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신입사원의 연봉은 중간이 없다. 중소기업은 보통 2400이하고, 대기업은 3000 이상이다. 그리고 이 사이의 돈을 주는 곳은 돈 못버는 업계의 대기업이지 잘나가는 중소기업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 교보문고, 열린책들 같은 곳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길이 갈린다. 삼천 넘는 연봉을 받고 싶다면(적어도 인문계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꿈도 못 꾸고, 아예 낮추려면 연봉 이천사백 이하부터 시작해야 된다. 연봉 이천 사백이 삼천까지 가려면 걸리는 시간은? 업계에 따라서 더 걸리거나 덜 걸릴 수는 있지만, 경험상 최소 3~4년은 된다.

잠깐 여기서 질문. 자, 당신이라면 중소기업 들어갈 건가, 대기업 들어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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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셈법이다. 지금 상황에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계급을 낮추라는 말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딱딱하게 고정된 사회고, 대기업의 독점은 심화되는 판국이다. 블루오션이란 말은 꺼내기도 민망하다. 새로운 기회는 적고 투자 또한 적다. 심지어 사업 실패는 할 수 있지만 취업 실패는 돌이킬수도 없다. 잘못해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간 구를 바닥이 영원히 안 바뀔 테니까.

월급 이백 이하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초봉 기준으로. 우선 눈에 보이는 웬만한 서비스업, 그러니까 물건 팔면서 고개 숙여야 하는 직업은 월급 이백 이하. 전문대졸 이하 자바 프로그래머는 이백 이하. 출판, 잡지, 신문 등 소위 ‘종이 바닥’도 웬만해선 이백 이하. 어떤 업종이건 간에 따라붙는 사무직 협력, 아니 하청업체 직원도 이백 이하.

월급 이백을 받고 이것저것 제하면, 대충 백팔십 정도의 현금이 들어왔다. 월세, 관리금 빼고 점심 사먹고 친구들 만나면서 어찌어찌 살다보면 대충 100정도 빠진다고 치고, 거기에 대학시절에 학자금 대출이라도 있었다면 저금하는 건 깔끔하게 포기. 연애라도 하면 거기에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연애란 게 결국 둘이 같이 만나서 공간을 점유하는 행동이라서, 뭘 어떻게 해도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같이 있을 까페, 같이 있을 식당, 같이 누울 침대 등등.

물론 몇 가지 조건이 맞는다면 저금도 가능하다. 그런데 질문. 한달에 백만원 모아서 일년 모으면 천이백만원이다. 이걸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상하게 모을 때는 아득바득 모으는데, 큰 돈 써야 될 때 모은 돈은 참 하찮아진다. 일년에 천이백이면 전세값 변동률 따라가기도 아슬아슬하다. 차는 살 수는 있는데 굴릴 수가 없을 거다. 결혼 얘기는 지면이 좁아 쓸 수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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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간사한 게, 취업하면 현재 받는 돈이 아니라 받을 수 있었던 돈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난 벤처기업 입사 이후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첫째. 내 월급이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초봉이라도 되기 위해서는 약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둘째. 5년 뒤에 대기업과의 연봉격차는 두 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셋째. 회사가 5년 뒤에도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

‘나는 돈이 별로 필요가 없다’ 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좋다.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취업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만약, 만약 더 낮은 연봉에 다른 조건의 행복감을 찾고 싶다면, 자신이 바라는 삶이 무엇이며, 그게 어느 정도의 가격인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없다면, 그냥 높은 연봉 매달리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거다.

[icon]icon-quill[/icon]나의 지난한 취업기 2편은 2월 13일 (금)에 연재됩니다.