애들도 허다했어. 불쌍해. 놀 수가 없는 거야. ‘너넨 학교 끝나면 놀잖아’ 이러면 ‘못 놀아요, 학원 가야돼요’ 이래. 학교에서 방과후 행사를 한다고 하면 ‘엄마한테 학원 빠져도 되는지 물어볼게요’ 이러고, 청소도 학원 안 가는 날로 잡아.

으: 또래 친구들 만나려고 해도 학원을 가야 보겠네.

B: 어. 학원 안 가는 애들은 심심하지.

으: 놀이터에 애들이 없어 보이는 게, 그래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없는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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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아이들 없이 비어버린 놀이터

‘노비’ 되기를 향하는 지금의 교육

B: 내가 힘들었던 건 걔네한테 나조차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걸 시켜야했던 거야. 어쩔 수 없이.

으: 쓸데없는 것?

B: 지금 교육은 입시를 위한 공부잖아. 줄 세우기 위한 공부. ‘내가 어떤 것을 알아야 무얼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이 지식을 알아야 한 문제를 더 맞힐 수 있다’ 하는 식이니까.

으: 맞아. 무엇을 왜 배우는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지.

B: 이렇게 학교를 다니면 공부에 대한 인식이 너무 굳어진다고 생각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 깨달았어. 어릴 때부터 내가 정한 공부가 아니라 남이 정한 과정, 남이 정한 과목대로 하다보니까 되게 수동적이게 된 거야. ‘공부 왜 해야 돼요?’ 하는 흔한 질문 있잖아. 자기가 정한 게 아니라서 그래. 남이 정해준 거니까 왜 해야 되는지 모르는 거야. 재미도 없고.

으: 완전 대한민국학생의흔한_불만.txt이다

B: 지금 이대로의 교육이 개인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사회에 얼마나 잘 편입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

으: 사회에 편입되기 위한 교육?

B: 응. 내가 할 공부는 내가 정해서 혼자 하겠다! 이러는 순간 사회에서 배제되는 거야. 대학도 못 가고 취업도 못 해, 연쇄적으로. 모두가 수동적으로 변하면서 같은 목적만 추구하는 거 자체가 너무 심한 것 같아.

으: 그럼 브라이언은 만약 아이를 낳으면 홈스쿨링 시킬 거야?

B: 당연하지. 근데 되게 고민은 될 것 같아. 학교에 안 보내는 순간 사회에서 배제될 수 있는데, 그 선택을 가지고 애가 나중에 나를 원망할 것이냐? 알 수 없잖아. 나의 의지로 그렇게 되면 상관없는데 남의 의지로 그렇게 되면 억울한 게 엄청나거든. 내가 교대를 간 것처럼.

으: 슬픈 얘기다.

B: 지금처럼 공부해봤자 최대의 결과는 의사, 변호사 아니면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 되는 거야. 근데 그건 어떻게 보면 일개미잖아. 좀 심하게 말하면 노예, 노비잖아. 왜, 무한도전에 나왔던 것처럼. 노비 되려고 이렇게 열심히 하나? 그런 게 짠한 거야. 알면서도 어쩔 수 없기도 하고.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을 교육 과정인데, 그래놓고 정부는 창업해라, 도전해라 어쩌고저쩌고… 지금 교육과정은 노비를 만들기 위한 구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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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도 노비는 있다 (ㅠㅠ)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에게도 고민이 필요하다

B: 선생님 입장에서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선생님도 그런 일개미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내가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건, 사실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된다는거야.

으: 누구라도 선생님을 할 수 있다고?

B: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된다는 거야. 하지만 그렇게 그냥 가르치는 거 말고, 교사와 학생 간의 인간적 유대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일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유대를 쌓기 위해 노력했어. ‘다른 교사가 아니고 왜 나여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교사가 돼야 해. 나 아니어도 누구라도 되는 거면 그런 ‘나’는 인간이 아니잖아. 나는 인간이 가진 개인성을 없애고 싶지 않았어.

으: 혹시 선생님으로서 재밌게 읽은 교육 관련 책이 있어?

B: 이반 일리치 <학교 없는 사회> 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감명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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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의 추천 도서(!)

으: 그럼 마지막으로, 교사를 관두고 요즘은 어떠신가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계시나요?

B: 네. 돈은 없지만 너무 행복합니다.


인터뷰 중 쉬는 시간, 그는 전에 일하던 학교에서 다시 계약직 제의가 왔다며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얼핏 보면 학교란 공간에 염증이 심한 것 같다. 그러나 얘기를 마치고 보니 그가 가진 건 한국 교육에 대한 ‘애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염증만 심하면 돌아보고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미스핏츠’로 만드는 지금의 교육에 대해 나도, 당신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